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가 우리집에 온지 벌써 꼭 3주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흘렀다. 마니의 귀여움에 정신이 팔려있기도 하지만, 새 식구와의 삶에 적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매튜와 나는 연애할 때부터 결혼 후 강아지 입양 계획이 있었고, 견종도 웰시코기로 이미 정해둔 터라서 입양준비를 틈틈이 오래도록 해온 편이다. 우리의 원래 입양 계획은 2022년 가을-겨울 즈음이었는데, 연말에 잠시 미국에 다녀올 예정이라 입양 시기를 앞당겼다. 강아지가 여기가 내 집이구나,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구나, 충분히 알 때 즈음 마음 편히 미국에 다녀오고 싶었다.
어쨌든 나름 준비를 한다고 하고 새 가족을 맞았는데. 예상치 못한일도 많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다. 마니와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느낀점을 적어본다.
마니는 주로 실외배변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데리고 나가야한다. 근데 마니가 6시에 일어난다. 가끔 끌리면 6시 전에도 일어난다. 아침 배변 담당자인 매튜는 매일 6시에 일어나는 것.. 6시에 배변 산책 데리고 나가고, 7시 30분쯤 아침 먹이고 아침 산책을 다녀왔었다. 근데 날 좋은 여름이니 망정이지 겨울엔 감당 안될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이고 산책 나가서 한큐에 해결하기. 그리고 마니 기상시간도 조금씩 늦추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침대에서 6시 45분까지 누워있다가, 알람 울리면 일어나서 챱챱 밥맥이고 7시 땡 하면 바로 산책나가는 전형적인 코리안 스타일의 비지 모닝 전략. 정 급하면, 마니는 패드에 배변을 보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
어쨌든 나는 꼼짝없이 7시에 눈꼽도 못떼고 매일 마니와 산책을 간다. 솔직히 적응이 쉽지는 않다. 강제 미라클 모닝으로 지금은 만성 두통을 얻은 상태. 아침 산책은 짧게는 45분, 여유가 있을 때는 2시간까지 하는데, 2-3달 정도 하면 몸에 익을까? 그래도 마니 행복한 표정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피곤이 싹 사라진다.
웰시코기는 크고 무겁다. 마니는 10.5kg. 웰시코기 치고 그렇게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크고 무겁다. 달려와 점프하거나, 무릎에 앉으려고 자리잡을 때 허벅지를 꾹꾹 누르면 정말 아프다. 그리고 어김없이 멍이 든다. 누가 보면 오해할 정도로 허벅지, 종아리가 멍 투성이 됐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계속 내 무릎에 앉길.
웰시코기 입양 준비하면서 털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해둬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덜 빠지는 것 같다. 마니는 추측건데 코기 믹스다. 다리도 긴 편이고, 그래서 그런지 털도 덜 빠지는 듯 하다. 근데 마루 색이 진한 갈색이라 마니 털이 잘보여도 너무 잘보인다. 난 털이 보이면 못참는 성격... 털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 최소 2번 청소기를 돌린다.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보통 태수(로봇청소기)가 물걸레질까지 해준다. 로봇청소기로 돌리면 100% 청소가 되는건 아니고, 85%정도?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잘 해둬서 아침 산책다녀와서 별다른 노동 없이 바로 출근준비나, 재택근무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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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가 자주, 오래 머무르는 스팟에는 특별히 털이 많이 빠져있다. 그 공간은 무선청소기로 하루 2-3번 돌려준다.
지금까지 한 200만 원은 쓴 것 같다. 가격이 쎄도 오래도록 쓸 수 있는 물건들로 사다보니 금액이 커진 것도 있다. 옷, 악세서리 같은건 일체 구입 안했고 크레이트, 영양제, 사료, 간식, 침대, 목욕용품, 리클라이너 커버, 러그 등 아직 기본 물품들만 산 상태다.
우리는 운이 좋게 임보처에서 물건을 많이 챙겨주셔서 돈을 아낄 수었는데도 이정도다. 가장 큰 소비는 청소기(80만 원). 원래는 유선청소기를 쓰고 있었는데, 자주 청소하려면 무선이 좋겠다 싶어서 구입했다. 강아지를 키우면 일주일에 한번 대청소 개념이 아니라, 매일매일 털을 수시로 청소해줘야 해서 무선청소기가 확실히 편하다.
반려동물 용품이 너무 다양하고 좋은 것들이 많아서 선택의 폭이 정말 넓다. 강아지 용품점가면 쇼핑 1시간 가능.. 스스로의 소비자제력을 못믿는 (나같은) 사람들이라면 통장 잔고를 빠방하게 준비해야 할듯하다.
일단 빨래를 겁나 많이 돌린다. 원래는 홈웨어와 잠옷은 1주일 정도 입고 빨고, 침대시트도 2-3주에 한번씩 빨았는데 마니가 오고나서 어림도 없어졌다. 홈웨어는 털과 냄새 때문에 2-3일에 한번씩 빨아야 하고, 침대시트도 1주일에 한번씩. 청소기 걸레와 마니 발닦는 수건도 매일 빨아야 한다.
부엌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졌다. 마니 밥그릇, 물그릇, 물병, 콩도 매일 씻는다. 그 외에 마니 쫒아다니며 이것저것 집에서 챙길거리들이 소소하게 많다. 집안일 하는 시간이 두배로 늘었다.
입양기관에서 보통 정보를 챙겨준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질병, 교육이 필요한 행동, 습관들까지 보통은 잘 알려준다. 그래서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데려오는데도, 막상 겪어보면 어나더레벨.
웰시코기 목청이 크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데려온지 3일 만에 아파트에서 항의를 받았다. 분리수면이 안되는 것도 해결하고 싶은 문제 중 하나. 마니는 분리불안은 없지만, 밤에는 꼭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어해서 마니가 불안해하지 않게 천천히 분리수면을 시도하는 중이다.
마니를 데려오기 전,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문제는 다른 강아지를 보면 짖는 문제. 입양 전 임보하시던 분 댁에가서 상태도 살펴보고 데려왔는데 막상 내 식구가 되니 체감되는 무게가 다르다. 오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교육시키고 서로 합을 맞춰야 하는 일이라는 걸 매일 매일 체감한다. 어느 날은 산책을 다녀오면 마니도 나도 많이 지치고 힘들다. 의젓하게 산책을 한 날이면 마니도 나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집에 오면 함께 손을 맞잡고 춤을 출 정도로. 매일 '할 수 있을 거야, 잘 해보자, 잘 살아보자, I love you' 라고 마니에게 이야기 하며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