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모시는 건 불효하는 것 같아요.
요양원에 모시는 건 불효하는 것 같아요.
요양원보다는 차라리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부에서 지원금 나오니까 하는 거겠죠.
어떤 요양원이 좋은 요양원인가요?
우리 부모님은 요양원은 운영하신다. 엄마가 대표님이다. 벌써 5년 이상 요양원을 아빠, 엄마, 남동생이 함께 운영하며 요양원의 힘든 이야기들, 또 감사한 이야기들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요양원과 다른 가족들은 멀리 지방에 있어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가끔 가족행사로 집에 내려가면 요양원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게 된다. 이번에도 추석을 맞아 집에 다녀오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눴다.
엄마는 사회복지과 교수님이셨다. 그리고 엄마에게 오랜 시간 영향을 받은 아빠도 복지 관련 대학원과 요양보호사 자격증, 간호조무사 자격증까지 따셨다. 딱히 가고 싶은 과가 없었던 동생은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빠는 인생의 노년에 힘들고 병들어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으시다고 했다. 할머니, 그러니까 자신의 어머니를 다른 요양원에 모시며 자주 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있으신 듯했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큰 사명감을 가지고 요양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부모님이, 그런 우리 요양원이 자랑스럽다. 좋은 일이라서가 아니라 이일을 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와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의 약자를 돌보는 일에 온 힘을 다해 헌신하기로 결심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선한 의미를 가지고 요양원을 운영하시다 보니 당황스러운 일도 가끔 벌어졌는데, 어르신들의 등급이 낮아지는 것이었다. 요양원에 오시기 전보다 오히려 건강이 더 좋아지신 것이다. 매일의 신체 활동과 식사를 건강하게 챙기는 것, 대화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무래도 큰 이유인 것 같았다. 어떤 보호자는 자꾸 어르신이 건강해지셔서 큰일(?)이라며 등급이 안 나오면 요양원에 맡길 수가 없는데 어쩌냐고 농담을 하시기도 했다. 정말 성심성의껏 케어하신다.
물론 모든 요양원이 우리 요양원 같지는 않다. 때때로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요양원이어도 막상 어르신을 돌보는 데는 적당히 서류상 문제없을 정도로만 돌보거나, 기력이 없어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식사도 충분치 않게 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분들이 요양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다. 하지만 좋은 요양원을 찾는다면 오히려 요양원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것이 더 잘 돌보아 드릴 수 있고, 어르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엄마가 자주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만약 내가 치매가 걸리면 바로 요양원으로 보내라”는 말이다. 서로 힘들게 고생하지 말고, 내가 너희의 짐이 되어 힘들게 하고 싶지 않으니 지체 없이 요양원으로 보내고, 그냥 자주 보러 오라고 말이다. 아무리 집에서 어르신을 잘 돌본다 하더라도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처음이기에 잘못하면 서로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거나, 너무 어르신을 억압하게 되거나, 반대로 어르신을 방치하게 되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좋은 요양원을 잘 선택하여 모시는 것이 서로에게 덜 부담을 줄 수 있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그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 같다. 좋은 요양원들이 많아진다면 말이다.
나의 외할머니,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가 심한 치매와 아주 안 좋은 몸상태로 생을 마감하셨다. 한 번은 식사를 거르고 길을 걸으시다 쓰러지셔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셨는데 그때 가족회의가 열렸다. 우리 엄마는 우리 요양원에 모시겠다고 했으나, 온 가족이 반대했다. 상태가 이렇게 안 좋은데 어떻게 요양원에 모시냐, 차라리 병원에 있는 게 낫지 않냐.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어떻냐.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큰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조치할 수 있는 게 병원이라고 우리가 인식하기 때문에 그래도 병원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이 분만 돌봐주지 않는다. 더 건강해지기 위한 치료를 하는 게 아닌 이상, 그냥 현상유지로 입원해 있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병원비만 엄청나게 나오고 돌아가시기만 가만히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가족들을 설득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우리 요양원으로 모셨다. 외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아주 힘드셨을 것이다. 다른 어르신들과 달리 아예 일어서지도 못하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셨다. 특히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아 아빠가 고생이 많으셨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욕창이 생길 수 있다 보니 시간마다 몸을 돌려드리고, 긁는 손을 제어하고, 피부병 때문에 다른 분들과 격리시키고, 약을 바르고, 용변을 정리하고, 식사를 챙겨드리는 일만 해도 엄청난 일이었다. 부모님은 외할머니를 모시고 극진히 돌보아 드리며 돌아가시기 전까지 고생하셨다.
이미 더 이상 병원에서도 더 나아질 수 있는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면 요양원에 가시는 게 맞다. 그게 경제적으로도, 가족들이 얼굴을 뵈러 가는 데도(우리 외할머니의 경우처럼 중환자실은 면회 제약이 많다), 돌봐주는 부분에 있어서도 훨씬 나은 조치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요양원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가까이에서 듣게 된다. 모든 선생님들이 3교대로 일하고 빨간 날도 없고, 주말도 없다. 또 요양원에 일하러 오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은 없으니 일하시는 분도 다 60대 이상이다. 서울도 아니고 지방에서 선생님들을 구하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요양원의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야 하기에 매 순간 예민하게 모든 어르신들에 대해 파악하고 계신다.
정부가 주는 지원금에 대해서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이것도 좋은 방식이 아니었다. 일단 운영을 한 후에 산정하여 금액을 신청하는 방식인데 처음 요양원을 인수하실 때 하필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시기였다. 게다가 운영 첫 달에 몇몇 어르신이 코로나에 걸리셔서 아직 정부 보조금은 없는 데 인력부족, 식비부족으로 아주 어려움을 겪으셨다. 시골에 마트 배달을 할 수도 없었고, 아무도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태(코호트 격리)가 한 달 동안 지속되어 어려움을 겪으셨다.
또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각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작성해야 하는데, 중간에 어르신이 응급으로 앰뷸런스를 타는 경우 선생님들의 근무가 달라지므로 그 모든 서류의 명단이 철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법정 의무 근로시간이 1시간이라도 부족하거나 잘못 기록되어 두 개의 서류에 근무자가 다르거나 오류가 생기면 근무자의 한 달 치 월급이 통으로 아예 안 나온다는 사실이다. 아무런 경고도 없다. 그냥 안 나온다. 서류를 수정하여 올리세요가 아니라 그냥 한 달 치가 증발하는 것이다. 사이트도 아주 불편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게다가 복지과에서 불시에 점검을 나오는데 ‘무엇이 잘못되었으니 수정해라, 이건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등의 경고 없이 바로 벌금을 때리거나 낮은 레벨의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몇 등급 이하로 3번 평가를 받으면 요양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문제는 시에서 제대로 교육시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갑자기 점검을 나와서 벌금을 때리니,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것이다. 민간으로 운영하라고 정부가 독려해 놓고는 주먹구구로 진행되는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힘든 것은 보호자들의 갑질이라고 했다. 우리 덕분에 국가에서 돈 타먹는 거 아니냐며 큰소리치는 보호자가 있는가 하면, 연락도 없이 찾아와 면회를 신청하는 보호자, 우리 어머니를 왜 남자선생님이 돌보냐는 보호자. 그들을 이해시키고 또 이해해 주는 것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마음에 큰 스크래치가 된다고 하셨다. 사람을 돕겠다고 이 일을 하는데 도리어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불평만 늘어놓으니 그럴 만도 하다.
최하위등급을 맞은 요양원은 당연히 좋은 곳이 아니겠지만, 위와 같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고 벌점을 당하는 경우들도 많기 때문에 등급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곳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요양원은 리뷰나 별점 같은 것도 없고 내가 살아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본 입장에서는 대표님의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다. 대표가 요양원을 운영하는 마인드가 요양원 전체의 분위기가 되고 요양원의 목표가 되기 때문에 대표님이 정말 가족처럼 어르신들을 돌보고 케어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요양원 상담을 할 때 대표님 원장님의 마인드가 어떠한지, 어르신의 상태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등등을 체크하는 것이 좋은 요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