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호구 기질이 충만한 아이였다. 처음 접하는 환경, 처음 하는 일, 이런 것들에 있어서 나는 타인에 비해 철저히 바보가 됐다. 정말로 심하게 바보가 돼서, 처음 접하는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척척 해내는 아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삶도 그런 것 같다. 우리네 인생은 모두 병신 같고 호구 같다. 정말 완벽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히 어떤 한 부분은 그럴 거다. 하지만 그러면 뭐 어떠하냐. 처음 살아보는 인생, 바보 같고 병신 같이 사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너무 열심히 살려 하지 말자. 호구처럼 살아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