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 물과 이온음료 섭취에 관한 이야기
예전에 기초 대사량과 신진 대사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글에서, 소화 대사량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트릭 중 하나로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한 적이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도 밝힌 바 있었으며,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을 마시게 될 경우 수분 중독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수분 중독증은 실제로 뭔가에 중독된 증상은 아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수분을 섭취한 것이 원인이 되어, 체액 양이 많아진 탓에 전해질 밸런스가 무너져 저나트륨혈증과 부종 등이 유발된 상태다. 저나트륨혈증은 뇌압 상승을 일으키는데 이로 인하여 두통, 현기증, 구토감 등의 증상이 발생하게 되며, 또한 급격하게 상승된 뇌압은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여러 가지 위험 상황을 초래한다.
다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수분 중독증에 관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실제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자주 해 오는 질문 중 하나인 ‘무엇을 어떻게 마셔야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각각의 이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하는 중에 물을 마시면 붓는다던가(!) 근육이 뭉친다는 등 나름의 경험에 입각한 듯한 이야기도 있고, 심지어는 수분 섭취는 몸을 무겁게 할 뿐이다-_-는 농담에 이르기까지 수분 섭취에 대한 진실만큼이나 오해도 많다. 그중 가장 흔한 이야기는 매일 생수 8잔 이상을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http://beverageinstitute.org/article/hydration-guidelines/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은 이미 04년경에 종결이 지어졌다. 미 의학협회 (Institute of Medicine : IOM)의 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인이 생활함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수분의 80%는 카페인이 함유된 여러 음료들을 포함한 각종 액체에 의해 충족되며, 나머지 20% 가량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서 섭취된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미 탈수 증상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의 수분은 일상 생활 속에서 충분히 섭취하고 있으며, 탈수 증상이 일어나기 전에는 격렬한 갈증을 느껴 본능적으로 물을 찾게 된다. 때문에 갈증을 무시해서는 안되고, 갈증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 수시로 수분을 보충해야 할 필요는 있으나 몸이 필요로 하는 이상의 과도한 섭취가 좋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된 바가 없다. 또한 카페인이 가져오는 이뇨 작용에 대한 의견 또한 분분했었으나, 카페인 섭취가 실제 탈수로 연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대부분의 사례와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일시적인 것에 불과함이 규명되었다.
결국 운동 중의 수분 섭취는, 갈증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일반적인 강도로 즐기는 수준이라면 자주 나눠서 소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마쳤을 때 역시도 마찬가지다. 운동이 끝난 뒤 목이 타고 입술이 바싹 마른다는 이유로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 마치고 마신 물이 뱃속에서 출렁대는 느낌을 다들 한 번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찬물을 마셨을 경우, 인체로 들어온 수분의 온도를 체온과 비슷하게 맞춘 뒤 흡수시키기 위해서 위장이 물을 일단 잡아두게 된다. 입 안에서 물을 어느 정도 머금어 온도를 올린 다음 조금씩 천천히 삼키면, 빠른 속도로 온 몸의 세포에 수분이 전달되어 체수분으로 전환해 갈증을 효율적으로 해결한다.
덧붙이자면, 물보다 흡수가 빠르다고 광고하는 이온음료를 마실 필요는 딱히 없다. 물론 이런 음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많은 땀을 흘려 체내의 전해질 밸런스가 깨졌을 경우, 손발의 저림과 함께 근육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이 정도의 손실이 있었다면 보충을 당연히 해 줘야 하겠으나, 일반적인 범주 안에서의 운동이라면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은 전해질 보충이 주가 아니라 지친 근육의 회복을 위한 에너지 보충이 주가 된다.
그리고 사실 이런 용도라면, 굳이 이온음료를 마시지는 않아도 된다. 회복을 위해서라면 초코우유 한 팩을 마시는 쪽이 더 도움이 된다. 실제로 초코우유는 유청단백, 탄수화물, 당분이 골고루 포함된 음료로서 훈련 후 컨디션의 빠른 회복을 위해 많은 체육관에서 선호되는 음료 중 하나다.
위의 이야기들이 다 복잡하다면 이 한 문장만 기억해두자. 물은 조금씩 자주, 갈증이 오지 않을 정도만을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이상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