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대왕 지도사례-ADHD지도

by 이종대왕

새 학기, 우리 반에는 소위 ‘별’이 달린 ADHD 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인수인계 때부터 말이 끝도 없이 많고, 약 복용도 불규칙하며, 전형적인 주의력 결핍 특성을 모두 가진 아이라고 전해 들었죠.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번호순으로 배정된 맨 뒷자리에 앉은 이 아이는 1분 남짓 늦게 교실에 들어서면서도, 남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어디 앉아요? 저 실내화 좀 갈아 신고 올게요!" 저는 그 모습을 그저 미소로 지켜보았습니다.


본격적인 지도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급의 '4원칙'을 설명하자마자 말을 툭 내뱉는 아이를 직접 지적하는 대신, 손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을 크게 칭찬했습니다. 그러자 본인도 인정받고 싶었는지 이내 손을 번쩍 들고 기다리더군요. 저는 놓치지 않고 극찬을 해주었습니다. 물론 내일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다정하게 "손을 들고 말해야 한단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아이의 몸에 습관이 배기를 기다릴 계획입니다.


어느 날 쉬는 시간, 아이가 색종이를 찾기에 색지 한 장을 건네주었습니다. 얼마 뒤 아이는 대·중·소 사이즈의 종이 개구리 세 마리를 접어와 제게 자랑을 늘어놓더군요. 어릴 적 삼촌이 개구리를 구워줬던 이야기까지 봇물 터지듯 쏟아냈습니다. 저는 "그래그래, 참 재밌었겠네"라며 가볍게 맞장구쳐 주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였습니다. 그 아이의 책상 밑은 종이 조각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죠.


다음 날, 저는 아이를 나무라는 대신 조용히 불러 '산책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 어린 시절 을 얘기하며 아이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선생님도 어릴 때 너처럼 책상 밑 정리가 참 안 됐어. 사진 보니 어때? 다른 친구들에 비해 네 자리 밑이 조금 심하긴 하지? 그동안 이 일로 잔소리도 많이 듣고 혼나기도 했을 거야." 아이의 눈이 커지며 대답했습니다.


"네, 진짜 많이 혼났어요."


"선생님도 그랬으니까 너를 혼내지 않을 거야. 한 번에 바뀔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거든. 그래서 색종이 접기를 아예 금지할까 생각도 했지만, 예쁘게 접어와 자랑하던 네 모습이 생각나서 그러지 않기로 했어. 수업 시간만 아니라면 언제든 접어도 좋아. 대신 선생님이랑 약속 하나만 하자. 평소엔 조금 지저분해도 괜찮아. 하지만 선생님이 '이제는 치워야겠다'라고 말할 때나 다 같이 청소하는 시간에는 군말 없이 씩씩하게 '네!' 하고 치우는 거야. 이 약속만 지켜준다면 선생님은 잔소리하지 않을게. 할 수 있겠니?"


아이는 밝게 웃으며 "네! 그럼 지금 가서 바로 할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하교 후 아이의 자리를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ADHD 학생들에게 사소한 잘못을 일일이 지적하는 것은 독이 됩니다.

그들은 이미 평생 들을 양의 잔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선택한 방식은

'기준선(Threshold)을 낮추어 내 편으로 만들고, 결정적인 순간에만 확실한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약이 해결해 줄 부분은 인정하고, 교사는 아이와 신뢰를 쌓으며 조금씩 변화의 틈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KakaoTalk_20260304_173243205_02.jpg

(하교한 뒤 아이의 깨끗해진 아이 책상)

작가의 이전글이종대왕 지도사례-무리 해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