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링
김종연
1분만 알을 놓쳐도 새끼를 지킬 수 없는
영하 50도의 혹한 속 펭귄들의 거룩한 동맹
모든 게 얼어붙어도 얼지 않는 세상 있다
북극 한파가 밀려와 대만에도 맹위를 떨쳐 천삼백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합니다. 아열대 지역이라 난방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생긴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김종연 시인의 <허들링>은 남극의 한파를 이겨내는 펭귄들을 이야기합니다. 이 작품이 수록된 시조집의 자서에서 시인은 시조를 ‘세상으로 나가는 출구이며 나에게로 향하는 입구’라 정의하였죠. 시인은 저 먼 남극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단시조의 작은 그릇에 또 하나의 세상을 담습니다. 그곳은 ‘모든 게 얼어붙어도 얼지 않는 세상’입니다.
군 생활 중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에 계란이 꽁꽁 얼어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영하 50도라니 그 혹한의 강도를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군요. ‘1분만 알을 놓쳐도 새끼를 지킬 수 없는’ 극한상황 속에서 펭귄들이 행하는 허들링이란 무엇일까요. 알을 품는 펭귄을 둘러싼 한 무리의 펭귄들이 서로 몸을 밀착시켜 돌아가며 혹독한 추위를 막아내는 방법이라 합니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지면 안쪽의 펭귄들이 자리를 바꾸어 전체의 체온은 계속 유지되는 것입니다. 종족 보존을 위한 본능으로만 이해하기엔 너무나 사회적인 행동이군요. 공존이라는 서로의 믿음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허들링을 ‘펭귄들의 거룩한 동맹’이라 명명한 시인은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인간의 동맹은 깨기 위해 맺은 것처럼 파기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런 거창한 문제를 들추려 한 건 아니겠지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가장 힘든 시기가 겨울입니다. 서로가 곁을 주는 마음의 허들링이 우리 이웃의 희망을 얼어붙지 않게 할 거라는 시인의 소박한 바람이 읽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