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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Jul 11. 2016

토끼의 이야기

살면서 정말로 만나기 힘든 이야기가 있다.

한 마리의 토끼가 있었어. 그 토끼는 네 개의 발로 곧잘 뛰곤 했지. 하지만 여느 때와 같이 잘 뛰던 토끼가 갑자기 어느 순간 발이 꼬여 넘어져 버렸어. 넘어짐을 경험한 토끼는 어떻게 됐냐고? 넘어짐을 발판으로 더욱 더 발전했을까? 아니, 토끼는 계속해서 넘어졌어. 이젠 발이 꼬이지 않고 잘 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넘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계속해서 넘어졌던 거야. 넘어질 수도 있다는, 곧 언젠가는 분명히 넘어질 거라는 자의식은 생각의 꼬리의 꼬리를 물게 됐고, 토끼는 오랫동안 그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됐지. 참 슬프지 않아?


너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잘 알아. 다시 넘어질 거 같다 싶을 때, 암울했던 그 구렁텅이가 또 한 번 가까이 왔다 느껴질 때, 그때는 방향을 잠시 돌려 그것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빠지면 빠질수록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그것을 잠시 피한다는 그 방식이 물론 안 좋은 것일 수도 있지. 복잡한 여자문제가 될 수도 있고, 독한 술이나 약을 할 수도 있고. 네가 극단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정말로 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줘. 혹시나 네가 그 구렁텅이에 다시 빠지게 됐을 때, 누군가는 네가 빨리 그곳에서 나오기를 바란다는 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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