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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20. 2024

[질문수업] 하루살이는 왜 하루살이일까?

질문 프로젝트 수업 1차시

“하루살이는 왜 하루살이일까?”     

처음 하*이의 질문을 받았을 땐 당황스러우면서도 이내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분명 나도 어린 시절, 동네 골목을 걷다 보면 수많은 하루살이 떼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시절 내가 하*이와 같은 질문을 해 보았었나? 떠올려 보니 잘 기억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뭐 이런 당연한 질문을 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러한 질문이야말로 아이들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채워줄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준비했고 오늘 5교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그 수업을 실시했다.     


https://youtu.be/yCtQa5ajmpU?si=OuK-_OCIaDeBztAp


먼저 내셔널 지오그래픽 와일드의 <The 24-hour life of the mayfly>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주었다. 미시시피 강바닥과 주변 습지대를 촬영한 영상으로 하루살이의 일생을 짤막한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글 자막으로 재생되는 영상을 아이들은 유심히 보았다.      


T: 영상을 보고 무엇을 느꼈니?

S1: 재밌었어요.

S2:.....(무응답)

S3: 개구리가 하루살이를 안아줄게 안아줄게 하는 것 같았어요.     


소*는 하루살이를 잡아먹는 개구리를 '안아줄게 안아줄게' 이렇게 표현했다. 아이다운 발상이다. 교사인 나는 개구리가 하루살이를 잡아먹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아이들의 관찰력은 더욱 섬세하고 놀랍다는 것을 느꼈다. 안아줄 것처럼 다가가서 날름 하루살이를 잡아먹는 개구리에 아이들은 안타까움과 놀라움, 의외의 반전에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영상을 다시 한번 보기 전에 영상의 내레이션대로 미시시피강 곤충들이 하루살이를 먹는 축제를 벌인다고 알려주자 아이들은 자막에서 ‘축제’라는 표현이 나오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하루살이의 입장에서는 슬픈 일이지만, 개구리 떼의 입장에서는 축제이니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즉흥적으로 개구리와 하루살이의 먹고 먹히는 관계를 역할극으로 표현했다.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이 수업의 핵심 질문을 제시했다.     


<핵심 질문>

T: 하루살이는 왜 하루살이일까?


S4: 개구리에게 태어나자마자 먹히니깐요.

T: 개구리에게 먹히지 않으면 계속 살 수 있을까? 하루만 사는지 계속 사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S3: 하루살이를 잡아서 관찰해요.

T: 하루살이가 우리 마을에 있어?

S3: 진짜 많아요.  

T: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

S4: 인터넷을 검색해 봐요.

T: 또 책을 찾아볼 수도 있죠.  

    

그리고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하루살이입니다> 책을 실물화상기로 한 장씩 넘겨주며 읽어주었다. 그림책에서는 주인공인 하루살이가 실제로 하루살이가 하루만 사는 건 아니라고 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동기유발에서 보여준 대로 물속에서 애벌레로 오랜 시간 살고 애벌레에서 깨어난 후에 사는 기간이 거의 하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어요.
이제 정말 하루가 남았어요.
내 삶에 주어진 마지막 하루.”   -본문

  

게다가 허물을 벗은 후 입까지 사라진다고 하니 하루살이만의 놀라운 특징이다.

더불어 책 <반려곤충 키우기>라는 책을 소개해 주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햄스터, 강아지 등 동물을 키우는데 곤충에 관심 있는 학생은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하루살이의 하루밖에 되지 않은 생명의 유한성과 삶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애니메이션 <라바> 시즌 2 하루살이편을 보여주었다. 애벌레 레드가 하루살이와 매번 하루씩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우면서 슬프면서도 감동적인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https://youtu.be/khM-6JykUbc?si=XMChziex4ySpZ-c_


다음으로는 내가 직접 지은 동시인 <하루살이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하루살이처럼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해보고자 했는데 아직 저학년 학생들이라 삶의 유한성이나 죽음이라는 의미는 깊이 와닿지 않는지 아이들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우리 반은 MBTI 중 E(외향성)가 많다.) 그래서 이 분위기를 타고 바로 동시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외향적인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발표 기회도 꼭 주었다.  


    

내가 쓴 동시를 예시로 보여주어서 그런지 시가 너무 비슷하게 나온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아직 시 쓰기를 많이 해보지 않은 학생이라 일종의 모델링을 해준 것으로 생각하니 만족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시도 더러 보였다. 오늘은 편지 쓰기 방식으로 쓴 학생들도 있는데 다음에는 협력적 글쓰기로 시를 쓰거나 다른 유형의 글쓰기도 제시해 보아서 다양한 활동을 추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창조적인 표현의 기회를 주고 싶다. 전부다 발표를 해 보고 싶어 해서 4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알차게 채워졌다.         




 

T: 하루살이는 하루밖에 살지 못하지만 그만큼 삶이 소중하다는 것, 또한 생명과 자연생태계의 신비에 대해 느끼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느낀 점 발표해 볼까요?

S3: 하루살이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S4: 하루살이가 개구리에게 잡아먹힌다는 것을 알았어요.     


처음 시도해 본 아이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한 수업이 나조차도 즐겁고 다음 차시 수업이 기대가 된다. 아이들은 벌써 자신이 낸 질문은 언제 수업하냐고 귀엽게 재촉했다. 오늘은 첫 시간이라 교사 주도형으로 많이 진행되었지만 햇수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점점 더 많이 부여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학생들 스스로 자유탐구를 일상에서 즐기게 하도록 만들고 싶다. 아직은 어린아이들이라 발표 수준이나 표현력이 그리 높지 않지만 점차 발전하는 모습이 기대가 된다. 요즘은 정말 학교 가는 게 즐겁고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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