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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Oct 19. 2017

마지막 히스 레저, 아이 앰 히스 레저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는 남겨진 사람들을 주목한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사이에서 떠나간 사람에 대한 기억들을 이어 붙힌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마지막 히스 레저의 모습이다. 그는 자유로웠고 열정적이었고 항상 그 자유와 열정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예술가였다. 영화배우로서 걸어온 그의 삶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카메라 뒤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온 그의 모습까지 담아내는 시선은 매우 고왔다.


살아생전 그가 남긴 영상들, 그의 모습을 오랜만에 본 것으로도 반가웠지만 더욱 인상깊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이었다. 다큐영화라는 장르를 떠나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히스의 딸아이에게 노래를 만들어주었던 뮤지션, 히스가 만든 영상 작업물의 주연 배우를 맡았던 친구, 그와 같이 작업을 했던 동료 배우와 감독들. 떠나간 한 사람의 생애를 다시금 뒤돌아본다는 것은 창작자의 주관과 그 사람에 관한 개인적인 시선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이 영화는 히스의 주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히스에 대한 최대한의 객관적인 기억들만 다루고자 한다.


죽음, 영화 말미에 이제 우리는 다시금 반갑게 만난 히스를 떠나보내야 한다. 히스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가 전개될 때였다. 신이 그의 재능을 부러워하기 때문에 천재들은 요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저 그렇게 믿는 것이 그에 대한 기억들의 최선인양, 영화는 무엇보다도 찬란했던 히스의 일생과 열정, 그리고 재능을 중점적으로충실히 담아낸다. 원래부터 불면증이 심해 주기적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던 히스는 그의 유작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을 촬영하던 중 장시간 비에 맞는 새벽촬영으로 몸이 안 좋아진다. 때마침 복용하던 약도 들지 않아서 다른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데 원체 좋지 않던 몸상태와 약물의 부작용이 겹쳐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조커의 역에 과하게 몰입을 해 자살을 한 것이다, 마약을 한 것이다, 와 같은 낭설들로 인한 사인은 전혀 아닌 것이었다. 대중의 자극적인 관심사를 위해 그의 마지막이 잘못 포장되어온 점은 굉장히 아쉽게 느껴진다.


그의 일대기_ 그가 태어나고, 자라오고, 꿈을 꾸고, 실현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창작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까지- 그런 그의 일대기를 90분 남짓한 영상에 담기에는 너무나도 짧고 버겁다고 느껴진다. 잠시나마 그를 떠올리게 해주었던 매개체, 그를 향한 애정과 기억들. 반가웠다. 이 영화를 끝으로 우리가 다시 안녕을 고하는 게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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