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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Feb 17. 2023

구독자가 천천히 늘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는 이유

글쓰기에 진심

 

 수천 명, 수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브런치 작가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영상으로 대변되는 유튜브에 비하면 브런치 작가들의 구독자 수는 미미한 거나 마찬가지만, 그래도 나보다 구독자가 많은 분들은 비결이 뭘까 궁금해하며 가끔씩 글을 정독하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살아온 인생 경험이나 다른 가치관, 결이 다른 생각들로 인해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좋아요 수나 구독자가 적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인스타그램의 허황된 세계에 빠져사는 사람에 대한 비판 여론처럼, 글 하나 쓰는데 구독자나 좋아요에 연연하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산에 올라가서 목청껏 소리쳤을 때 메아리가 되돌아올 때랑, 아무리 외치고 외쳐도 아무런 메아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또는 누군가에게 연애편지를 부쳤는데, 아무런 답신도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공허하고 아플까? 마치 그런 마음이기도 하다. 존재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인 이상 누군가의 마음에 내 글이 가닿아 공명할 때 비로소 기쁨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연예계 종사자들처럼 정점을 찍은 세계적인 작가는 수억 부 이상을 판매하면서 높은 인세를 벌어들이지만 간신히 한 두권 팔리는 작가는 당장 커피 한 잔도 사 먹기 힘든 수준의 미미한 수입이 들어온다. 물론 나에게는 본업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리 열악하진 않지만, 전업작가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들다는 것인지 여실히 느끼고 있다. 일부는 글을 쓰며 책을 통해 쌓은 인지도로 강의로 버는 수입이 더 많다고 하지만, 글쓰기를 사랑하는 작가라면 내 책이 많이 팔리고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얻어서 높은 인세를 받는 것을 더욱 꿈꿀 것이다. 나도 독립출판으로 여러 권의 책을 내고 오디오북 동화도 출간했지만 오마이뉴스 기자 수입을 포함해서 모두 합해서 벌은 인세는 채 아직 30만 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언젠가는 작가로 성공하겠지 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건, 그만큼 이 일이 즐겁고 희열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작은 아씨들>에서 조가 당당히 출판사와 인세를 흥정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건을 거는 것처럼, 언젠가는 성공한 작가로서 당당히 나의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마음,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과 안데르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와 이수지 작가처럼 언젠가는 나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 같은 꿈을 꾸는 것은 그것이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기쁨이고 행복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을 출간하게 해 주겠다는 유혹으로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의 돈을 요구하는 책쓰기 강사에게 쉽사리 의탁하지 않는 건, 책 쓰기가 단순히 나에게 성공을 향한 수단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이고 나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삶에서 좋은 글이 나오듯 내가 쓰는 글 하나하나가 나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쉽게 끄적일 수가 없는 것이 글이란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은 천재적인 시적 재능과 섬세하고 여린 감수성을 지니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부끄러워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지도 않고, 재능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 나이지만,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한 성찰만큼은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글은 쓰면 쓸수록 즐겁기도 하지만, 한 편, 거울을 계속해서 닦듯, 나의 내면을 갈고닦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계속해서 글을 쓰나 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에 공감해 달라고 인정해 달라고 그토록 좋아요에 목을 매나 보다.


 십 년 전보다 더 나은 글, 어제보다 더 나은 글, 그래서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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