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지구를 만난 건 그야말로 우주적으로 멋진 랑데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시리즈에 너무 예쁜 사람이 출연했다. 외모 보다도 속에서부터 예쁨이 뿜어져 나오는 사람이었는데, 긴 토크로 이루어진 방송에서 어쩜 하는 말도 예뻤다. 그게 심채경 박사다. 한국에 몇 없는 달 연구자인 그녀를 진작 알지 못했던 게 후회스럽다가도 박사님의 예쁨을 한껏 담아준 tvn에 감사하며 그녀의 첫 에세이를 읽어보았다. 그녀가 예뻐 보인 이유들이 책을 통해 밝혀졌다.
심 박사님이 천문학을 대하는 자세는 자부심이나 사명감이 아닌 또 다른 종류의 직업의식이다. 단순한 사랑 그 자체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하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끝이 없을 것 같은 답 찾기에 온 열정과 마음을 쏟는 마음이 예쁘다.
하지만 심 박사님은 대학원생, 연구자로서의 삶이 절대 별처럼 초롱초롱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게 녹록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그녀는 국민의 혈세를 받아 시간과 공을 들여 결과물을 제출해야 하는 계약직 연구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녀의 현실은 저녁 회식자리에서 동료가 “애는 어쩌고? “란 질문을 공 던진 듯 받는 것이고, ”부모 노릇도 연구자 노릇도 절반쯤만 할 수 있는 날“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야무진 그녀가 부모로서, 연구자로서 100%를 해내기 위해 200%의 노력을 쏟는 다고 믿는다.
심 박사님은 낭만이 넘치는 과학자이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다. ’ 알쓸인잡‘에서도 언급되었듯, 의외로 과학자들이 이상주의가 많고 문과 전공자 중에 현실파가 많다고 한다.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는 작업은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같은 가사처럼 환상적이지 않지만 그 작업장의 현실을 서술하는 글 속에서도 박사님은 낭만을 잃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녀는 “별에서 태어나 우주 먼지로 떠돌던 우리가 이 지구를 만난 건 그야말로 우주적으로 멋진 랑데부”라고 말하면서 우리 또한 우주비행사만큼이나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라며 에세이를 마무리한다.
천문학 강의가 조금 보태진, 예쁜 사람의 삶의 구석구석이 담긴 낭만적 에세이다. “강추”하는 경우가 많이 없는데,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