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수업은 윤*의 ‘자전거는 왜 혼자 탈 수 있을까?’를 핵심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학생들은 처음엔 이러한 질문을 한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자전거를 혼자 타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평소 유창성이 뛰어나고 다른 학생들에 비해 선생님의 지시 사항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윤*을 보면서 좀 더 고차원적인 생각을 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아마도 그건 자전거가 혼자 타도 쓰러지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자전거의 움직임 원리에 대한 수업방향을 설정했다.
지금의 우리 반 학생들을 보면 “나도 어릴 때 그랬었지~”하면서 공감 가는 순간도 있고, “나도 어릴 때 그랬었나?”하면서 고개가 갸우뚱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런 면에서 윤*는 후자이다.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스킨십을 하며 안기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하고 발표회 때에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반 친구들과 조금 동떨어질 때도 있으나 이날만큼은 윤*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친구가 되었다. 처음엔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학생들도 실제 모형 자전거를 선물 받자 “네 덕분이야. 질문 잘했어!”라며 추켜세워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의외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또한 교사의 안내도 역시나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모형 자전거를 선물하고 뜯어보는 동안 유튜브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열고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자이로스코프 작용?’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회전하는 바퀴는 손에서 떼어도 관성의 법칙에 따라 계속해서 회전하려는 성질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이를 통해 자전거를 혼자서 탈 때 쓰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저학년인 2, 3학년이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과학 원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맛보기만 하고 주 활동은 자전거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활동으로 수업을 구성해 보았다.
그림책 <자전거 도시>에 나온 여러 가지 상상의 자전거를 보여준 후, 활동지를 나눠주고 학생들에게도 자신만의 자전거를 상상해서 그려 보도록 했다. 그 결과 우리 반 학생들은 집을 싣고 다니는 자전거, 육각형 바퀴 자전거, 세 바퀴가 일렬로 붙은 자전거와 흔히 볼 수 있는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 기본 자전거를 그렸다. 9살, 10살 어린이 수준에서 창의적이고 재미난 자전거를 상상해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자전거를 세밀하게 그려본 이번 활동을 통해서 자전거에 좀 더 친숙함을 느낀 듯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수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점과 느낀 점을 물어보았다. 3학년은 '실제로 이런 자전거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자전거를 한번 타보고 싶다.'의 의견이 나왔고 2학년은 '다양한 자전거가 있었으면 좋겠다.', '재밌었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엔 자전거의 원리에 관한 호기심 어린 질문에서 시작된 수업이었지만, 학생들은 수업에 몰입하고 상상해 보고 그려보는 활동을 통해서 학교 수업이 재밌고 즐겁다는 것을 느꼈고, 다음 프로젝트 수업은 언제 하냐고 재촉하였다. 이번 수업은 활동 구성이 많고 난이도가 조금 어려운 점이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계속해서 수업을 발전해 나가서 스스로도 100% 만족하는 수업을 해나가고 싶다. 교사가 학생들을 사로잡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