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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방보다 소중한 추억

명품에 대한 단상

by 루비

중학생 시절에는 나는 친구들이 짝퉁 프라다 가방을 메고 다녀서 따라한 적이 있다. 딱히 명품 브랜드에 대한 욕망이라기보단 그냥 디자인 자체가 예뻐서 메고 싶었다. 치기 어린 시절에는 왠지 꼭 브랜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어린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나는 명품이랄 것도 없고 갖고 있는 가방 중 가장 비싼 가방은 70만 원짜리가 전부이다. 그렇다고 자주 들지도 않는다. 30만 원짜리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을 땐 반 학생이 얼마냐고 물어보며 엄마를 사주고 싶다고 말해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십 대 후반이었던 내가 산 그 가방은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들면 어색할 것도 같아서였다.


대학생 때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점퍼가 유행한다고 해서 참 가소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 이렇게 유행에 목말라할까? 나는 그런 유행이나 따지는 분위기가 싫었다.


하지만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어서 런던의 버버리 본점도 가보고, 파리의 루이뷔통 매장 본점도 가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비싼 거금을 들여서 명품백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일단 교사 월급은 너무 빤하고 이리 들어보고 저리 들어봐도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가끔 들고 있던 가방이나 소지품을 버스나 지하철에 두고 내리기도 하는 좀 산만한 여자이기 때문에.


하지만 명품 브랜드를 만든 창업자나 디자이너, 장인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노력과 예술성, 패션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혁신들은 높이 살만하다. 샤넬을 일으킨 코코샤넬이나 에르메스를 창업한 티에리 에르메스 등 선구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그런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재벌 그룹들이 있듯이.


우리 가족은 짠테크에 도가 텄는데 가끔 나는 반항아처럼 그럼 가족에게 딴지를 걸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 공감한다.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런 자원을 일회적인 소비에 지출하는 것이 아닌 나의 이야기가 가득한 물건에 소비하고 싶다. 예를 들어 나는 명품은 아니지만 베네치아에서 산 갈색 가죽 백팩을 소중히 아낀다. 베네치아 섬 수십 개를 건너다 만난 어느 골목길 상점에서 산 추억이 있는 가방이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는 윤리적 소비, 환경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는 게 바빠서 면밀히 조사해 본 건 아니지만, 앞으로 그런 곳에 집중하는 제품을 소비하고 싶다. 소비를 안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지만 한때 신발 하나를 사면 신발 하나를 제3세계에 지원하는 브랜드도 있었다. 법륜 스님의 행복학교에서는 ‘손텀장’을 신청한다. 손수건, 텀블러,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이다. 명품은 부유층의 상징이면서도 우리나라는 특히 전 국민의 과시 아이템이 되었지만, 내실을 채우는 그런 소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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