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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Dec 27. 2015

배드 캅

아벨 페라라 감독, 하비 케이틀 주연의 <배드 캅>을 보았다. 워낙 국내엔 희귀한 영화라 자막도 없어서 하비 케이틀이 나쁜 경찰 역할을 맡았구나 하고 그냥 추측하면서 봤다. 영화가 상당히 세다. 미국 언더그라운드 시네마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 B스러운 감성도 충만하게 가지고 있다. 기존의 영화 문법은 완벽히 배격하고, 새로운 표현 수법을 도발적인 방식으로 시도하는 전위 예술 영화 같기도 했다. 그만큼 상당히 문제가 되는(?) 이전에는 자주 보지 못했던 극단적이고도 추악한 이미지들이 이따금 보인다.


영화는 콘크리트 빌딩으로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아메리칸 드림처럼 화려하다기보단, 스콜세지가 다루는 뉴욕처럼 다소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드는, 허무주의가 맴도는 회색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내가 볼 땐 그냥 영화의 색깔 자체가 이러했었던 것 같다_ 주인공이 마피아에게 죽었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도망가기 바빴던, 그 살인 사건과 엮이고 싶지 않아 회피하기 바빴던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영화의 색깔을 추측하게 됐다. 류승완 감독 <부당거래>에서 이 장면이 오마주 됐더라.


종교적인 구원을 테마로 삼으면서도, 카톨릭적 주제로 영화의  뼈대를 이루면서도, 극단적이고도 추악한 이미지들을 통해 신앙적 회개의 메시지를 구사한다. 모순된 언어, 이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예술로서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타락한 현대인의 구원으로 감독은 예수를 그렸지만, '종교 말고도 우리에게 이 추악한 시대 구원은 없는가' 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렇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갈망하던 악질 경찰은 끝내 극의 끝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허무하고 차갑고 거칠고 대담하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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