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진실 (1)
굳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소금의 섭취에 대해서는 다들 어디선가 한 번 이상은 보거나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만큼 현대 한국 사회는 소금의 섭취량에 대해 민감해진 편이다. 근 몇 년 사이에 언론과 수많은 책들에서 소금의 해악을 이야기하며 덜 짜게 먹는 것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지 이미 몇 년이 지났다. ‘덜 짠 소금’이 출시되어 팔리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할 만큼 소금의 섭취는 민감하게 다가온 사실이다. 특히나 잊어버릴 만 하면 TV 프로그램들에서는 장수마을을 찾아가 장수 비결을 묻는데, 대개가 덜 짜게 먹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다. 정말로 그것이 장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탐구는 사실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물론 소금, 즉 나트륨은 단기간에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몸에 다양한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늘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높은 빈도로 고혈압이 발견되는 것이 가장 잘 알려진 것 중 해악 중 하나이며, 높은 염도의 소금은 위장 및 구강 내 점막 등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장기간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할 경우 염증이나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 또한 존재한다. 최근에는 그 외에도 최근 나트륨 과다 섭취와 치매 사이의 연관성이 발견되었다는 보고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매스컴에서 이야기하는 나트륨의 해악은 다소 과장된 구석들도 있는 것이 사실인데, 다소 과장되어 알려진 것처럼 나트륨이 악이라고만은 결코 볼 수 없다. 나트륨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생명활동을 수행하기 위하여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성분이다. 인류의 삶을 가장 극적으로 바꾼 세 가지를 꼽아보라면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불, 바퀴, 그리고 소금이 아닐까? 소금 제조법의 등장과 발전으로 인하여 인간은 식사를 단순히 생활이 아니라 문화로 발전시켜나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트륨은 체내의 삼투압 유지라는, 생명 활동 및 유지에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의 몸은 적정 나트륨 농도를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짠 음식을 먹고 나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목이 말라지게 되며, 자신도 모르게 물을 찾게 된다.
이렇게 수분을 섭취하여 체내의 농도를 맞추고, 남는 나트륨은 방광으로 이동하여 소변의 형태로 배출한다고 봐도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하여 체내 나트륨 농도와 혈압을 유지하게 되며, 인간이 생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섭취하는 영양소의 최종 형태 중 하나인 포도당 등을 세포에 흡수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농도 차이에 의한 삼투 작용에 의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실제 나트륨을 섭취하는 방식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우선 한식은 기본적으로 많은 양의 소금을 사용하는 편이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일상적으로 먹는 밑반찬들이나 젓갈 종류가 함유하고 있는 나트륨의 양은 적다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김치 역시도, 김장 한 번 할 때 얼마나 많은 양의 소금이 사용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나트륨 섭취 과다에 대한 걱정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이 존재한다. 점점 한식만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또한 엄연한 현실이며, 한식을 여전히 고수하는 사람들이라도 소금의 섭취량은 식습관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대에 이르러 한식 문화는, 김치와 짭짤한 밑반찬들과 따뜻하고 간 잘 맞춰진 국 한 그릇이 없으면 밥을 먹은 것 같지도 않게 여겼던 과거와는 다른 전환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게다가 사실 나트륨의 국제 섭취량 권장 기준은, 각 나라 식문화의 특성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고 책정된 부분 또한 존재한다. 물론 나트륨 섭취가 많은 것은 결코 좋지는 않지만, 나트륨 섭취에 대해 길항 작용(feedback)을 해 주는 칼륨을 충분히 섭취한다면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트륨의 국제 권장 섭취량은 다분히 서양식 식단을 기준으로 책정된 것이다. 아시아는 대체로 오랜 세월동안 서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문화권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양 문화권에서 사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서양인들보다 딱히 크게 짧은 편도 아니다. 이에 대해서 아시아의 식문화는 서양보다 대체로 채식의 비중이 더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들 알다시피 채소에는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식문화라는 것은, 주어진 자연 환경 및 작물 생육 환경에서 그 구성원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진화해 간다. 날고기를 먹으면서도 건강했던 에스키모-이누이트 인들을 보면 이 명제는 좀 더 설득력을 얻게 된다.
‘몸에 좋다’면 이름 모르고 효능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약초나 식재료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나트륨이 몸에 끼치는 해악이 있다고 해서 마냥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나트륨을 좀 많이 섭취하더라도 몸이 알아서 이를 조절하는 작용을 하며, 등산이나 운동, 더위 등으로 인해서 땀을 흘렸다면 어느 정도는 보충해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신경 쓸 필요가 있지만, 지나치게 민감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