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사판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에

by 모놀 이종원





2241434B55E9C67C041BD5


태양이 작렬하는 나라 스페인. 그 한복판에는 바르셀로나가 있고 그 정점에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서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행기 타고 민박집에 대충 여장을 풀고 지하철 타고 달려간 곳이 이곳 성가족 성당이다. 지하철 계단을 올라서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성당을 볼 때 그 희열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에서 4일을 머무는 동안 4일을 시간을 달리해 찾아갔으니 가우디의 유혹에 단단히 넘어간 것 같다.


성당의 첫인상은 딱딱한 돌집에 아니라 이글거리는 이베리아 태양빛을 받고 자란 옥수수처럼 보였다. 지금도 대서양의 기운과 스페인 사람들의 열정으로 몸집을 불려 나가는 것 같다.


21289D4D55E9C6142E7063

성당은 지중해를 밝히는 등대로 바르셀로나의 아이콘임이 틀림없다. 야트마한 건물에 우뚝 솟은 선지자라고 할까

첨탑은 지금은 8개지만 총 18개가 올라갈 예정이다. 문명 덕에 고속 엘리베이터와 성능 좋은 클레인이 있어 일의 진행속도가 빨라 2026년 가우디 사후 100년째 되는 해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2626AE4855E9C67109E2D4

초창기 성 당 모습


성가족 성당은 성경 한 권을 건물로 표현하고 있다. 예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우디는 예수탄 생의 파사드만 완성하고 나머지는 그를 흠모하는 제자들의 몫이 되었다 초창기 20년은 공사대금이 없어 거의 진척되지 못했다. 나머지 20년은 가우디의 불꽃같은 삶을 바쳤다. 사후에 그가 남긴 도면과 노트를 통해 전 세계 가우디의 후예들이 그의 뜻을 받들어 나머지 공사를 하고 있다. 성가족의 의미는 바로 이런 나눔의 정신이 아닐까.




2126914D55E9C613303223

왕가나 부자들의 뭉치돈으로 교회를 세운 것이 아니라 입장료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입장료를 내고 성당을 둘러보는 자체가 벽돌 한 장 세우는 것과 같다.


큰 성당은 대개 부자들이 돈을 댔다. 그 이유는 성당 지하 묘지에 묻히기 위해서다.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니 부자들의 묘가 없다. 이 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파사드의 조각만 봐도 예수의 삶을 알 수 있도록 꾸며졌다.

중세 위압적인 교회가 아니라 헐벗고 힘없는 자들을 위한 교회다. 초창기 겸손과 순명의 순명의 교회로 돌아간 것이다.



26492D4955E9C62B0ED073

완성된 모형. 가운데 가장 예수를 상징한 첨탑이 들어서게 된다. 그 꼭대기에는 가우디의 상징인 입체 십자가를 올릴 것이다.


2476415055E9C62024478E

2026년 완공 목표로 삼고 있다. 탄생-영광-수난 각 파사드마다 4기의 탑을 세우게 되는데 그럼 총 12기, 예수의 제자를 의미한다. 4기는 4대 복음서. 중앙의 가장 큰 탑은 예수를 상징한다. 앞으로 11년 동안 10기의 탑을 세워야 한다.


2334CD4A55E9C67E1BCD7C

이곳을 효율적으로 보려면 동쪽 파사드- 남쪽 파사드-서쪽 파사드- 북쪽 순으로 돌면 된다. 우선 먼발치에서 전체를 파악하고 그리고 나서 가까이 마지막으로 내부와 지하 전시실을 둘러보면 전체를 이해하기 편하다.

동쪽 파사드 앞은 연못이 조성되어 있어 해 질 무렵 물에 비친 성가족 성당을 보는 맛이 좋다. 해가 동쪽에서 비치기 때문에 되도록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275FA44D55E9C617034DB5

서쪽 파사드 앞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숲에서 바라보는 첨탑이 싱그럽다.



2265744F55E9C683232D06

동쪽 파사드는 예수의 일생을 담고 있다. 가우디가 직접 설계하고 건물을 올린 곳이니 되도록 이곳에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다. 딱딱한 화강암이 아니라 해변에 세운 모래성처럼 자연스럽다. 바닷물에 젖은 모래가 흘러내릴 것 같아. 직선이 아닌 곡선 그리고 율동미가 가우디 건축의 기본이다.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가운데는 예수, 나머지 두 곳은 어머니 마리아와 요셉의 구역으로 나뉜다. 성가족 교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45A434F55E9C6842B5CE4

옥수수 같은 첨탑은 하늘을 받들고 있었다. 170 미터의 첨탑은 앙코르와트의 신전을 닮았다. 첨탑 가운데 생명의 나무를 심었고 그것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날고 있다. 나무 아래 'JHS' 글씨는 '예수는 인류의 구원자'라는 의미다.

탑신에는 sanctus. 거룩하도다.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전무후무한 모양의 첨탑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24161C4B55E9C67B249D06

카탈루니아의 성산인 몬세라트 수도원 뒷산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데 카탈루니아를 보호하는 성산이며 검은 마리아가 발견된 성지다. 스페인이야말로 유럽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곳으로 가우디는 형이상학적인 문양에 심취하고 자연적인 풍경을 보면서 자랐다. 자연주의와 다양성과 파격 그이 건축의 특징이다.



24548E4F55E9C684314D83

예수에게 바치는 제사 음식으로 보면 된다. 각종 과일이 교회를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가우디를 사랑하는 일본인 조각가가 만든 것이다.



2324005055E9C62604E65D

100년의 세월 때문에 화강암은 칙칙한 때가 묻어 있다 요즘 올린 석재는 우윳빛처럼 하얗다. 세월의 차이에 따라 돌의 다양한 색감을 볼 수 있다.



2219D94A55E9C680300F40

중앙의 별을 중심으로 예수의 삶을 탄생과 성장과정을 그려 넣었다. 나무와 숲. 동물이 등장한다.


27215D4A55E9C67F2AAE0D

순명하는 마리아. 수태고지 장면이다.



2763905055E9C6213556A2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아들 예수의 선물이다.


260DA34A55E9C682312837

왼쪽에 바르셀로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려나무를 기둥으로 삼았고 그 위에 천사가 나팔을 불고 있다.


2276FC5055E9C624242829

아기 예수의 탄생



21552E4F55E9C62D2FD9B8

동방박사의 경배...왼쪽에 동쪽 청동문은 덩굴로 만들어졌다. 자연을 사랑하는 가우디의 심성이 보인다.



2444CE4955E9C628113187

오른쪽은 목동들이 경배하고 있다. 발아래 아래 포도, 오렌지 등 과일이 파릇파릇


2722BF4955E9C62A2CDCBC

해롯 왕이 3세 미만의 아이들을 죽이라고 명령하게 된다. 아주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얼마 전 터키의 해변의 발견된 시리아 아이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가우디는 병원에서 아기 시체를 보고 본떠 왔다고 한다.


242A824955E9C62924F00E

그렇지만 예수는 이집트로 피신하게 된다.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는 요셉은 가우디의 얼굴이란다. 가우디에 대한 예우와 존경의 표현이다.



260EC85055E9C62114E010

유년기 아기 예수


261A604955E9C62B3197C3

청년 예수는 목수다. 하얀 손이 눈에 띈다.



2438F74D55E9C61620C6AE

동쪽 예수의 파사드를 다 보고 나서 성당 왼쪽으로 휘감아 돌며 남쪽 영광의 파사드가 나온다. 지금 한창 공사 중인데 바로 이곳에 첨탑 4기가 올라갈 것이다. 영광의 파사드는 성당 정문이 될 장소다.

영광의 파사드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데 모세의 십계, 노아의 방주 등의 이야기를 담는단다.


276B0A5055E9C6242FBA51

청동문 입구는 '주여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주의 기도를 50개 언어로 돋을새김해 놓았다.


2455EF4955E9C636053070

물론 한글도 볼 수 있다.



2478415055E9C61E2321D9

서쪽 파사드는 요즘 한참 공사 중이다. 가우디만 30년을 연구한 일본 조각가 작품이다. 동방의 이방인이 가우디의 제자가 될 줄은 그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220EC85055E9C66D15149F

인부들의 자녀들을 공부시킨 학교. 이렇게 인부들에게도 세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2372E84855E9C6722BD420

수난의 파사드는 이야기가 지그재그 동선을 거처 부활로 끝을 맺는다. 가우디의 스케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2145885055EA7A822ECE9B

삼각형의 꼭짓점을 통해 천상과 인간 세계를 구분하고 있다. 맨꼭대기에 부활의 예수 입상을 볼 수 있다.


2110424B55E9C6792956ED

가우디가 죽고 나서 그 뒤를 이은 조각가 수비라치. 선과 면을 이용한 추상적 기법을 사용했다.



2756694D55E9C6190991A8

수난의 십자가 그리고 부활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726895055E9C6690300F5

닭이 울기 전 3번이나 예수를 배신한 베드로



211E795055E9C641088808

후회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260A305055E9C66E189F9C

"입을 맞추고 있는 사람이 예수입니다." 유다의 키스. 예수는 인간의 모든 죄를 홀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3025F5055E9C63E1D1E8B

유다의 키스. 그의 옷자락 뒤는 뱀이 꼬리 친다.


2477765055E9C61F224B8E

뱀의 조각.


216D425055E9C63F2DCFD5

홀로 기둥을 부여잡고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진 예수의 삶을 표현했다. 기둥에는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영원함을 나타내는 알파와 오메가가 새겨져 있다.


2410E35055E9C61B12CBE5

창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롱기누스.. 훗날 기독교로 개종한 최초의 이방인


24625E5055E9C62236DF5B

예수의 옷을 빼앗고 주사위를 던져 나눠 갖는 로마 병정



2473AC5055E9C61C27A792

십자가를 들고 가다 쓰러진 예수


266F095055E9C61A2DA4A1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이마를 닦으라고 머리에 쓰는 천을 주었는데, 그리스도가 받아 얼굴을 닦고 돌려주었을 때 그 얼굴 모습이 찍혔다고 한다.

로마 병사는 카사밀라 옥상의 굴뚝 모양을 닮았다.



23299F5055E9C66B01568F

수건에 찍힌 예수의 얼굴 상을 음각해다.


225C255055E9C61E3A80F0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너무나 잔혹한 장면이기에 마리아와 막갈레 마리아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두 손으로 감싸고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나체로 표현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 성경에 로마 병사가 예수의 옷을 나눠가졌고 작가는 그 수치스러운 순간까지 표현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교황청에서 신성모독이라고 일어났지. 그래서 가우디가 죽고 그 뒤를 이은 조각가 수비라치는 선과 면으로만 성상을 표현했다. 이렇게 수난의 공간은 절제된 추상 기법을 사용한 거야.

참 십자가는 철제 H빔을 사용했다. 모더니즘의 절정은 바로 예수상




232FDF4D55E9C642299693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영접하려면 가까이 다다가 우러러봐야 한다. 작가는 그것을 노렸다.


2576415055E9C66A25F2BB

이곳이 골고다 언덕임을 상징하듯 해골이


2203365055E9C61C1C02AF

예수가 묻히고 삼각 트러스트 위로 부활의 예수를 조각해 놓았다.


2114D34B55E9C677244ACF

보드판에 새겨진 숫자는 가로 세로, 대각선을 더해도 모두 33. 즉 예수의 나이를 의미한다.




2206B55055E9C66D1AB911



2467EE5055E9C63D31EB73

기둥을 안고 있는 예수상 뒤로 동쪽 출입구가 있다.



2174854F55E9C63217BA49

성당에 들어서면 가장 놀라운 것은 빛의 향연이다. 천장과 창문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어둡고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유쾌하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청색, 빨간색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녹색, 노란색 등 희망의 원색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230F624F55E9C633030D9D

보통 모더니즘 양식 건물들이 실내가 어두운데 반해 그는 창을 많이 냈고 빛을 많이 받아들이게 했다. 신자들에게 평온과 환희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



242BEB4B55E9C678141603

어린 시절 숲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순간을 건축에 구현해 낸 것이다..


223D304955E9C63816ECCD

예수님의 품 안 같은 포근함. 자연의 색을 성당 내부로 끌고 온 것이다. 저 뒤에 나선형 계단도 가우디 건축의 특징 형이상학적인 구조는 이슬람 건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2231C04955E9C6391F13A5

기둥이라기보다는 숲 속의 고목을 보는 것 같다. 가지가 갈라지고 그 끝자락에 잎사귀가 달려 있다. 이렇게 자연의 상상력이 건물에 녹아있었다. 보기에는 좋지만 실은 무게 하중을 위해서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감히 이런 기둥을 세울 수없다.



2424875055E9C63C047FDD

천장에는 별이 반짝인다.


27300A4855E9C670024ED7

나무의 가지가 갈라지고 싱싱한 잎사귀가 달려 있다. 꽃이 활짝 핀 에덴동산을 형상화시킨 것이다. 나무와 바람 그리고 빛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216B0A5055E9C66F30CBEF

남쪽에서 바라본 북쪽 성전. 대로에 늘어선 가로수를 보는 것 같다. 그 가운데 예수를 모셨다. 하늘에는 루비가 박힌 것 같다


2578504F55E9C630132E5D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십자가다.


220B3C4B55E9C6792CD120

천장 한가운데 금빛은 태양을 묘사하며 거기서 성령의 빛이 쏟아진다.


276CEF4F55E9C62F1D9360

공중에 떠 있는 예수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중간자



260AE35055E9C63A18BFF0

1882년 3월 19일 성요셉 축일에 착공해 2010년 11월 7일 성당 내부가 완공된다. 교황 베네디토 16세가 이곳을 방문해 축성하게 된다.




2458944955E9C637034908

정면은 이런 모양


234F0A4F55E9C631335F78

후면에도 예수상이 서 있는데




2321704955E9C6342CDF94

바로 오목형 예수.


262F7E4955E9C635202B19

성당 내부 구조. 영광의 파사드가 열리면 주 출입구가 바뀔 것이다. 동서의 파사드를 볼 수 있다.


27045E4855E9C67321ECEE




2277EC5055E9C63B2395DC

북쪽 성전에 유리창 아래로 볼 수 있다. 그가 죽은 지 90년이 지났어도 성당의 망치 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가 지하에 누워 여전히 성당을 짓고 있다. 아마 성당이 완공이 되어야 영면에 들지 않을까 싶다.


271BC24B55E9C67C200CEE

성당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야경인 것 같다. 여름이면 저녁 9시쯤 조명이 들어오는데 연못에 비친 성당 반영이 볼만하다. 가우디의 절절한 신앙이 연못에 물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사판. 놓치지 마라.


24292B4D55E9C6182E7662

성당 앞 공원에 가면 가우디 동상을 하고 있는 행위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반가사유상이 예수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