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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온 Aug 17. 2015

힘짱과 몸짱 사이의 딜레마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당신이 먼저 생각해야 할 것들

휘트니스 클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헬스는, 엄밀히는 보디빌딩 계열의 운동에 가깝다. 물론 그렇게 단순하게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긴 하다. 헬스는 특정 종목을 뜻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휘트니스 클럽 안에서 즐기는 대부분의 운동을 묶어서 말하는 하나의 개념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휘트니스 클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벤치에 누워 바벨을 들어올리고 각종 웨이트 머신 앞에 앉아 땀을 쏟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하는 목적이 ‘강해지기 위한 것이냐’ 라고 물으면, 사실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채 휘트니스 클럽에 등록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펑셔널 트레이닝의 대명사, 케틀벨

헬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목표는 강해지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멋진 체형을 만들기 위한 것인 경우가 많다. 멋진 몸을 만드는 운동이 보디빌딩으로 대별된다면, 강해지기 위한 운동은 대체로 크로스핏 계열의 ‘기능적으로 우수한 몸’을 만드는 쪽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후자를 두고 펑셔널 트레이닝(Functional Training)이라 통칭하기도 한다.


물론, 기능적으로 뛰어난 강한 몸과 멋진 몸을 가지는 것이 반드시 양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는 말이 있듯, 높은 수준에 달한 보디빌더와 크로스피터들의 몸은 궁극적으로는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애초에 시작한 목적 자체가 다른 운동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까지는 전자와 후자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내용물은 상당히 다르다. 그런데 서로 다른 계통의 운동을 즐기는 이 두 그룹의 사람들은 때때로, 아니 꽤 자주 곳곳에서 논쟁에 직면한다. 하지만,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 둘은 별개의 목적을 가진 운동이라 출발점부터 다르다. 


둘 중 어떤 스타일의 운동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각자의 삶에서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적합한 운동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실제로 건강해지고 강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인생에 단 한번이라도 조각같은 몸을 가져보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직업적인 이유로 이런 몸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의 수 역시도 적지 않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멋진 몸을 만드는 운동보다는 실제 운동 수행능력을 높여주고,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탄탄한 기초를 만들어주는 쪽의 운동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직업적으로 운동을 하는 보디빌더들을 인터뷰한 일이 있다. 이들은 과연 자신의 몸을 건강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사실 탄수화물과 단백질에 매우 치우쳐져 있는, 불균형한 식단을 섭취하면서 대회가 가까워 오면 수분의 섭취까지 극도로 제한해야만 하는 상태는 사실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오면, 그럼 일반인들은 대체 어떻게 운동을 하란 말이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오게 된다. 속 시원하고 명료한 대답을 원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정답은 없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에 앞서, 스스로가 운동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설정을 해야 한다. 


가령 탄탄한 대흉근과 팔 근육으로 상징되는 멋진 몸을 원한다면 보디빌딩식에 가까운 트레이닝을, 일상생활의 질을 높이고 실전적 퍼포먼스를 상승시키기 원한다면 주동근과 협응근을 동시에 발달시키는 기능 향상적 트레이닝에 무게를 더 두는 쪽이 옳다. 거기에 지치지 않는 강한 지구력을 얻기 위해서는 컨디셔닝 트레이닝(Conditioning Training)과 장거리 달리기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적인 컨디셔닝 트레이닝 버피 테스트. 악마의 운동이라 불린다


이 모든 요소들을 한 번에 채워주는 마법의 운동 루틴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크로스핏 지상주의자 중에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사실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이미 모든 면에서 완벽한 만능 초인부대가 지구를 지키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서점의 건강 섹션에는 수많은 운동과 다양한 형태의 루틴들이 제시된 책들이 캠프파이어를 해도 될 만큼 많다. 이런 책들이 소용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책에 제시된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대략적인 평균치를 산정하여 여기에 맞춰진 것으로 개개인의 체력과 근력 차이에는 마땅히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시중에 넘쳐나는 각종 운동프로그램 관련 서적들은 어디까지나 참고의 의미로만 삼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고 자신이 운동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아는 것이 무작정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갖춰야 할 기본이다. 


다만, 초심자들은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판단하는 것조차 사실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 트레이너가 존재한다. 수십회에 달하는 값비싼 PT를 덜컥 결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1~2회 정도의 PT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정도의 요청조차 받아주지 않는 트레이너는 흔하지 않다. 


다른 분야를 알아갈 때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오답노트까지 만드는 정성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몸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장님 코끼리 더듬듯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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