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평김한량 Oct 09. 2019

결혼 8년 차를 앞둔 나의 결혼 리뷰

예비부부를 위한 결혼준비 체크리스트 - 이건 알고 결혼하자.

결혼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의 나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삶이 다를 뿐만 아니라 내 생각도 달라졌다. 나는 아내를 닮게 되었고. 아내는 나를 닮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닮아가게 되었고. 현재의 모습에 서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추천하지 않는다. 


결혼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요즘에는 많이 깨졌지만.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다. 배우자를 만나게 되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는 환상이다. 그게 과거였고 나 역시 과거 사람이었나 보다. 


하지만 결혼을 해보니 상대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내가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얼마나 채워주는가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혼하는 이유도 이 부분에서 당혹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추천하지 않는 것은 이 부분을 모르고 대부분 연애를 하다 결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느끼기에 해주고 싶은 것을 해주느라 많은 에너지를 낭비한다. 만약 대화가 부족한 부부라면 더욱더 이 문제는 심각하다. 


대화를 할 줄 모른다면 결혼은 정말 난이도 높은 생활이 된다. 학교의 친구. 직장의 동료야 몇 시간만 보고 내일 만나겠지만. 결혼은 그 끝이 나타나기 전까지 몇십 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만두려고 한다고 해도 그것은 직장을 퇴사하는 것보다 복잡한 절차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냥 살아가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결혼에 대한 준비는 결혼을 한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다행히 나에겐 형이 둘이 있었고 미리 질문과 조언을 통해서 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그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결혼과 나의 결혼은 다르다. 


보통이라는 말을 사람들은 즐겨 쓴다. 그리고 보편적인 틀에 나의 상황을 끼워 맞춘다. 하지만 결혼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남녀가 만나 결혼하는 것에서 보통이 어딨으며 같은 답이 있을까. 집안 환경, 개개인의 능력, 성격, 궁합 등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결혼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와 나는 숱한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 그 말은 '어려움'을 '함께' 했다는 것에 핵심이 있다. 나도 살면서 잘못을 많이 했고. 아내 역시 살면서 실수를 했다. 인간이기에 그렇고 남편이기에 아내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만약 서로에 대한 완벽한 환상이 더 컸다면 우리 부부 역시 큰 위기가 있었을 것이다. 부부싸움 역시 사람들마다 표현이 다르지만. 우리는 마라톤 대화를 했다. 보통 대화를 하면 6시간은 물론이고 8시간이 넘는 대화를 했다. 그 시간이 흘러 다음날이 되어서도 한주가 되어서도 대화는 이어졌다.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재밌을 때도 있지만. 서로가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는 그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 하지만 이것 역시 원래 사람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겨우 겨우 20% 남짓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결혼을 해서 모두가 잘 사는 것 같지만 통계는 결코 그렇지 않다. 인스타그램에서 블로그에서 TV에서 잘 사는 것 같은 사람들도 어느 순간 이혼에 이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말은 오랫동안 깊어진 감정의 골이 깊다는 말이기도 하다. 남의 결혼 부러워할 필요 없고. 나의 결혼 역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아내와 나는 서로를 변화시키지 않기로 했다. 나는 물건을 이곳저곳에 던지고 다니고. 아내는 체계적으로 정리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나만의 공간을 정해놓고 그곳만 어지르는 것. 그리고 그 외의 부분은 아내가 정리를 담당한다. 집 밖의 것들은 내가 모두 수리 보수하고. 아내는 누리기만 한다. 


결국 서로가 잘하는 것을 하되. 못하는 것을 탓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행동을 온전히 할 수 있는 공간을 개개인에게 허락해준다. 사람을 바꿀 수 없는 것은 진리인 면이 있다. 왜냐하면 부모 조차 자식을 바꾸기 힘든데 동급인 부부는 오죽할까.. 


나는 아내에게 큰 불만이 없다. 아내는 나보다 정리를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내 역시 나에게 큰 불만은 없다. 내가 생각하기엔 나 스스로가 완벽해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그건 아닐 거다. 오히려 아내 스스로가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굳이 내 공간을 침범해서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닐까. 


다 되지만 안 되는 것 하나. 


 우리 부부의 기본 방침은 간단하다. 모두 되지만 안 되는 것 한두 개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 이것 해라 간섭하지 않되. 반대로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고. 반대로 상대가 즐기지 않는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보통 상대가 나와 맞춰주길 원하거나 나와 비슷해지길 바라는 내심이 큰 문제를 만든다. 연애할 때야 예의상 몇 번 해줄 순 있어도 결혼 후에는 힘들다. 


결국 서로가 하는 것을 응원해주는 측면을 더욱 키우고 반대로 내가 상대를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부분은 아버지, 어머니의 교육 방면에 의한 것이었으며. 1000가지는 해도 되지만 선악과와 같은 한두 개는 하지 않는 방침이 있었다. 아내와 나 역시 서로에게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불만은 줄어들었다. 이건 연애할 때는 없었던 면이었다. 오히려 연애할 때는 서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이 것을 아이에게도 적용시키니 아이 역시 별 불만이 없어 보인다. 해도 되는 것 투성이니 떼를 부리거나 하진 않는다. 돌 전부터 혼자 숟가락 들고 밥을 먹는 것을 보면서 자율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결혼을 하려면. 


 결혼을 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경제력, 스펙, 외모가 가장 우선시되지만. 막상 결혼해보면 알게 된다.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고. 그로 인해서 경제력이 쉽게 무너지게 되는지. 그리고 스펙 역시 어떠한 일로 인해서 과거의 영광이 되는지 등등.. 외모는 나이가 들면 말할 필요가 없다. 


결혼은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야 한다. 마라톤도 아니다. 마라톤은 언젠가 끝나니까 뛸 수 있는 거다. 이건 죽을 때까지 걷는 것이고 같은 곳이 아니면 시간이 지날수록 남모르게 후회만 남을 수 있다. 무엇보다 그런 후회가 들지 않으려면 짧게라도 매일매일 솔직한 대화를 해야만 한다. 이 사소한 것을 우습게 알고 넘어갔다가는 습관화되어서 몇십 년 치 원망이 쌓일지도 모른다. 


꿈도 공유하고 힘든 것도 공유하고. 무언가 못하게 막기보다는 지켜보면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다독여줄 수 있는 것. 자녀는 나의 소유가 아니기에 간섭하지 말고. 역시 지켜봐 주면서 응원해주는 것. 이것 밖에는 달리 답이 없어 보인다. 그냥 있어도 삶은 힘든 부분이 있고. 그 힘든 부분을 누군가 다독여 준다면 그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환상. 


 내 삶은 결혼 전. 그 이상이다. 어차피 결혼 전에도 힘든 날이 많았다. 남들이 보기엔 모험과 도전이 빛나는 모습이었을지 몰라도. 그 이면. 혹은 전부가 상처 투성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서 나는 무조건 내 편이란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다. 넘어졌을 때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족임을 깨달았다. 


나도 부족한 사람. 아내도 부족한 사람. 아기도 부족한 사람. 이렇게 부족한 사람 셋이 모여서 바보처럼 웃고 떠드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화려함보다는 소소함에 해답이 있고. 특별한 순간만 고대하기보다는 매일매일 순간이 소중해야만 할 것 같다. 


환상은 일찍 깨부술수록 좋다. 너무 모범 답안 같은 결혼은 지양하고. 겉치레에 돈은 최대한 줄이고. 대화 같이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 너무 쉽다고? 그걸 누가 모르냐고? 그런데 해봐라 쉽기 때문에 한두 번 할 순 있어도 습관처럼 매일 하긴 힘들다. 결혼은 매일 해야 한다. 매일!


마무리. 


 그냥 결혼이나 할까. 혹은 결혼한 누구누구가 좋아 보여서 결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남자를 고를 때 직장을 보고 집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남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 상태로 결혼을 해본다면 깨닫게 된다. 분명히 이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돌아보면 해답처럼 말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무언가 화려한 겉치레만 많다. 단순한 진리는 간단하다. 지금 실현될 수 있으면 백 년 후에도 변치 않고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리다. 


나는 결혼은 진심 어린 대화라고 생각한다. 

연애와는 다르다. 서로 보기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그런 화려함은 빠지고.


100% 진심을 보이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함께 고민하는 것.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걸 알고 결혼한다면. 나는 결혼을 추천한다.

그것만큼 행복한 길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가 만두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