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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07. 2019

지난여름의 빛

유럽여행에서의 쉼표

 지난 2016년 여름은 내게 황홀한 한 달간의 시간이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유럽여행은 내게 막연한 동경과도 같았다. 만화책에서 봤던 베르사유의 궁전, 달력에서 보던 스위스의 아름다운 전경, 정통 클래식 영어를 구사한다는 영국 등등.

 실제로 가보니 유럽은 내가 상상하던 그 이상이었다. 나는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순으로 둘러보는 평범한 서유럽 코스로 여행을 하였다. 초보 유럽 여행자였던 나에게는 이마저도 큰 설렘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하물며 비용은 또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16박 17일간 이어지는 여행의 여정 속에서 가도가도 새로움, 놀라움이 끊이질 않았고,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여 어려움을 대처하는 근육도 키워준 여행이었던 것 같다.

런던 리젠트 파크 안의 프림로즈힐

 영국에서는 공원에 제일 많이 놀랐다. 한국에서는 조그만 소도시에서 살아서 그런지 나는 영국 런던에서만큼 아름다운,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공원을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런던은 정말 지도를 펴놓고 보면 공원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었고 실제로 가보면 휴식 나온 사람들도 가득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보기 좋았으며 반려견들도 함께 하는 모습에 집에 두고온 우리집 희망이 생각도 간절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름다운 공원이 많이 있으면 얼마나좋을까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적고보니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프랑스에서 마지막 날에 룩상부르 공원을 갔는데 젊은 엄마와 아이가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한국에서 언젠가 아기 엄마가 되면 저렇게 한적하고 여유롭게 공원에서 소꿉장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었다. 

 유럽여행에서 또 좋았던 점은 위대한 대 화가들의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교과서나 도록에서만 봤던 고흐, 고갱, 세잔, 르누아르 같은 화가들의 그림은 실제로보니 더욱 대단하다고 느끼게 해주었고 마음에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나는 무엇보다 내셔널갤러리에서 봤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 그림이 너무 좋았다. 이 그림은 먼저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엽서로 선물을 받은 그림이었는데 엽서로 봤을 때는 고흐 그림치고는 좀 실망스러운데?라는 생각이 앞선 그림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내 눈으로 보니 아니었다. 생생한 붓터치, 화면 가득 차 있는 황금빛의 밀밭과 새하얀 구름, 타오를듯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역동적으로 실감나게 내 마음속에 다가왔다. 고흐가 괜히 대화가가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해 준 그림이었다.

인터라켄 상공, 튠&브리엔트 호수가 보인다

 공원, 그림과 같은 인공물이 아니더라도 스위스에서 만난 대자연 그 자체가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인간의 힘 못지않게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위대함 앞에 숙연해지게 만든 스위스의 아름다운 모습들. 청록빛 호수, 알프스의 만년설, 높고 새하얀 빙하, 야생화와 가축들의 전원풍경 등등. 당장 맨발로 달려나가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알퐁스도데의 소설 ‘별’이 생각나는 그런 맑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대자연속에 감춰져있는 것만 같았다. 정말로 유럽에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그런 풍경이었다.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금, 나는 유럽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추억을 곱씹곤 한다. 책이며 관련영화며 블로그며 열심히 뒤적거리며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또다시 유럽여행을 다녀오고자 한다. 여행은 나에게 멋진 휴식을 안겨주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으니깐. 다음번엔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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