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매니아가 만난 독서와 달리기의 완벽한 궁합
코로나 시기 동안 나는 2년 넘게 가족 외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친구, 전 직장 동료, 형, 누나, 동생 모두와의 만남을 자제했고, 팬데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있었지만, 이는 나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외향적인 성격이다. 회사 생활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나 회식 자리에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동료들과는 항상 유쾌하게 지냈고,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내가 주로 대화를 이끌었으며, 말하기를 즐기는 '토크꾼' 이었다.
그런 내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것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꽤 의외의 선택으로 느껴진다. 사실, 독서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나의 취미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주말마다 클럽에 가는 것이 나의 주된 즐거움이었고, 클럽매니아 카페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조각’(N/1해서 클럽에서 테이블 예약 잡는 것)을 통해 술을 마시고, 여자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클럽의 물란함과 화려한 분위기, 그리고 그 열광적인 에너지가 나에게는 큰 즐거움을 주었다.
그 열광적인 에너지가 온몸을 휘감고, 술잔을 기울일수록 음악은 점점 더 깊게 울리며, 그 리듬은 나의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마치 시간마저 멈춘 듯한 착각 속에서, 나는 자신을 더욱 풀어놓으며 자유로움을 갈망하게 되었다.
이 열광적인 순간을 완성하는 것은 화려한 여성들의 존재였다. 그들의 빛나는 외모는 어두운 조명 속에서 더 돋보이며, 분위기는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완벽한 환상을 만들어냈다. 술기운에 흐려진 시야 속에서 여성들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고, 술은 더 달콤해지며, 음악은 마치 감각을 지배하는 듯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 순간의 모든 것은 현실을 넘어선 완벽한 해방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 본질은 일시적인 자극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그 뜨거운 에너지와 화려한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고, 그 순간들이 진정한 자유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에너지가 주는 흥분은 점차 공허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매번 반복되는 소음과 열광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괴롭혔다. 나는 내가 정말로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곳에서 진정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좇았지만, 그 자극들이 진정한 만족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지나치게 집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나는 언제나 남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썼지만, 정작 나 자신과는 제대로 마주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 생각은 마침 클럽이 팬데믹으로 인해 문을 닫으면서 더욱 깊어졌다.
팬데믹으로 인한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인간관계, 꿈, 돈, 그리고 직업과 같은 삶의 문제들을 진지하게 성찰하기 시작했다. 답을 찾고자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었고, 처음에는 고뇌에서 시작된 독서가 점차 나의 일상이 되었다. 책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클럽에서 느꼈던 순간적인 해방감과는 달리, 독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를 천천히 성찰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내 삶은 이전보다 더 차분하고 충만한 방향으로 변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어느새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에 깊이 빠져들었고, 그렇게 2년을 책과 함께 보낸 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도 놀랐다. 많은 사람들은 2년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낸 것이 외롭지 않았느냐고 묻곤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관계에서 오는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물질적 가치에 대한 회의감과 혐오감은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그러한 감정들 속에서 책은 나에게 진정한 위로와 친구가 되어주었다.
매일 독서에 몰두하고 사색에 잠기는 시간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잊게 만들었고, 사람들과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깊이 마주하는 과정은 점차 내면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클럽과 밤문화 속에서 해방감을 추구하던 내가 이제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인으로 변해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외적 자극이 아닌 내면의 성장을 통해 느끼는 자유와 평온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독서를 통해 가장 먼저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는 내가 10년 넘게 피워오던 담배를 끊게 된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독서를 시작한 후 단 한 번의 시도로 담배를 완전히 끊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1년이 지난후에 그 답을 발견하게 되었다. 담배를 끊는 것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건강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남을 배려하고 희생하는 것을 우선시해온 한국 문화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돌보고 아끼는 법을 독서를 통해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담배를 끊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점점 더 절감하게 되었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독서와 달리기가 서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깨달았다.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한 지 3년쯤 되었을 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하루키는 달리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매일 10km씩 달리며, 1년에 한 번은 마라톤 대회를 완주했다고 한다.
하루키는 "양을 쫓는 모험"을 쓰고 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그도 달리기 덕분에 담배를 끊을 수 있었고, 만약 지금도 달리기를 하고 있다면, 40년 넘게 그 습관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하루키는 달리기, 독서, 그리고 글쓰기가 서로를 보완하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여겼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그에게 있어서 달리기와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을 잃지 않고 몰입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 일관성 있는 루틴을 통해 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러한 자제력과 균형감각으로 형성된 습관과 루틴이 그가 성실한 러너이자 세계적인 소설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루키는 "성숙한 인간의 완성은 자제에서 온다"고 말하며, 자제력을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그의 철학은 단순히 달리기나 그의 책을 넘어 삶 전반에 걸쳐 적용되었고, "노력하고 절제하지 않으면 인생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추구했다. 하루키에게 있어서 달리기와 독서, 그리고 글쓰기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자제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발전시키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는 달리기와 책을 통해 자신을 깊이 탐구하고, 내면의 고립과 단절을 극복하며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치유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인내와 성찰은 그의 작품에 깊이를 더해주었고, 그를 세계적인 소설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하루키는 자신이 성실한 러너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소설가가 될 수 있었다고 자주 언급했다.
달리기와 책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며, 그의 삶과 작품에 긴밀하게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을 통해 하루키는 자신의 여러 정체성 중에서 무엇이 자신을 진정으로 완성시켜주는지, 무엇이 자신의 천성에 가까운지 고민하게 되었다.
하루키는 예술 활동이 때로는 부정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할 수 있는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성장의 과정이라고 본다. 그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고 함께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철학은 하루키가 삶과 예술, 그리고 자기 자신을 대할 때, 상반된 요소들 간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그의 책의 많은 부분을 아침마다 달리며 배웠다고 말한다. 정적인 독서나 글쓰기 과정에서 얻기 힘든 깨달음이나 통찰을, 동적인 달리기 과정에서 체득하며 이를 글쓰기에 녹여낸다. 그가 달리기를 통해 얻은 리듬과 몰입의 철학은, 그가 끊임없이 자신을 보강하고 성장시켜온 핵심 요소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하루키의 철학은 나의 달리기에 대한 생각과 깊이 맞닿아 있다.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신체 활동, 특히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단순히 체력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뇌 기능과 자제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달리기는 신경전달물질인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화학적 변화는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유지하게 하고, 나아가 자제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상에서의 자제력이 형성된다. 달리기를 통해 신체와 마음의 균형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흡연과 과음과 같은 나쁜 습관에서 멀어지게 되고, 보다 건강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달리기는 니코틴 중독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는 달리기가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거나, 술을 적당히 마시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게 된다.
또한, 달리기는 식욕을 조절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규칙적인 운동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신체가 더 건강한 음식을 요구하도록 만든다. 하루키의 철학처럼, 달리기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은 우리 삶에 규칙성을 부여하고, 자제력과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이 달리기에 특화된 신체 구조를 지녔다는 것은 여러 연구와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 중 하나가 "인간 vs 말 경주"로 잘 알려진 대회다. 1980년 웨일스에서 시작된 이 경주는 인간과 말 중 누가 장거리에서 더 빠른지를 겨루는 대회로, 장거리 달리기에서 인간의 신체적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주에서 말이 승리했지만, 인간이 승리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2004년, 2007년, 2022년 경주에서 인간이 말을 제치고 승리한 기록은 인간의 신체가 장거리 달리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입증한다.
이러한 승리는 인간의 효율적인 땀 배출과 체온 조절 능력, 그리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뛰어난 능력 덕분이다. 인간은 더운 환경에서도 장시간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으며, 이를 통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장거리에서 더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반면, 단거리에서 뛰어난 치타나 사자 같은 동물들은 땀을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거리에서 불리하다. 대부분의 육지 동물들은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처럼 인간은 진화적으로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한 신체를 가지고 있으며, 나는 이를 통해 달리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인간 본연의 능력을 발휘하는 행복한 활동으로 생각한다.
장거리 달리기는 인간의 본능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장시간 이동하며 사냥을 했고, 이러한 생활 방식이 인간의 신체를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하게 발달시켰다.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인간 DNA에 깊이 뿌리박힌 활동이며, 본능적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달리면서 생존해왔고, 이러한 활동이 우리의 신체와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어느 순간 그것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다. 이는 우리의 몸과 뇌가 달리기에 잘 적응한다는 증거다. 특히 달리기는 도파민, 엔도르핀, 엔도카나비노이드 같은 긍정적인 화학물질을 분비시켜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우울증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달리기를 지속하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으며, 이는 달리기가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한국처럼 산과 강, 공원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달리기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단순히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자주 느끼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는 기분 전환과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삶에서 지속적인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꾸준한 움직임이 필수적이다. 그중에서도 달리기는 인간의 신체 구조에 가장 적합한 활동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인간의 본능 깊숙이에는 끊임없이 움직이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의 뇌와 감정, 더 나아가 삶의 질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감정이나 정신 상태가 신체의 움직임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신체가 활발히 움직일 때, 뇌와 감정에 더 큰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
내가 2년간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면서도 외로움이나 정신적 문제를 겪지 않았던 이유는 꾸준한 달리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6km씩 30분간 달리면서 체력의 극대화를 경험했고, 그로 인해 개인적인 체력면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가 10대가 아닌 30대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달리기는 단순히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 이상이었다. 독서가 정신 건강을 지탱해주었다면, 달리기는 내 몸과 마음을 움직여 삶의 활력을 더해주었다. 두 활동은 나에게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고, 이를 통해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집중력도 크게 향상되었다.
달리기와 독서는 이제 나의 정체성 일부가 되었다. 이 두 가지 활동만으로도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고, 완전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우울하거나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싶다면 달리기를 시작하라"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여기에 독서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인다. 달리기를 통해 몸을 움직이고, 독서를 통해 마음을 성장시키는 이 두 활동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삶의 원동력과 행복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