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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y 01. 2024

통일열차의 꿈을 안고 레일로의 활약

창작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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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은하 레일-628행성에서 태어난 레일로. 그는 최첨단 철도 기술의 보유자답게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것은 철도 은하에 있는 행성뿐만 아니라 우리 은하, 안드로메다은하, 마젤란은하에 있는 모든 행성을 철도로 연결하겠다는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처음 방문 계획을 세운 곳이 바로 우리 은하 지구별의 대한민국. 그는 레일-628행성의 친구들의 응원을 뒤로 하고 대한민국의 철도공단으로 날아갔다.


철도공단에 외계인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인턴사원으로 취직한 레일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가는데 큰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그것은 바로 한국이 남북분단 국가였던 것.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시베리아 열차, 나아가 전 지구를 연결하겠다는 꿈은 미로에 갇힌 듯 막막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슈퍼히어로, 우리의 레일로! 포기하기엔 아직 일렀다.


어느 날 비전 회의 시간이었다. 철도공단 사장이 직원들이 품은 비전을 물었고 직원들이 대답했다.


“철로 건설 시 동물들의 이동통로도 함께 만드는 사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루다가 대답했다.

“오, 생태복원 및 동물복지에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저는 그동안 우리가 해온 사업인 키즈레일 어린이집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했으면 해요. 그래서 일·가정 양립 지원으로 출산율 해소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잘해도 대답했다.

“공단 사업 방향에 걸맞은 좋은 생각입니다. 레일로 인턴은 무슨 비전을 갖고 있죠?”

“네, 저는 우리 철도공단이 점차 통일 한국으로 갈 수 있는 통일 열차를 추진하고 나아가 시베리아 열차와 연결하여 유럽 생활권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어이, 인턴인데 꿈이 너무 큰 거 아닌가요?”

“훠이 훠이, 지금 단계에서는 불가능해요.”


모두가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때 사장이 다시 레일로에게 질문했다.

“그래요. 무슨 구체적인 방안이라도 있나요?”

“네, 저는 그 발판으로 전국의 모든 역에 <우리의 소원> 코너를 만들고 전 국민이 얼마나 통일을 열망하는지, 통일 열차를 소망하는지 소망 카드 쓰는 이벤트를 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소망 카드를 모아서 대통령께 전달하면 남북정상회의 때, 좋은 제안이 되지 않을까요?”

“오, 예전에 금강산 여행 사업처럼 어쩌면 물꼬가 트일 수도 있겠군요.”


이루다가 거들었다.


“하지만 간첩 사건, 북한 GP 총격 사건처럼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데요.”


나잘해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한 부분은 철도 사업과 무관하게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입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하고 문화적 격차를 극복하고 하나가 된 남북한의 모습을 그리고 통일 철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레일로도 이에 지지 않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미 휴전선으로 남북한 땅은 갈라져 있는데 통일이 되어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철조망을 제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이루다가 말했다.


“네. 저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이 아닙니다. 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역발상을 해보았습니다. 바로 통일 철도의 꿈을 어린이에게 심어주는 것으로 말이죠. 바로 거기서부터 해답이 보일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이죠?”

사장이 물었다.

“바로 레고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레고?!”


전 직원이 한목소리로 물었다.

“춘천에 있는 레고랜드와 합작하여 남북통일 열차 테마파크를 만들고 그곳에서 남북통일 열차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코레일과 협력해서 춘천 가는 기차와 연계한 상품을 팔도록 하고요.”

“이야, 그거 정말 굿아이디어인데.”

사장이 흡족해하며 말했다.

“정리하자면, 동물 보호를 위한 생태통로를 만들고, 키즈레일 어린이집을 확대하고, 남북통일 열차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면 되겠군. 우리 철도공단에 브레인들만 모였네. 이거.”


사장은 말을 마치고 문을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고안된 비전은 사무실 스크럼 보드에 각각 큰 글씨로 인쇄되어 게시되었다. 레일로는 꿈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간 것만 같아서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언젠가는 철도 은하, 우리 은하, 안드로메다 은하, 마젤란 은하를 연결하는 철도를 만들고 말 거야...’라며 중얼거렸다.


다음날 출근한 레일로는 경악하고 말았다. 레일로의 비전이 쓰인 인쇄지가 갈기갈기 찢겨 있었던 것이다.

“누가 이런 거지?”

“이봐, 너무 실망하지 말게. 모두가 생각이 같은 건 아니니깐.” 이루다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레일로는 도대체 누구일지 확신할 수 없었다. 평소 자신을 질투해온 나잘해가 그런 건 아닐까 의심을 하였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다시 비전을 인쇄하고 있는데 나잘해가 다가왔다.


“비전을 누가 찢어놨다고 들었어. 그건 네 비전이 그만큼 위대하다는 뜻일 거야. 그러니 너무 낙담하지 말게.”

레일로는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자신이 의심한 나잘해가 자신을 위로한 것이었다. 거기서 한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은 작은 것에도 분노하고 의심할 수 있지만, 작은 말에도 큰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비전을 찢은 자가 누군지 굳이 찾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보다는 레일로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3개월 뒤, 이루다의 비전대로 새로 건설한 철로 주위에 동물들의 이동권이 보장된 생태통로도 함께 지어졌다. 철도공단 직원들은 동물들이 이동하길 기다렸다가 노루가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것은 철도공단 블로그에 사진이 올라가 전 국민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6개월 뒤, 키즈레일 어린이집도 확대 건설되어 많은 양육자 부모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낸 어린이들도 철도공단 사장에게 감사 편지를 잔뜩 보내왔다. 사장과 직원들은 더없이 기뻤다. 레일로도 어린이들의 꾸밈없는 순수함에 감동했다. 비록 어떤 이는 자신의 비전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지만, 생각보다 지구인들의 마음은 꽤 착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철도공단의 윤리 비전인 더 투명하고 더 공정하고 더 배려하는 청렴KR실현의밑바탕이 바로 대한민국 지구인들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비전의 실현을 위한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였다.


레일로는 춘천 레고랜드 직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레고랜드 직원들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레고랜드 안에 남북통일 열차 테마파크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남북통일 열차 테마파크 조성이 완성된 날, 철도공단 사장과 직원들, 그리고 춘천시민들이 모여 개장식을 열었다.


“우와. 우리의 비전이 작게나마 실현되었네.”

이루다가 호들갑을 떨었다.


“작게나마라니. ‘개인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라는 닐 암스트롱의 명언도 모르나. 철도공단과 레고랜드의 작은 발걸음이 곧 통일 한국을 이루는 열쇠가 될 걸세.”


나잘해도 어깨를 으쓱하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레일로와 철도공사 사장이 현판을 들고 왔다. 거기에는 철도공단 본사에도 세워진[국민을 잇는 철도, 세계를 여는 철도]라고 쓰여 있었다. 이것을 테마파크 입구에 걸었다.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개장식을 마쳤다.


모두가 돌아간 밤, 레일로는 혼자 레고랜드 남북통일 열차 테마파크에 남았다. 이제 다음 단계는 전국의 철도역에 <우리의 소원> 코너를 만들고 통일 열차 소망의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멀리 철도 은하 레일-628행성에서 레일로의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 나지막이 들렸다. 레일로는 씨익 웃으며 그들에게 윙크했다.


“친구들아, 조금만 기다려. 내 꿈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만 같아.”



*공모전 낙선작이지만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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