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고, 그리 예쁜 소녀도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는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길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라 말이야”라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인걸.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하고 있던 그대로야. 마치 꿈만 같아”라고 소녀는 소년에게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p.26
서정적이면서 푸르른 녹음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청춘의 사랑 이야기 같은 이 소설은, 그러나 빛바랜 지난 추억의 사진처럼 아련하게 끝나고 만다. 마냥 행복할 수 있었던 그들에게는 ‘사소한 의심’이 피어올랐고 서로가 정말 운명인지 시험하려 들었고 결국엔 헤어졌고, 그 후 75퍼센트나 85퍼센트의 연애를 거쳤고 다시 만났을 땐 이제 그들도 더 이상 예전의 싱그러운 연인이 아니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픈 이야기였다. 매우 짧은 표제작이다.
결국 지나친 욕심과 의심이 불러온 참사인 걸까? 현재가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하면 그것이 정말 내 것이 맞는지 불안과 의심이 고개를 들고,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망쳐버리는 어리석은 연인들...
하지만 또 한 편 순도 100퍼센트의 연인이 만난다는 건 많은 불상사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한 곳이 아니고 온갖 시기와 질투, 음해, 루머, 거짓이 판을 치는 곳인데 어찌 순도 100퍼센트의 연인이 행복을 차지하는 걸 가만두고 보겠는가... 순도 100퍼센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처음의 사랑이 퇴색되는 슬픔을 겪었지만 그들은 결국 또 다른 순도 100퍼센트의 인연을 만나리라 믿는다! 어느새 5월도 끝나간다. 4월의 맑은 아침뿐만 아니라 6월의 맑은 아침에도 그런 연인들은 행복을 지어갈 것만 같다.
그런데 순도 100퍼센트의 연인이란 건 어떤 걸까? 이 짧은 소설에서는 그리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저 서로 질리지도 않고 계속 대화를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 꿈만 같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문득 지브리 애니 <귀를 기울이면>의 연인이 떠올랐다. 바이올린 장인과 소설가가 되고 싶은 서로의 꿈과 성장을 응원했던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 순도 100퍼센트란 어떤 이기심이나 이해타산이 들어가지 않은 서로에 대한 무한한 응원과 지지, 애정을 보여줄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함께이므로 인해 더 나아지고 발전해 가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상처럼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또는 남자)입니다."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데 분명 그렇게 느껴지는 이상형은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사람, 설사 조금 부족한 모습, 단점이 보이더라도 다 포용해주고 싶은, 사랑의 마음이 샘솟는 사람. 그런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순도 100퍼센트의 연인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