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살아났다
김계정
전철 안 흙냄새 난다,
더덕의 무임승차
제 영토 넓히며 간다
제 숨 나누며 간다
형체는 보이지 않아
하지 못한 말, 고맙다
‘숨이 살아났다’라 하면 꺼져가는 목숨이 고비를 넘긴 경우를 뜻하기도 하지만 일상에서는 축 처져 있던 모습이 생기를 되찾을 때 쓰는 말입니다. 반대로 숨이 죽는다는 건 기세가 꺾이거나 시들해졌을 때 쓰이곤 하지요.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시인은 전철 안에서 숨죽은 채 어디론가 가던 중 한순간에 숨이 살아나는 경험을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게 바로 보이지 않는 더덕 덕분이었군요.
더덕은 지상부가 아닌 뿌리에서 향이 풍겨 나오는데 산길을 가다 보면 그 향으로 인해 더덕이 근처에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누군가 산에서 캔 더덕을 가지고 전철을 탔다면 승객들이 냄새를 맡았을 것입니다. 시인은 이를 흙냄새라 부릅니다. 콘크리트 숲으로 뒤덮인 도심에서 흙을 느낄 수 있는 더덕 향이 난다면 누구나 숨이 살아나는 듯한 호흡을 하지 않을까요. 더덕은 ‘제 영토를 넓혀’ 전철 안까지 숲의 기운을 전하며 향을 나눕니다.
종장에서 시인이 만물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군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지만 고마워하는 마음가짐은 사람들이 간직해야 할 미덕입니다. 세상은 형체를 드러내지 않은 여러 존재가 있어 지탱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왔기에 오늘날 기후 위기를 맞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연의 작은 한 부분이라도 따뜻하게 응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위기에 처한 이 땅의 숨이 다시 살아날 거라는 믿음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