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늘 곁에 있다

어린이날 특집 <누구나 가슴속에 새 하나쯤 품을 수 있잖아요!>를 보고

by 루비
산비둘기.jpg 작년에 우리 학교에 날아온 산비둘기

작년 4월, 우리 학교 트리하우스에 산비둘기가 알을 낳고 부화시키고 갔다. 시골 학교에 몇 해 근무해 보았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반 아이들과 같이 잠깐 구경도 가고 생명존중교육과 연계하여 알 프로젝트 수업도 해보았다. 나는 아주 뜻깊고 행복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단 하루 몇 시간의 수업이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갔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린이날 즈음해서 뉴스에서 새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고 해서 호기심이 갔다. 프로그램명은 <누구나 가슴속에 새 하나쯤 품을 수 있잖아요!> 강원도 작은 시골 마을 분교에서 아이들이 새를 찾아 나선 이야기를 1년 간 촬영한 프로그램이다.


러닝타임이 50분이 채 되지 않아 분량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봄-여름-가을-겨울-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1년 간의 기록을 오롯이 담아냈다. 새와 함께 아이들의 성장모습도 볼 수 있어서 유익하다. 영상 중간중간 새의 모습과 이름, 간략한 특징이 소개되어서 새 백과를 보는 듯했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새부터 이름이 멋진 흰눈썹황금새, 어릴 적 친구의 별명이어서 그 친구를 떠올렸던 촉새,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한 할미새사촌, 보기만 해도 우아하게 느껴지는 황로와 중백로, 파랑새의 일종이라는 유리새, 바닷새인 쇠가마우지와 바다직박구리, 그리고 흔히 알 듯이 목소리가 아름다운 꾀꼬리, 그리고 유유히 걸어 다니는 모습이 고상한 두루미까지... 그외 정말 많은 새가 나와서 조류학자가 꿈이거나 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보기에는 무척 재밌을 것 같다.


이 아이들에게는 이화여대 탐조 동아리 ‘새랑’도 함께 했는데 그래서 더 전문적이고 많이 신경 쓴 것처럼 보였다. 어릴 땐 새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가 글을 쓰면서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졌는데 대학생 시절에 벌써 ‘새’라는 분야에 빠진 게 신기하게 느껴지고 대학생들과 초등학생이 한 팀이 되어 함께 새를 탐험해 나가는 모습이 교사인 나에게도 많은 자극을 주었다. 이참에 조류학자가 돼 보는 건 어떻겠냐고 아이를 격려해보기도 했다는 한 아이의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 나니 대치동 입시학원의 초등 의대 반과도 비교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주는 거야말로 진짜 좋은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아이의 어머니는 시력이 나빠져서 안경을 써야 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바깥 놀이를 많이 시켜주는 게 좋다고 해서 도시에서 이쪽 시골로 오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영상의 말미에 다른 큰 학교 옆을 지나가던 여자아이가 자신은 저런 학교는 싫다고 작고 아담한 학교가 좋다고 말하는 것에


“작고 아담한 학교가 좋구나?” “우리 학교처럼?” “응.”


오늘 우리반 아이와 나웠던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반 아이도 작년에 근처 도시의 큰 학교에서 전학 온 아이인데 우리 학교처럼 작은 학교가 뛰어놀기도 좋고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고 하였다. 게다가 큰 학교는 우리 학교에 있는 방방(트램펄린)도 없고 있어도 수많은 아이가 같이 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바로 오늘 나눈 대화!)


영상에는 아이다운 귀여움과 철없음이 공존하며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비가 오면 꽃에 물을 줄 수 있어서 좋다는 아이,


“먹구름이 밀려오니깐 기분이 좋아.”
“왜 기분이 좋아?”
“꽃에 물을 줘야 해서 비가 필요했어요.”


새를 찾으러 가다 말고 고양이에 한눈파는 아이, 물장난을 치는 아이, 혼자 비를 흠뻑 맞고 어른들이 부를법한 트로트를 부르는 아이 등. 영락없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에 새를 찾는 과정이 다 일상의 행복이구나 싶을 만큼 작은 시골 마을에서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진짜 파랑새(마테를링크의 동화에서 행복을 의미)를 찾은 아이들처럼….


새들이 모여 거대한 무리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장면은 파주 여행 시 철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봤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새들이 힘차게 울부짖으며 날아가는 모습에 한참을 바라봤던 추억이 있다. 그렇게 작은 새들이 모여서 한 마리 새처럼 장관을 이루듯이 강원도 시골 마을 분교 학교의 이 아이들도 함께 힘을 모아서 또 다른 꿈과 모험을 펼쳐가리라 믿는다.


“작은 새가 큰 새가 된 것처럼.”
“그렇게 날지 않니? 모든 새가 날 때.”
작은 우리가 모여 한 마리 새처럼.



누구나가슴속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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