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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Dec 29. 2021

나의 꿈, 나의 비전


4년 전 나의 비전은 명확하지도, 영감을 주지도, 실현 가능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실패했다.


실패한 비전노트를 밑거름 삼아, 새로운 비전을 작성해보았다. 명확하면서 영감도 주고, 실현 가능한 비전 말이다. 


지금부터 나의 비전을 소개하겠다.


우선 나는 비전을 정체성 비전과 구체적 목표 비전으로 나누었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에서는 목표 비전을 강조하지만, 정체성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추가했다. 어떻게 보면, 정체성이라는 큰 바탕 위에서 목표가 나오는 것이니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나의 정체성 비전은 사람들이 최고의 자아(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25살 교직에 첫 발령받고 한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누군가를 도울 때, 그리고 도운 그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25살 때 어렴풋이 느낌이 왔고, 26살 군대에 훈련병 조교를 하면서 확실히 느낌이 왔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훈련병, 훈련소에 적응을 못하는 훈련병 등 다양한 류의 훈련병들에게 도움을 주고 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보람감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조교님 덕분에 훈련소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정말 멘탈이 안 좋은 상태여서, 계속 자살충동이 밀려왔는데 그때 조교님이 해주신 상담 덕분에 무사히 훈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훈련병 때 조교님의 말씀에 감명을 받고, 열심히 수능 공부해서 이번에 교대에 합격했습니다. 조교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나의 길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학교에 복직을 하고 나서 약 1년 정도 슬럼프를 겪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군 시절과 비슷하게, 아니 더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했다. 정말 많은 학생들을 도우고 변화시켰다. 왕따에서 인싸이자 전교 부회장이 된 학생, 학교 내 최악의 악동에서 모범생으로 변한 학생, 매일 같이 자살충동을 느끼던 학생에서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학생 등 많은 아이들이 나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그만큼 긍정적으로 변하고 성장했다. 단 한 학생만 제외하고 말이다.


(워낙 에피소드가 길어서, 위의 링크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1년 동안 의찬(가명)이는 많이 바뀌었다. 평생 쓰지 않던 일기를 5학년 때 처음으로 쓰게 되었고, 도움반이 아닌 일반 학급에서도 멍 때리지 않고 수업을 듣게 되었고, 수학을 제외한 여러 시험에서 70점 이상의 점수를 받기도 했다. 경찰 아저씨까지 올 정도로 의찬이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구구단도 외우게 되었고, 심지어는 수업시간에 발표도 할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마치 누군가 위에서 막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의찬이에게는 만연된 학습된 무기력이 있었다. '난 뭘 해도 안 돼. 난 도움반이니깐 어차피 이런 건 못 해.'라는 생각들이 의찬이를 항상 사로잡고 있었고, 뭘 해도 쉽게 포기했다. 방과 후, 나와 따로 하던 공부도 며칠 하다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힘들다며 바로 포기했다. 둘째, 주변 환경이 최악이었다. 의찬이는 몇 년 간 양치를 한 번도 안 했을 정도로 위생상태가 최악이었다. 의찬이 할머니께 몇 번 간곡하게 말씀드린 결과 위생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지만, 다른 문제들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 의찬이 집에서는 그 누구도 의찬이에게 터치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늦게 잠을 자도 의찬이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살아온 친구가 매일 담임선생님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학교가 오기 싫었을까. 셋째, 어릴 적부터 이미 잡혀 있어야 할 기본적인 생활습관, 공부습관이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1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도움반 선생님과 함께 케어를 해줬지만, 1년이란 시간은 그동안 쌓인 나쁜 습관을 제거하고 좋은 습관을 새로 형성하기에는 너무 짧았다.


의찬이의 가장 큰 문제는 주변 환경이었다. 지능 장애를 가지고 계신 할머니, 가난한 집 환경,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방치하는 집안 분위기, 할아버지가 피는 담배 냄새로 가득한 집... 


주중에 아무리 열심히 의찬이를 가르쳐도 주말만 지나면 다시 리셋이 되어오곤 했다. 할머니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통을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내가 담임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 내가 의찬이에게 신경을 써줄 수 있기에 괜찮지만, 그 이후도 걱정이었다. 혹여나 도움반 아이라서 담임선생님의 기대와 관심을 못 받지는 않을지, 기껏 형성시켜 놓은 좋은 습관들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당시 정말 별의별 생각들을 다 해본 것 같다.

'의찬이에게 도움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6학년 때 아예 데리고 올라가는 건 어떨까? 1년 더 케어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변화시킬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니면 아예 몇 달만 내가 데리고 키우는 건 어떨까? 좋은 습관을 형성시켜주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만 좀 길러주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5학년 말, 의찬이에게 물었다. 혹시 공부할 마음이 있냐고. 여기서 좀 더 바뀔 마음이 있냐고. 만약 바뀌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선생님이 온 힘을 다해서 너를 도우겠다고. 하지만 의찬이의 대답은 'NO'였다. 사실 본인에게는 5학년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더 이상 바뀌고 싶은 마음도 없고, 예전의 게임만 하던 삶이 더 좋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의찬이는 6학년으로 올라갔다.


그 이후로 여러 가지 고민들을 했다.

'내 교육방식이 문제였을까? 내가 1년 동안 의찬이를 너무 힘들게 한 걸까? 그냥 이대로 의찬이를 놔두면 분명 나중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못할 텐데... 뭐, 자기 입으로 안 한다고 했으니 굳이 내가 도울 필요가 있을까? 아니야, 그래도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다해야 하지 않겠어? 아직 어린애잖아. 분명 나중에 가면 의찬이가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 게 뻔한데... 하... 딱 6개월만 내가 데리고 살면 습관과 정신을 싹 고칠 수 있을 텐데...'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들 때문에 의찬이를 데리고 사는 아이디어는 포기했다. 무엇보다 그 시간과 에너지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아이들을 돕는 게 훨씬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더군다나 의찬이는 스스로 변화를 원하지 않는 상태였고,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변화의 효과는 더딜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의찬이를 1년 간 경험하고 환경과 시스템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의찬이는 또래 친구들 이상으로 여러 가지 재능이 많았다. 하지만 주변 환경으로 인해 의찬이의 태도와 습관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의찬이는 자신이 본디 가지고 있는 재능을 전혀 발휘할 수가 없었다.


분명 앞으로도 의찬이 같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될 텐데, 이 학생들을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흠... 학교를 세워보는 건 어떨까? 의찬이 같은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무료 전원 기숙형 대안학교! 충분히 능력은 있으나 주변 환경으로 인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설정이 잘 되어 있는 그런 학교 말이야. 아... 근데 학교를 세우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 돈은 어떻게 마련하지?'


그 이후로 지난 몇 년 동안 '무료 기숙형 대안학교 세우기'라는 목표는 어렴풋하게 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최근 들어서 비전 세우기 활동을 하면서 꿈에 대해 고민을 하면 할수록 '무료 기숙형 대안학교 세우기'라는 목표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그 꿈에 대해 생각을 할 때마다 설레어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무료 기숙형 대안학교 세우기'를 10년 장기 목표로 세우고 세부 계획들을 세우기로 했다. 




비전이 이루어지려면 비전과 비전 사이, 목표와 목표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내가 하루하루 실천하는 것들이 주간 목표, 분기별 목표, 연간 목표, 비전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난 '사람들이 최고의 자아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정체성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3년 안에 시간관리방법, 공부방법, 인생을 사는 이유, 환경설정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는 구독자 3만 이상의 교육 유튜브 만들기, 10년 안에 무료 기숙형 대안학교 만들기라는 목표 비전을 세웠다. 유튜브 활동하기는 대안학교를 만들기 위한 징검다리 느낌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그에 따른 구체적인 연간 목표, 분기별 목표, 주간 목표도 세웠다.


간단하게 연간 목표만 소개하고자 한다.

1. 매일 1시간씩 운동하는 습관 만들기

: 앞으로 많은 일들을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 1~2주, 한 달 단기적인 목표였다면 굳이 운동을 넣지 않았겠지만,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수년, 수십 년 간에 걸쳐서 에너지를 쏟아야 되는 일이기에 운동을 최우선순위 목표에 집어넣었다.


2. 분기별로 멘토링 프로젝트를 실시

: 현재 예전 제자들을 대상으로 66일 멘토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작한 지는 1달 반 정도 지났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도 분기별로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젝트를 계속할 예정이다. 지금의 코칭 경험들과 노하우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 학교를 만들 때 좋은 밑거름이 되어 줄거라 생각한다. 멘티 중 일부는 나중에 내가 만든 학교의 선생님이 되어주기로 약속도 했다. ㅎㅎ


3. 15곡 이상 작곡하기

: 아이들을 위한 가사가 담긴 가요틱한 노래를 만드는 것도 내 목표 중에 하나다. 노래, 영상, 글 이렇게 결합을 하면 유튜브든 홍보든 나중에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 같아서 꾸준히 작곡 공부를 하고 있다. 일단 재밌다.


4. 일주일에 5편 이상 글쓰기

: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저장이 된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들,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글로 남겨두면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포트폴리오 역할도 할 수 있다. 사실 요새 잘 안 지키고 있어서 좀 찔리긴 한다... ㅎㅎ


5. 52권의 독서 + 서평

: 성장에 있어서 독서는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장기기억으로 전환시켜 내 것으로 만들려면 독서 후 서평도 필수다.


6. 노래 영상만으로 구독자 만 명 만들기

: 위에 아이들의 성장(좋은 습관 만들기, 공부 방법 및 시간 관리 방법 알려주기 등)을 돕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그 전 단계로 노래 유튜버가 되려고 한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면 우선 라포(친밀감)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진지한 느낌의 공부,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를 올리면 내가 월등한 실력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다. 기존에 자신 있는 노래나 다른 콘텐츠들로 구독자들과 친밀감을 쌓고, 서서히 이들에게 좋을 영향을 끼치려고 한다.


7. 영상 편집 기술 마스터

: 유튜브를 하는 사람에게 영상 편집 기술은 필수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나중에 영상 공모전을 나가거나 홍보자료를 만들 때도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서 좀 깊게 파보기로 했다.


8. 투자습관 및 원칙 확립하기

: 학교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다. 최소 몇백억은 필요하다. 후원을 받거나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이 있어야 갑질을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사 수준의 월급으로는 몇백억은커녕 겨우 몇억 모을까 말까이다. 강의나 책 쓰기도 큰돈을 버는데 사실 한계가 있고, 사업은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과 성격이 맞지 않았다.


가장 빠르게 자금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투자 외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틈이 날 때마다 열심히 투자 공부를 하고 있다. 2년 간 투자를 해본 결과, 제일 중요한 것은 나만의 투자습관 및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나만의 원칙이 있으면 타인의 말이나 시장,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도 절약이 된다.


9. 눈 건강 챙기기

: 벌써 나도 31살이다. 며칠 뒤면 32살이다. 20대 때는 몰랐는데, 이제 날이 갈수록 내 몸이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내 몸 또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쓰면 쓸수록 닳는 소모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50~60년은 더 써야 하는데 벌써부터 조금씩 망가지는 게 눈에 보였다. 눈을 포함, 내 신체들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비전들과 목표들이 허황되다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실제로 내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하나 같이 내 비전을 듣고는 현실성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하거나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척하며 조소를 띄며 그저 허풍으로 받아들였다.


"네가 좋은 뜻을 갖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현실성이 좀..."

"ㅋㅋㅋ 그래~ 10년 뒤에 정말 네 뜻대로 되었는지 한 번 보자. 내 생각에는 몇 개월 뒤면 또 바뀔 거 같은데~~ ㅎㅎ"


신기한 것은 내 제자들은 나의 비전을 비웃지 않았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응원을 해주었다.


"선생님, 왠지 선생님은 선생님의 꿈을 이룰 거 같아요.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

"나중에 선생님이 만든 학교에 제가 선생님으로 취직해도 돼요? 뭔가 재미있을 거 같아요."



사실 아직 많이 미흡한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플랜을 세운다고 세웠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게 모호하다. 나도 확신이 없다. 3년 안에 구독자 3만 이상의 자기 계발 유튜버가 될 수 있을지, 10년 안에 학교를 하나 만들 수 있을지. 앞으로 3년 뒤, 10년 뒤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내 비전을 머릿속에 그릴 때마다 에너지가 솟구치고 활력이 돋는다는 것. 꿈을 생각할 때마다, 온갖 영감들이 떠오른다는 것. 내가 이 비전들을 가지고 하루하루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자아가 되게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앞으로의 나 자신을 응원한다. 교실남, 가즈아!



#꿈 #비전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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