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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07. 2021

지브리 좋아하는 게 뭐 어때서

애니메이션 덕후의 이야기


    

 지브리와 디즈니를 매우 좋아한다. 디즈니는 취향 따라 본 애니메이션도 있고 안 본 애니메이션도 있지만 지브리에서 나온 애니메이션은 거의 다 봤다. 지브리와 디즈니를 좋아해서인지 2011년에는 도쿄에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디즈니랜드를 다녀오기도 했다. 한 번뿐인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마저도 나에게는 최고의 기쁨이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이 다 큰 성인이 지브리와 디즈니를 좋아한다고 하면 폄하하고 무시하는 게 속상해서이다. 이번 글에서는 무엇보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다뤄볼까 한다.

(왼) 토토로 표지판, (가운데) 고양이 버스, (오) 스튜디오 지브리 입장권
(왼) 스튜디오 지브리 야외 (오) 스튜디오 지브리 옥상에 있는 거신병

 난 그저 고등학생 때부터 진도를 마치고 시간 날 때 선생님들이 틀어준 지브리 애니에 반해 즐겨 보던 게 취미가 되었고 자연스러웠기에 내 주변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는 까맣게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고등학생 때 해외 펜팔을 즐겨했는데 그때 외국인 친구를 찾기 위해 해외 펜팔 사이트에 등록된 외국인 친구들의 소개를 보면 만화를 좋아해서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미국이나 유럽 소년, 소녀들이 많았었다. 난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도 좋은 게 많은데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더 관심 가지고 응원했다. 하지만 이런 나를 대학생 시절 내 주변 사람들은 그저 어리고 유치하게만 바라봤다. 정작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은 그 심오한 사상에 흥미를 잃고 졸면서 보기도 하는 데 말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작품성의 수준이 높다.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 배달부 키키>처럼 어린이들까지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도 많지만 <붉은 돼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원령 공주>,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처럼 어린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자연에 대한 사랑, 평화주의 사상, 물질문명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도 많다.

 또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이자 프로듀서 인 스즈키 도시오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스토리>란 책에서 밝혔듯이 어떤 면에서는 디즈니를 능가하기도 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기법이다. 예를 들어 월트 디즈니가 만든 예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캐릭터를 움직일 때 극단적으로 말하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니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앞에서 뒤로 가거나 뒤에서 앞으로 오는 구도는 만든 적이 없었다. 평면에 그린 그림으로 그런 움직임에 리얼리티를 준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카하타 씨는 그것을 너무나 하고 싶어 했다. 디즈니가 하지 않은 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미야자키 씨와 함께 연구하고 시험해 왔던 것이다. 정말 선구자적인 도전이었다. /책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스토리 중  


 스튜디오 지브리의 철학에도 무척 존경심이 든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핵심 멤버인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스즈키 도시오는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한다는 생각이 작품성과 재미, 수익을 모두 가져다준 것이다.


때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수익을 가져온다. <토토로>는 흥행과 수익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귀중한 것을 시사해 준 작품이다. 사실 '이익을 보지 않아도 좋다'라는 마음으로 임한 것이 결과적으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미야자키 씨가 항상 말하는 영화 제작의 3대 원칙이 있다.

'재미있을 것'
'만들 만한 가치가 있을 것'
'돈을 벌 것'

영화란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주제가 좋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것도 장사이므로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그는 젊은 스태프들에게 이 3대 원칙을 반드시 이야기한다. /책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스토리 중


 지브리 애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바다가 들린다>이다. 바다가 들린다는 고등학생 때 아니면 대학 새내기 시절에 봤던 걸로 기억한다. 고등학생들의 첫사랑 이야기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이 애니메이션 주인공 소녀 역시 도쿄에서 지방으로 전학을 가서 겪은 일화라 더 공감이 갔다. 서정적인 장면과 주옥같은 OST가 내 가슴에 촉촉이 사무치게 남았다.  


 네버랜드를 꿈꿨던 마이클 잭슨은 세상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다 비참하게 죽음을 당했다. 니체는 우리 모두에게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 동심을 꿈꾸면 이미 사회의 때가 심하게 묻은 사람들은 야멸차게 무시하기도 한다. 어린이날을 제정했던 방정환 선생님은 지하에서 통곡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어른이지 어린이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순수하게 살고 싶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싶다. 지브리의 바다가 들린다, 원령공주, 마녀 배달부 키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등 나의 꿈과 희망이 되었던 작품들은 언제까지나 내 가슴속에 함께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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