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0개월 살기 시작
정말 어쩌다 보니 이탈리아에서 1년동안 공부하게 된 나는 온갖 부러움을 샀다. 미식의 나라이자 중세 시대의 건축물들과 가장 트렌디한 패션 문화가 공존하는 곳. 무려 유럽에서, 한달살기도 아닌 1년 살기를 하게된 미래의 나를 나 조차 부러워했으니 남들의 부러움과 축하는 내가 이탈리아로 떠나오기 몇달 전부터 끊임 없었다.
팡파레는 몇달 동안 이어졌지만 서른살의 나는 알고 있었다. 아름다운 환상 넘어서엔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내가 마주해야할 현실들은 숨어있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뿐이란걸 지난 삼십년동안 수차례 새로운 곳에 정착했다 떠나길 반복했던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나의 10개월짜리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했다.
5살 때부터 꿈의 도시였던 뉴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높은 건물들이 그리는 웅장한 스카이라인 사이로 비추는 화려한 조명들 속엔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사이로 지나다니는 쥐, 크고 작은 범죄들, 쾌적과는 거리가 먼 지하철, 영화 속 인물과는 달리 작고 컴컴한 단칸방에 살아야 하는 현실이 있었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이지만 현실은 낭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좁은 델리에서 소리 지르며 베이글을 주문하거나 술에 취한 거리에서 $1 짜리 피자 한 조각을 사서 길거리에서 먹는걸 낭만이라고 여기게 된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 진다는건 그런거다.
여행이란 익숙한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도구이다.
여행이란 익숙한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도구이다. 낯선 곳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것들, 윈치 않던 이질감, 깨지는 환상들을 시리즈로 맛본 후 눈을 감고도 동선이 파악되는 내 집에서 익숙한 수압으로 샤워를 하고 내 몸이 기억하는 침대에 잠을 청하는 것만으로 비루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에 감사하게 되는 것. 어쩌면 우린 그 단순한걸 깨닫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고, 숙소를 잡고, 캐리어를 질질 끌며 말이 안통해 손짓 발짓으로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시간을 견디고 또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