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솔 May 06. 2024

근황입니다.


안녕하세요.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린지도 벌써 1년 7개월이 넘었네요. 


사실상 우울증이 나아졌다보니까 에세이로 기록할 부분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은 꾸준히 썼지만 제 이야기거리가 안떠오르더라고요. 하지만 요즘에서는 이야기 할 만 한게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요. 


아, 그렇다고 다시금 우울증이 시작된건 아니랍니다. 우울증을 벗어난 그 이후의 새로운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공백기였던 1년 7개월은 “이 무너진 삶을 어떻게 재건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테스트에 집중했던 시기 같습니다.      



우울증은 어떤가요? 


저는 현재 제 스스로 우울감이 더 이상 들지 않는다고 판단한 시점 이후로부터는 막연한 우울감에 사로잡히거나, 폭식을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물론! 현실의 각박함이나 실질적으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감정의 반응은 있었습니다. 화나게 하거나, 일이 잘 안풀리게 되면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진짜 우울증은 아무 일도 없는데 우울감이 들고 무기력해지고 일상 생활이 불가할 정도까지 되는 수준입니다.      


그럼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됐으니 행복한 삶을 사시겠네요? 


사실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겁니다. 제가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고, 여러 가지 글도 많이 읽어봤지만 “우울증 이후의 삶”에 대해서 기록된 부분이 없었습니다.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막연한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된 사람의 이야기는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써보려고 합니다.


우울증이 없는 삶에서 느꼈던 가장 첫 번째 충격은 '보통 사람들은 이런 감정 상태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우울하지도 않고,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하루가 편안합니다. 막연한 불안감이 덮쳐 오지도 않고 그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잘 집중할 수 있으니 능률도 올라갑니다. 사람을 만나도 머릿속에서 실행되는 인지 왜곡 없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이 들다보니까 살짝 억울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우울증이 없었다면 주어진 시간내에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이 더 높아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가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사람이 될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자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할 수 있었어요. 우울증이 없었던 시절보다 모든 면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으리라는 걸요. 


인지왜곡 없이 객관화된 시선을 가지니, 세상과 그 속에 위치한 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들 주변에서 높은 빌딩과 신식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제 집은 땅만 있는게 보입니다. 그전의 집이 땅속 깊은 구덩이었다면 지금의 집터는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드디어 제가 지금 무슨 삶을 살아왔는지, 내 위치와 상태가 어떤지가 보이기 시작하니 괴롭기만 합니다. 제대로 된 커리어를 쌓지 못하였고, 인간관계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물론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서도 직장을 잘 다니고, 대인관계가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분들과 비교하면 제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맞아요. 

무엇보다 세상은 “우울증이라서 그러셨군요. 다 이해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정상 참작이 안됩니다. 이력서에 빈 공백이 ‘우울증’이라는 것조차 입밖에 내뱉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우울증이었어도, “우울증이어도 지금까지 잘버티셨군요? 끈기와 인내심을 높게 삽니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는 그저 결과만 보고 판단할 뿐입니다.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울증이 나았다고 해서, 갑자기 취직이 되고, 연봉이 오르고, 사업이 성공한다거나, 친구가 많아지고 좋은 연인이나 배우자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제 시작인거더라고요. 이제 시작. 이제야 겨우 마이너스에셔 0으로 올라온거더라고요. 


그래서 완성이 됐다라는 것이 아니라 chapter2가 시작된 느낌입니다. 

미루어둔 일들을 이제야 보는 느낌이랄까요. 막막한 느낌이 많이 들어요. 일단은 어찌저찌 뭔가를 해보고는 있습니다. 더 이상 머리속의 오류가 아닌, 감정의 휘말리는 것이 아닌 '나'라는 사람이 방향키를 쥐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삶이 이제 시작이네요. 

앞으로의 기록은 그 시행착오, 여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10년간의 우울증, 그 탈출기 [이제는 안 우울합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