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스타일 Feb 10. 2023

직장인에게 세대교체란?

전화기와 나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물건이 무엇일까? 컴퓨터? 마우스? 계산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중에 전화기도 있지 않을까? 입사해서 줄곧 숫자 버튼이 달린 평범한 전화기를 10년간 써왔다. 가끔 지지직 대긴 해도 항상 전화기를 붙잡고, 업무를 협의하기도, 부탁하기도 했다. 때로는 제보 고객, 항의 고객과 1시간 이상 씨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에서는 인터넷 전화 시스템을 도입한다며, 인터넷 전화기를 나눠주었다. 그래서 약 한 달간 2대의 전화기가 책상에 놓이게 되었다. 인터넷 전화기는 새 거라서 좋기도 했고, 허접하지만 액정도 있고 단축키도 있었다. 별건 아니더라도 새로운 기기를 보면 흥분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전화기를 보며 든 생각이 있었다. 

세대교체… 

사무용 전화기는 잘 들리고, 잘 걸리면 됐었다. 화가 나서 집어던지 듯 내려놔도 부서지지 않는 내구성까지 겸비하면 종신계약 직장인처럼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세상이 변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더 저렴한 통화가 가능해졌다. 헤드셋, 녹취, 단축키도 되는 전화기가 나왔다. 결국 기존의 전화기는 역할이 없어져서 이제는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진다.

전화기가 자리를 내어주듯 나도 언젠가는 자리를 내어주겠지. 세상은 변해갈 거고, 나의 쓰임새 역시 약해지거나 없어지겠지. 두 전화기가 한 책상에 있는 모습을 보며 세대교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는 사실이 우울했다. 이런 게 직장인의 비애인가? 취업난 속에서 참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어쩌겠는가? 취업에 성공해도 다음날부터 맞닥뜨릴 현실인 것을...

그냥 계속 슬퍼할까? 

아니다. 끝을 받아들여야 지금을 소중히 할 수 있다. 끝을 받아들여야 지금이 함부로 낭비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되는 것이다. 끝이 있기 때문에 오늘이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다. 쓸쓸한 퇴장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열정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시대가 변한 것을 원망하지 말자. 나의 쓰임새를 걱정하지 말자. 지금 잘하자.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하자. 이 생각으로 하루하루 보낸다면, 퇴장은 할지언정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 전화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터넷 전화기가 될 수 없고 새로운 기능을 넣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노력하면 새로운 인간, 직원이 될 수 있다. 

잊지 말자. 나는 전화기가 아님을...

작가의 이전글 직장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4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