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문재인 정부의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2021)에서는 고교학점제 추진 배경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했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 구조와 직업 세계의 변화, 감염병 유행 등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OECD 등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삶에 대한 적극성과 주도성, 책임감을 지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학생의 선택이 중심이 되는 고교학점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탐색을 거쳐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정하고 개척해 갈 수 있도록 교육과정 다양화, 진로·학업 설계를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에서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3년간 이수해야 할 최소 이수 학점을 의미하는 총 이수 학점은 192학점이다. 총 이수 학점 192학점 가운데 교과(군)는 174학점,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은 18학점(288시간)이다. 학교는 학생이 고등학교 3년간 최소 192학점을 균형 있게 이수할 수 있도록 학기당 32학점(교과 29학점, 창체 3학점) 정도로 편성해야 한다.
먼저, 창체는 기존의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으로 구분되어 있던 것이 진로탐구활동 9학점과 동아리 및 자치활동 9학점 두 가지로 단순화된다. 봉사활동은 별도로 구분되지 않고, 진로탐구활동이나 동아리 및 자치활동과 연계해 운영된다. 신설된 ‘진로탐구활동’은 자기 주도적 진로 설계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하여 기존의 진로활동과 자율활동 가운데 탐구형 자율활동이 통합된 것이다. 여기서는 진로 관련 프로젝트 학습, 체험 중심의 학교 신설 과목, 교과 융합 활동 등 교과와 연계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다음으로 교과(군)에 편성된 174학점 가운데 필수 이수 학점은 84학점이고, 학생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하여 편성하는 자율 이수 학점은 90학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자율 이수 학점 일부를 교과 연계성 등을 고려하여 ‘학교 지정’ 학점으로 편성할 수 있으므로, 실제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학점은 90학점보다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대체로 필수 이수 학점은 공통과목으로 편성되고, 자율 이수 학점은 선택과목으로 편성되어 있다. 다만, 체육 10학점, 예술 10학점, 기술·가정/정보/제2외국어/한문/교양 16학점은 필수 이수 학점으로 편성되어 있지만, 별도의 공통과목이 없으므로 선택 과목 가운데에서 배정해야 한다. 그리고 과목의 이수 시기와 학점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하되, 학생이 학기 단위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편성·운영하고, 공통과목은 해당 교과(군)의 선택과목 이수 전에 편성·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공통과목은 공통 국어, 공통 수학, 공통 영어로 각각 8학점이 필수 이수 학점으로 편성되어 있다. 학생의 발달 수준 등을 고려하여 공통수학 1·2와 공통영어 1·2를 기본수학 1·2와 기본영어 1·2로 대체 이수하도록 편성·운영할 수 있다. 국어·수학·영어 교과의 이수 학점 총합은 81학점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며, 교과 이수 학점이 174학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 이수 학점의 5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회 교과의 공통과목으로는 한국사 6학점, 통합사회 8학점 총 14학점이 필수 이수 학점으로 편성되어 있다. 그리고 과학 교과의 공통과목으로는 통합과학 8학점, 과학탐구실험 2학점 총 10학점이 필수 이수 학점으로 편성되어 있다. 공통과목의 기본 학점은 4학점이며, 1학점 범위 내에서 감하여 편성·운영할 수 있지만, 한국사 기본 학점은 3학점이며 감하여 편성·운영할 수 없다. 그리고 과학탐구실험의 기본 학점은 1학점이며 증감 없이 편성·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편, 고교학점제에서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목은 일반 선택, 융합 선택, 진로 선택으로 보다 확대되었다. 일반 선택은 교과별 학문 내의 분화된 주요 학습 내용 이해 및 탐구를 위한 과목이고, 진로 선택은 교과별 심화 학습(일반 선택의 심화 과정) 및 진로 관련 과목이다. 그리고 신설된 융합 선택 교과는 교과 간 주제 융합 과목, 실생활 체험 및 응용을 위한 과목이다.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시험에서 주로 출제되는 일반 선택과목을 학교 지정 과목으로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학생이 교육과정에 제시된 선택과목의 개설을 요청할 경우 해당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의 선택과목 이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되,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선택과목 이수를 희망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그 과목을 개설한 다른 학교에서의 이수를 인정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AI 혁명 시대 교육의 방향인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 의미가 크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진로를 탐색하면서 자율적인 과목 선택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 가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다. 기술과 산업 구조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모든 학생을 동일한 틀에 가두는 획일적 교육으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 AI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고교학점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으로 학생 중심 미래 교육의 방향에 부합된다고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생 자신이 직접 선택한 과목은 그렇지 않은 과목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대학입시에서도 학생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고 탐구력을 키우는 ‘자기 주도적 역량’이 매우 중요해졌다. 학생들은 교육과정과 교과목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발표하는 ‘학과별 권장 과목’을 통해 자신의 진로 분야에 필요한 과목을 잘 선택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대학마다 입학처 등을 통해 전형 및 학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를 많이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특히 ‘전공 관련 교과 이수 노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과목 선택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문제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대로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기 위한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교사가 2개 과목은 물론이고 3~4개의 과목을 가르치고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니 교사들의 수업 부담이 과중해서 학교 교육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도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안)'(2025)에서 원활한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적정 교·강사 확보 부족으로 다양한 과목 개설이 제한되어 있고, 학교의 소재지, 규모에 따라 편성·개설 과목 수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적정 교원 정원 확보를 추진하고,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학교가 필요한 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대학 시간제 강사 등이 고교 수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고교-대학 간 협력을 강화하고, 교·강사 인력풀 조성, 학점제 컨설팅 등 학교의 학점제 운영을 지원하는 ‘고교학점제 시도지원센터’를 연내 모든 시도로 확대 설치·운영한다. 그리고 대학 교원, 연구원, 산업계 전문가 등으로 강사 풀을 구성·공유하여 다양한 강좌 개설도 지원한다.
앞으로 고교학점제가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교원 확보 방안을 시급히 제시하기 바란다. 고교학점제로 인해 교사의 수업 부담이 과중하게 늘어난다면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할 수도 없을 것이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