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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llllleina May 25. 2017

경험을 통한 배움 #1

내 디자인 저작권 지키기


작년 3월. 내 인생에서 제일 큰 고난이 왔다.



여느 때처럼 나는 누워서 인스타를 보고 있었다. 빠른 슬라이딩으로 내려가던 사진들 속에 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보자마자 ‘내 플리마켓 포스터 아냐? 뭐지? 똑같아도 너무 똑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사진에 댓글을 달았다.

 “혹시 핀터레스트에 있는 플리마켓 포스터를 레퍼런스로 잡아서 작업하신건가요?ㅎㅎ 제가 작업한 작업물과 너무 비슷해서 여쭤봅니다”라고. 그에 대한 답은 다이렉트 메시지로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희 작업한 직원이 참고를 한 모양입니다 ㅠ 너무죄송하네요 ㅠㅠ 양해해주실 수 있을까요?? ”


참고… 참고라고 하기엔 해당 플리마켓에 관련된 내용 외에는 변경된 것이 없었고, 그걸 또 양해하고 넘어가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물쩍 넘어가려는 그 사람의 태도와 똑같아도 너무 똑같은 디자인.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사과글과 함께 제작한 포스터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돌아온 답은 내일이 플리마켓 당일이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나의 말은 묵살한 채) 그들의 목적에 맞게 카피된 포스터는 사용 되었다.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지만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포스터 사용을 중지하라는 항의밖에 할 수 없었다. 결국 나의 강력한 항의로 플리마켓 당일 끝나기 1시간 아니 30분 전에 포스터는 제거가 되었다.(실제로 제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제거된 벽면 사진을 보여줬으나 이미 나는 그들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카피한 포스터는 상업적으로 사용되었고 이미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내가 금전적인 것 외에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여기서부터 나의 대응이 시작되었다. 디자이너 분들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선 나의 플리 마켓 포스터는 저작권 협회에 등록되어있지 않은데 저작권이 있을까? 

답은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등록해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물을 제작한 시점으로부터 저작권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저작권 발생 시점은 저작물을 최초로 생성된 날짜를 기준으로 보면 된다. 나는 좀 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제일 처음 포스터를 업데이트했던 비핸스 업데이트 날짜를 기준으로 하였다. (작업물을 올려서 나처럼 카피를 당할 수도 있지만, 저작권 발생 시점을 알려주는 중요한 증거물이 되기도 한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포스터를 업데이트한 핀터레스트, 비핸스, 노트폴리오에 상업적 사용 불가 표시를 해뒀는지 확인했다. 비핸스에 올린 포스터의 저작권 표시는 아래와 같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선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는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렇게 하면 되지만, 이용 허락권자가 귀하에게 권리를 부여한다거나 귀하의 사용을 허가한다는 내용을 나타내서는 안 됩니다.

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추가 제한 금지 — 이용자는 이 라이선스로 허용된 행위를 제한하는 법적 조건이나 기술적 조치를 부가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저작권 표시가 법적으로 영향력을 크게 주지 못한다고 한다.  디자인 생태계에서 디자이너가 서로 서로 지켜야 하는 예의 정도라고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작업물을 올리다가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작업물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를 해두는 게 좋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내용증명서

살면서 “내용 증명서”라는 것은 처음 들었다. 내용 증명서를 적으면 뭔가 일이 더 커질 거 같고 법적인 문제로 얽히게 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내용증명서는 나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함과 그것을 국가에서 이런 내용이 오고 갔음을 인증해주는 수단이므로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었다.

나는 변호사, 변리사 분들과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 증명서를 발송했다. 

 

("귀하의 회사가 날로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 이 문구 정말 쓰기 싫었다. 하지만 좋은게 좋은거니까...)



내가 보낸 내용 증명서에 답이 왔다.


그들은 우선 나에게 저작권이 있는지와 또 다른 비슷한 디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말했듯이 저작권은 꼭 등록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나는 이미 저작권을 가지고 있으며, 비슷한 디자인은 비교할 가치도 없었다. 그들이 나와 비슷한 디자인이라고 보여준 포스터는 아메리칸 어패럴 플리마켓 포스터였다. 만약 나의 포스터가 아메리칸 어패럴의 포스터를 카피하여 제작했다 하더라도 그 문제는 아메리칸 어패럴과 나의 문제이지 카피한 업체와의 문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변호사, 변리사님들의 의견)

내가 제작한 포스터와 카피된 업체 포스터 그리고 그들이 나의 포스터와 유사하다고 주장한 아메리칸 어패럴 포스터


원본과 카피본 비교



내용증명서를 주고받는 동시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도움을 청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노트폴리오의 커뮤니케이션 H 팀장님께서 알려주셨다. 나의 상황을 메일로 드리니 아주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자문을 구하는 것은 무료이며 답변도 꽤 빨리 왔었던 거 같다. 


아래의 링크에 들어가서 비즈니스 상담 신청을 하면 된다.

http://portal.kocca.kr


오프라인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상주하고 계시는 변호사, 변리사 분들은 저작권 침해가 확실하다고 하셨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변리사께서는 디자인의 독창성이 부족해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답을 주셨다. 내가 이 분쟁을 통해서 나의 디자인 권리도 찾고 손해배상금을 받을 확률은 50:50. 비록 반의 확률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작업물을 카피해 사용한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레퍼런스와 카피는 다르다고. 


그래서 나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저작권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저작권 분쟁 조정과 이 이야기의 마무리는 "경험을 통한 배움 #2"로 다시 찾아올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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