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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선택

내가 좋아하는 건 왜 사람들이랑 다를까?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나

by 루비

나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스포츠나 재테크, 건강, 요리보다 철학이나 예술, 문학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면서 언제부턴가 이질감을 느끼고 사람들 사이에 벽이 생긴 것 같다. 처음엔 그 차이를 몰라서 막연히 나에게 적대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기에 서로 관심사가 다르고 그 차이를 인정할 줄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상대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고 우울해서 나를 점점 더 공격해 나갔고 고립됐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 만나는 게 두렵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대화 코드가 맞지 않아서 우울했을 때 딱 한 번 사람들과 신나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건 내가 마카오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해봤다고 이야기했을 때였다.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빠져드는 눈치였다. 그런데 나는 그런 도박류에 관심이 없어서 그 당시에도 5,000원어치만 하고 관뒀었기에 더 이상 그들에게 흥미를 줄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나에겐 마카오의 샌즈 카지노에서 게임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카지노 안에서 어느 라이브 가수가 부른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감상한 일이 더 기억에 남았다.


내 브런치 하루 방문자는 100명에서 200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가장 많이 조회수가 나온 글은 유럽 여행기고 3만 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가끔씩 다녀온 당일치기 여행이나 유쾌한 가족 영화에 관한 글도 조회수가 높게 나오고 최근에는 명품 가방에 관해 쓴 글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략적으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관심을 두는 주제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여행이나 오락거리처럼 즐거운 이야기나 세속적이고 자신을 치장해 줄 것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고 한 때 여행작가의 꿈을 꿔보기도 했지만 나는 여행작가에는 소질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가는 건 좋지만 업이 되는 건 힘들 것 같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과 공통된 관심사를 찾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그러면서 스스로 고독을 자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흔히 여자들의 주 관심사인 메이크업에도 정말 소질이 없고 즐겨 보지도 않는다.


이런 나 자신이 슬퍼지고 우울할 때도 있다. 어쩌면 내 기본 정서는 행복보다 불행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나를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억지로 즐거운 척해보려고 해도 내 관심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일반적이지 않다. 대학생 때 나는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독서 모임에 나가보았지만 쉽게 코드가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한 모임장 분이 내게 스페셜 회원이라며 기분 좋은 메시지를 보내주셨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이사를 기점으로 더 이상 모임에 나갈 수 없었다. 뮤지컬을 좋아해서 뮤지컬 모임에도 나가보았지만 회식 자리에서 이어지는 술자리가 주된 분위기여서 그 모임도 탈퇴했다. 이런 일들이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주류가 아닌 마이너한 감정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소설 <인간 실격>과 <호밀밭의 파수꾼>을 재밌게 읽었나 보다. 갑자기 영화 E.T가 생각난다. 외계 생명체인 E.T와 지구인 어린이가 손가락을 마주치던 그 순간의 감동. 나는 마이너 한 취향을 가졌고 인기도 별로 없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아주 행복할 것 같다. 영화 <빅피쉬>에서 남자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이렇게 고백한다. “인생의 사랑을 만나게 되면, 시간이 멈춘다는 말은 진실이야. 그러다 흘러가기 시작하면 못 잡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지." 나도 그러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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