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다. 새로운 환경에 놓여지게 되면 얼굴이 벌겋게 변하면서 금세 바보가 되기 일쑤고, 두려움이 스물스물 피어올라 겁쟁이가 되곤 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했다. 하지만 적응만 하게 된다면, 새로운 그곳은 완전히 내가 축조한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때문에 변화를 마주했을 때마다, 내가 이제 어떤 세계에 살게 될까 하는 호기심과, 그 세계는 낯선 곳이라는 막연함(또는 두려움)의 감정이 공존하곤 했다.
겉으로 보기엔, 또 오랜시간동안. 현실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안정적이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나의 세계라 생각해왔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당연히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안정감 뒤에 묻어 가려는 무기력함과 공허함, 나의 오랜 친구인 이것들이,
가끔씩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