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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타 이사오와 스튜디오 지브리 세계로의 여행

세종문화회관 <타카하타 이사오 전>

by 루비

https://brunch.co.kr/@lizzie0220/181

예전에 써둔 글을 참고 바랍니다.^^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을 맨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 본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이다. 그때는 모든 만화영화를 섭렵할 정도로 저녁 먹고 만화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때는 감독이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을 다시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께서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나는 지브리의 작품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 후로 <반딧불이의 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추억은 방울방울> 등을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2011년, 도쿄에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에 방문할 당시만 해도 나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끼친 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었다. 지브리의 거장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타카하타 이사오, 스즈키 토시오 세 분이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등이 다른 작품들보다도 더 작품성 및 대중성을 인정받아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예전에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스토리>라는 책에서도 보았지만 셋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작품들은 실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각자의 공이 지대하다. 오늘 전시회 속 한 영상에서도 타카하타 이사오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난 것에 대해 실로 큰 행운으로 여겼으며 함께해서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전시회는 타카하타 이사오의 작품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서 타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을 한눈에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봤던 작품들은 다시 보니 반가워서 좋았고, 알고는 있었지만 본 적 없는 작품들은 새로운 정보를 알아가는 점이 좋았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은 작품은 볼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명화 극장> 코너에서 짤막하게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이디가 알프스 산자락에서 뛰놀다가 옷을 훌러덩훌러덩 벗어던지고 속옷만 입고 뛰노는 장면인데 전시회에서는 이를 어린이의 해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순수한 하이디가 처음에는 땋은 머리로 스케치되었다가 숏컷으로 최종 결정된 과정도 흥미로웠고 알프스 지역을 묘사하기 위해 스위스 현지 로케이션을 처음으로 갔다는 영상에서는 나의 스위스 여행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한 타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은 아니지만 <나무를 심은 사람> 애니메이션도 소개가 되었는데 감독인 프레데릭 백과 타카하타 이사오의 교류도 인상적이었다. 타카하타 이사 오는 이 작품의 물 흐르듯 표현하는 기법에 영향을 받아서 <가구야 공주 이야기>에 선의 느낌을 활용하였다고 하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한 인물들끼리 깊은 우정을 나누고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나도 내 위치에서 열정을 다하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우정의 교류를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였다.


한편 약간의 허무함도 느껴졌다. 故 이어령 작가님 전시회에서도 느꼈는데 인류사에 한 획을 그으신 분들도 결국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게 슬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전시회를 열고 인생작품들을 기리는 게 더없이 존경스럽기도 했다. 이름 없이 살다 간 분들의 인생도 소중하지만, 무언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신 분들의 인생도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감동과 많은 배움을 안겨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서 아쉬웠다. 도쿄의 스튜디오 지브리 방문할 때도 사진 촬영이 금지라서 야외 촬영한 사진 일부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때 봤던 작업실의 책상과 비슷한 책상을 이번에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책상에 앉아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작업물 하나하나에 혼과 정열을 바친 감독들의 열정이 감탄스러웠다. 전시회에는 모든 작품마다 원화와 콘티, 작업일지가 함께 전시가 되어있다. 이렇게 수작업으로 공을 들인 작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로 제작된다는 게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다.


힘든 수능공부를 하던 시절과 빽빽한 조모임으로 가득 찼던 대학생 시절, 나에게 커다란 쉼과 안식처를 제공해 준 타카하타 감독의 지브리의 작품들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회는 나에게 추억을 상기시킨 행복한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유튜브에서 지브리의 음악 감독인 히사이시조의 지브리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했다. 언젠가는 히사이시조의 오케스트라 공연도 꼭 집적 가보고 싶다. 힘들고 지칠 때 행복한 순간을 안겨준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 준 지브리의 관계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L4XTJao2iLA?si=4RrrxuioIfTz3-Fy 히사이시 조의 스튜디오 지브리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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