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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놀 이종원 Sep 16. 2016

반가사유상이 예수상으로

나가사키  일본 26 성인 순교지

                                                                                    

삼국시대 불상이 예수상으로

나가사키 역에서 언덕을 오르면 일본 26 성인 순교지가 나온다. 

1592년 임진왜란 막바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크리스트교 금지령을 내리면서 6명의 스페인, 멕시코, 포르투갈 선교사를 교토에서 체포해 이곳 나가사키 니지자카 언덕으로 끌고 와 일본 천주교도 20명과 함께 십자가형으로 처형했다. 일본인 중에는 12, 13, 15살 어린이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당시 박해가 얼마나 심했는지 말해주고 있다. 훗날 이들은 모두 성인으로 추대된다. 


굳이 천주교도들을 당시 수도인 교토에서 죽이지 않고 이 먼 땅 나가사키까지 온 이유는 뭘까요? 

당시 규슈 지역은 천주교 세력이 널리 퍼져 그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언덕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비장감마저 든다. 마치 골고다 언덕에 선 기분이랄까. 놀라운 것은 나가사키에만 2천 명의 한국인 신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바로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 포로였다고 한다.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무력감을 종교의 힘으로 달랬을 것이다. 


성지 옆에는 순교기념관이 있어 박해 당시 유물을 볼 수 있다. 성경, 편지, 십자가, 종 등 다양한 천주교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삼국시대 유물인 ‘금동미륵보살반가가상’이었다. 천주교 전시물 중에 불교유물이 들어있는 것도 특이한데 그것이 바로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이었으니 놀라움과 반가움이 범벅이 되었다. 아마 임란 때 왜군이 절집에 들어가 탈취했거나 아니면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포로가 가져왔을 것이다. 어떤 연유로 천주교도의 집에서 발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놀라운 것은 천주교도들이 이 불상을 예수상으로 여기며 기도했다는 것이다. 


한쪽 다리를 올리며 입가에 손을 댄 오묘한 자세. 입술을 살포시 올리며 미소 짓는 모습에서 평화로운 예수님의 얼굴이 겹쳐졌던 모양이다. 


요즘 기독교인 시선으로 보면 우상숭배라 난리를 쳤을 것이다. 서슬 퍼런 박해시절 감히 십자가를 내걸지 못했기에 이 부처님을 통해 신앙을 다졌을지도 모른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반가사유상은 예수님을, 관음보살을 성모마리아로 여기며 숭배했다고 한다. 


“예수님과 부처님은 같다.” 

초창기 나가사키 천주교 신자는 불교에서 자신의 신을 찾았고 또 불교도 역시 이를 용인했던 것이다. 


오늘날 극단적인 IS의 만행을 보며 이 반가사유상을 생각하게 된다. 나가사키 기독교도들처럼 남의 종교를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기독교도들이 믿는 하나님과 이슬람교 들이 믿는 알라신은 같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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