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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공 Oct 28. 2020

[서평] 호프자런
<The Story of More>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여성 과학자로 살아가는 삶을 그린 책 ‘랩걸’로 많이 알려진 호프 자런이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로 찾아왔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지구 인구와 그에 따른 다양한 환경문제를 과학적으로 진단했다. 특히, 부의 총량이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굶주림과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국가의 상황을 과학적 수치를 토대로 냉철하게 분석한다. 골자는 일부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바람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만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프자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김영사

      

 책은 크게 5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 식량, 에너지, 지구, 지구의 풍요를 위하여. 늘어나는 인구와 관련된 기존의 논의를 소개하는 생명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우리가 섭취하는 식량, 소비하는 에너지, 그리고 그 결과 발생한 지구 환경의 변화까지. 인구-식량-에너지-환경 문제로 이어지는 책의 흐름이 매끄럽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발전과 환경 오염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혹은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이야기한다.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육고기와 생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가축과 물고기를 기르기 위해 투입하는 어마어마한 곡식의 양이다. 선진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육류 소비를 줄인다면 가축에게 들어가는 곡식이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호프 자런의 생각이다. 이는 곧 결핍과 빈곤이 만연한 국가에서 기초적인 영양분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인구 15퍼센트의 사람들이 전 세계 연료 40퍼센트와 절반이 넘는 전기 생산량을 소비한다. 식량과 에너지 소비에 존재하는 극도의 불균형. 하지만 역으로, 식량과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의 오염의 피해는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 국가가 더 많이 짊어지고 있다.

     

 그동안 대두되었던 각종 환경문제의 원인과 현상을 구체적인 수치로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데이터는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현 지구의 상황을 객관적인 수치로 설명하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였겠지만, 독자 입장에서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단위 값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또 하나, 씁쓸하게 느껴졌던 것은, 환경을 지키고 소비를 줄이자는 목소리는 맹목적으로 자본과 발전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한없이 힘없는 목소리로만 다가온다는 점이다. 적게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자는 저자의 주장이 건강한 지구와 인류를 위해 당연하다는 것을 알지만, 매섭게 휘몰아치는 자본의 물결 속에서 얼마나 가느다란 목소리인지 알기에 씁쓸함은 배가 된다. 하지만, 내 삶과 우리 사회를 다시금 돌아보며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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