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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놀 이종원 Sep 16. 20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사판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에






태양이 작렬하는  나라 스페인. 그 한복판에는  바르셀로나가 있고 그 정점에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서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행기 타고   민박집에 대충  여장을 풀고 지하철 타고 달려간 곳이 이곳 성가족 성당이다. 지하철 계단을 올라서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성당을 볼 때  그 희열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에서 4일을 머무는 동안 4일을 시간을 달리해 찾아갔으니 가우디의 유혹에 단단히 넘어간 것 같다.  

         

성당의 첫인상은 딱딱한 돌집에 아니라 이글거리는 이베리아 태양빛을 받고 자란 옥수수처럼 보였다. 지금도 대서양의 기운과 스페인 사람들의 열정으로 몸집을 불려 나가는 것 같다. 

 

성당은 지중해를 밝히는 등대로  바르셀로나의 아이콘임이 틀림없다. 야트마한 건물에 우뚝 솟은 선지자라고 할까

첨탑은 지금은 8개지만   총 18개가 올라갈 예정이다.  문명 덕에 고속 엘리베이터와 성능 좋은 클레인이 있어 일의 진행속도가 빨라 2026년 가우디 사후 100년째 되는 해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초창기 성 당 모습


성가족   성당은 성경 한 권을 건물로 표현하고 있다. 예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우디는 예수탄 생의 파사드만 완성하고 나머지는  그를 흠모하는 제자들의 몫이 되었다 초창기  20년은 공사대금이 없어 거의 진척되지 못했다.  나머지 20년은 가우디의   불꽃같은 삶을 바쳤다. 사후에 그가 남긴 도면과 노트를 통해 전 세계  가우디의 후예들이 그의 뜻을 받들어 나머지 공사를 하고 있다. 성가족의   의미는 바로 이런 나눔의 정신이  아닐까. 

 

 


왕가나 부자들의 뭉치돈으로  교회를 세운 것이 아니라 입장료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입장료를 내고 성당을 둘러보는  자체가  벽돌 한 장 세우는 것과 같다.


큰 성당은 대개 부자들이  돈을 댔다. 그 이유는 성당 지하 묘지에 묻히기 위해서다.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니  부자들의 묘가 없다.  이 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파사드의 조각만 봐도 예수의  삶을 알 수 있도록 꾸며졌다.

중세  위압적인 교회가 아니라 헐벗고 힘없는 자들을 위한 교회다. 초창기 겸손과 순명의 순명의 교회로 돌아간 것이다. 



완성된  모형. 가운데 가장 예수를 상징한 첨탑이 들어서게 된다. 그 꼭대기에는  가우디의 상징인 입체 십자가를 올릴 것이다.  


2026년    완공 목표로 삼고 있다. 탄생-영광-수난 각 파사드마다 4기의 탑을 세우게  되는데 그럼 총 12기, 예수의 제자를 의미한다.  4기는 4대 복음서. 중앙의 가장 큰 탑은 예수를 상징한다.  앞으로 11년 동안 10기의 탑을 세워야 한다. 


이곳을  효율적으로 보려면  동쪽 파사드- 남쪽 파사드-서쪽 파사드- 북쪽 순으로  돌면 된다. 우선 먼발치에서 전체를 파악하고 그리고 나서 가까이 마지막으로 내부와 지하 전시실을 둘러보면 전체를 이해하기 편하다. 

동쪽 파사드 앞은  연못이 조성되어 있어 해 질 무렵 물에 비친 성가족 성당을 보는   맛이 좋다. 해가 동쪽에서 비치기 때문에 되도록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서쪽  파사드 앞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숲에서 바라보는 첨탑이 싱그럽다.

 


동쪽 파사드는 예수의 일생을 담고 있다. 가우디가 직접 설계하고 건물을  올린  곳이니 되도록 이곳에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다. 딱딱한 화강암이 아니라 해변에 세운 모래성처럼 자연스럽다. 바닷물에 젖은 모래가 흘러내릴 것 같아. 직선이 아닌 곡선 그리고 율동미가 가우디 건축의 기본이다.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가운데는 예수, 나머지 두 곳은 어머니 마리아와  요셉의 구역으로 나뉜다. 성가족 교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옥수수  같은 첨탑은 하늘을 받들고 있었다. 170 미터의 첨탑은 앙코르와트의 신전을 닮았다. 첨탑 가운데 생명의 나무를 심었고  그것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날고 있다. 나무 아래 'JHS' 글씨는 '예수는 인류의  구원자'라는 의미다. 

탑신에는   sanctus. 거룩하도다.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전무후무한  모양의  첨탑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카탈루니아의  성산인 몬세라트 수도원 뒷산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데 카탈루니아를 보호하는 성산이며 검은 마리아가  발견된 성지다. 스페인이야말로  유럽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곳으로 가우디는 형이상학적인 문양에 심취하고 자연적인 풍경을 보면서 자랐다. 자연주의와 다양성과 파격  그이 건축의 특징이다.

 


예수에게  바치는 제사 음식으로 보면 된다. 각종 과일이 교회를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가우디를 사랑하는 일본인 조각가가 만든 것이다.

 


100년의 세월 때문에 화강암은 칙칙한 때가 묻어 있다 요즘 올린 석재는 우윳빛처럼 하얗다.  세월의 차이에 따라 돌의 다양한 색감을 볼 수 있다.              

 


중앙의  별을 중심으로 예수의 삶을 탄생과 성장과정을 그려 넣었다. 나무와 숲. 동물이 등장한다. 


순명하는  마리아. 수태고지 장면이다.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아들 예수의 선물이다.  


왼쪽에  바르셀로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려나무를  기둥으로 삼았고  그 위에  천사가 나팔을 불고 있다.


아기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의 경배...왼쪽에 동쪽 청동문은 덩굴로 만들어졌다.  자연을 사랑하는  가우디의 심성이 보인다. 



오른쪽은 목동들이 경배하고 있다. 발아래  아래 포도, 오렌지 등 과일이 파릇파릇


해롯 왕이   3세 미만의 아이들을 죽이라고 명령하게 된다. 아주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얼마 전 터키의 해변의 발견된 시리아 아이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가우디는 병원에서 아기 시체를 보고 본떠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예수는 이집트로 피신하게 된다.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는  요셉은 가우디의 얼굴이란다. 가우디에 대한 예우와 존경의 표현이다.

 


유년기 아기 예수 


청년  예수는 목수다. 하얀 손이 눈에 띈다.

 


동쪽  예수의 파사드를 다 보고 나서  성당 왼쪽으로 휘감아 돌며 남쪽 영광의 파사드가 나온다. 지금 한창 공사 중인데 바로 이곳에 첨탑 4기가 올라갈 것이다. 영광의 파사드는 성당 정문이 될 장소다.

영광의 파사드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데  모세의 십계, 노아의 방주 등의 이야기를 담는단다.  


청동문 입구는 '주여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주의 기도를 50개 언어로 돋을새김해 놓았다.


물론  한글도 볼 수 있다.



서쪽 파사드는 요즘 한참 공사 중이다.  가우디만 30년을 연구한 일본 조각가 작품이다. 동방의 이방인이 가우디의 제자가 될 줄은 그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인부들의  자녀들을 공부시킨 학교. 이렇게 인부들에게도 세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수난의 파사드는 이야기가 지그재그 동선을 거처 부활로 끝을 맺는다.  가우디의 스케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삼각형의 꼭짓점을 통해 천상과 인간 세계를 구분하고 있다. 맨꼭대기에  부활의 예수 입상을 볼 수 있다. 


가우디가  죽고 나서 그 뒤를 이은 조각가 수비라치. 선과 면을 이용한 추상적 기법을 사용했다.



수난의 십자가 그리고 부활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닭이 울기 전 3번이나 예수를 배신한 베드로

 


후회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입을  맞추고 있는 사람이 예수입니다." 유다의 키스. 예수는  인간의 모든 죄를 홀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다의  키스. 그의 옷자락 뒤는 뱀이 꼬리 친다.


뱀의 조각.


홀로  기둥을 부여잡고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진 예수의 삶을 표현했다. 기둥에는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영원함을 나타내는 알파와 오메가가 새겨져 있다.


창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롱기누스.. 훗날 기독교로 개종한 최초의 이방인


예수의  옷을 빼앗고 주사위를 던져 나눠 갖는 로마 병정

 


십자가를  들고 가다 쓰러진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이마를 닦으라고 머리에 쓰는 천을 주었는데, 그리스도가 받아 얼굴을 닦고 돌려주었을 때 그 얼굴 모습이 찍혔다고 한다.  

로마 병사는 카사밀라 옥상의 굴뚝 모양을 닮았다.

 


수건에 찍힌 예수의 얼굴 상을 음각해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너무나 잔혹한 장면이기에 마리아와 막갈레 마리아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두 손으로 감싸고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나체로 표현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 성경에 로마 병사가 예수의 옷을 나눠가졌고  작가는 그 수치스러운 순간까지 표현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교황청에서 신성모독이라고  일어났지. 그래서 가우디가 죽고 그 뒤를 이은 조각가 수비라치는 선과 면으로만 성상을 표현했다. 이렇게 수난의 공간은 절제된 추상 기법을 사용한 거야.

참 십자가는 철제 H빔을 사용했다. 모더니즘의 절정은 바로 예수상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영접하려면 가까이 다다가 우러러봐야 한다. 작가는 그것을 노렸다. 


이곳이   골고다 언덕임을 상징하듯 해골이 


예수가   묻히고 삼각 트러스트 위로 부활의 예수를 조각해 놓았다. 


보드판에  새겨진 숫자는 가로 세로, 대각선을  더해도 모두 33. 즉  예수의 나이를  의미한다.

 

 




기둥을  안고 있는 예수상 뒤로 동쪽 출입구가 있다. 



성당에  들어서면 가장 놀라운 것은 빛의 향연이다.  천장과 창문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어둡고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유쾌하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청색, 빨간색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녹색, 노란색 등 희망의 원색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보통 모더니즘 양식 건물들이  실내가 어두운데 반해 그는 창을 많이 냈고  빛을 많이 받아들이게 했다. 신자들에게 평온과 환희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  

 


어린 시절 숲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순간을 건축에 구현해 낸 것이다.. 


예수님의   품 안 같은 포근함.  자연의 색을 성당 내부로 끌고 온 것이다.   저 뒤에 나선형 계단도 가우디 건축의 특징 형이상학적인 구조는 이슬람 건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기둥이라기보다는  숲 속의 고목을 보는  것 같다. 가지가  갈라지고 그 끝자락에   잎사귀가 달려 있다. 이렇게 자연의  상상력이 건물에 녹아있었다. 보기에는  좋지만 실은 무게 하중을 위해서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감히  이런 기둥을 세울 수없다.  

 


천장에는   별이 반짝인다. 


나무의 가지가 갈라지고 싱싱한 잎사귀가 달려 있다.  꽃이 활짝 핀 에덴동산을  형상화시킨 것이다. 나무와  바람 그리고 빛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남쪽에서 바라본 북쪽 성전. 대로에 늘어선 가로수를 보는 것 같다. 그 가운데 예수를 모셨다. 하늘에는 루비가 박힌 것 같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십자가다. 


천장  한가운데 금빛은 태양을 묘사하며 거기서 성령의 빛이 쏟아진다.  


공중에 떠 있는 예수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중간자  

 


1882년 3월 19일 성요셉 축일에 착공해 2010년 11월 7일 성당 내부가 완공된다.   교황 베네디토 16세가 이곳을 방문해 축성하게 된다. 

 

 


정면은  이런 모양


후면에도  예수상이 서 있는데 


 


바로  오목형 예수.


성당  내부 구조. 영광의 파사드가 열리면 주 출입구가 바뀔 것이다. 동서의  파사드를 볼 수 있다.





북쪽 성전에 유리창 아래로 볼 수 있다. 그가 죽은 지 90년이 지났어도 성당의    망치 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가  지하에 누워 여전히 성당을 짓고             있다. 아마 성당이 완공이 되어야 영면에 들지 않을까 싶다.


성당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야경인 것 같다. 여름이면 저녁 9시쯤 조명이 들어오는데  연못에 비친 성당 반영이 볼만하다. 가우디의 절절한 신앙이 연못에 물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사판. 놓치지 마라. 


성당 앞 공원에 가면 가우디 동상을 하고 있는 행위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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