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온 Aug 10. 2015

러닝머신의 함정

트레드밀에서 내려와라

러닝머신이라 통칭하는 기계, 트레드밀(Treadmill)이 없는 휘트니스 센터가 있을까? 물론 어딘가에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헬스’라 통칭되는 휘트니스 산업의 상징 그 자체나 마찬가지인  이 기계가 휘트니스 센터에 없을 확률은 대부분의 경우 무한히 0으로 수렴한다. 


트레드밀은 각종 웨이트 트레이닝 머신과 더불어, 현대 사회의 다이어트 산업이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일등 공신 중 하나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고 체지방을 줄여 보겠다며 휘트니스 센터에 들러, 두 시간 내내 트레드밀과 고정 싸이클 위에서만 시간을 보내다가 뿌듯한 표정으로 그 날의 운동을 마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니, 아마 최하 70% 정도는 되지 않을까?


트레드밀은 가장 간단한 형태의 운동기구에 속하는데, 평평하게 잘 다져진 무한궤도 위에 올라가 달리는 것이 트레드밀을 사용하는 방법의 전부다.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쩐지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심박수를 올리고 심폐지구력을 강화하며 체지방을 연소시키기 위한 단골 운동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실내에서도 달리는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그 구조 덕분에, 요즘처럼 살인적인 더위에도 시원한 클럽 안에서 맘 놓고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트레드밀은 나름대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육이 작동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것은 사실 그리 좋은 운동이라고는 볼 수 없다. 자연스러운 동작도 아니다. 좁은 실내 공간에서도 달리기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지만, 기본적으로 트레드밀 달리기는 정상적인 달리기를 흉내내는 동작에 가깝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는 땅에 밀려나지 않도록 앞으로 달려나가는 기분이 들겠지만, 실제 사용되는 근육을 살펴보면 실제 달리기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어렵잖게 알 수 있다.


'절대로'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트레드밀 위에서 이런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족보행을 하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걷고 뛰는 것에 익숙하지만, 이것을 요소별로 따져서 재현하기란 매우 복잡하고 힘들다.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것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이족보행을 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체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근육이 있는데, 대강 큰 근육만을 짚어봐도 대퇴사두근, 내전근, 햄스트링, 비복근, 가자미근, 둔근 등을 꼽을 수 있다. 자, 한번 맞혀보자. 이 근육들 중, 땅을 박차고 달릴 때 적극적으로 개입되지 않는 근육은 몇 가지일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트레드밀은 경우가 다르다. 트레드밀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달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레드밀 위의 움직임은 달리기라기 보다는, 자신 쪽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지면을 감당해내며 현재 위치를 유지하는 선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텨내는’ 동작에 가깝다. 이 때문에 허벅지의 뒷 근육보다는 앞 근육이 훨씬 많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여러 차례 말했지만, 트레드밀 위에서의 달리기는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이 아니기 때문이다.이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트레드밀 위에서 달려보자. 그리고, 실제로 어떤 근육들이 많이 사용되는지 스스로의 몸으로 느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앞으로 달리는 느낌이 아니라 허리를 세운 채로 위를 향해 뛰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다들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잘 모르겠다면, 오늘이라도 휘트니스 센터를 방문해서 잠깐만 달려본다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


인간만이 아니라, 땅에서 걷고 뛰는 모든 동물들은 구조적으로 뒤보다는 앞으로 걷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접근의 용이성 등, 여러 가지의 이유로 실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포기하고 기계에 몸의 움직임을 맞추다보니 그냥 달릴 때는 발목이나 무릎 부상이 없던 사람들도 유독 트레드밀 위에서는 삐거나 다치는 경우가 잦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유사 이래로 트레드밀 위에서처럼 걷고 달려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화 속도는 트레드밀의 등장과 발전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느리다.


물론 트레드밀의 순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트레드밀은 비교적 안전하게 심폐지구력을 강화시켜주고,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체지방을 연소시킬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트레드밀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다. 태생적인 구조의 한계 때문에, 결국 실제 달리기의 흉내내기밖에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잠깐만 정신을 놓아도 딱히 넘어지거나 다칠 일이 없는 실외 달리기에 비해서, 트레드밀에서는 잠깐 스텝이 엉키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점도 주의할 부분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도 아니고, 기계 위에서 제자리 뛰기나 하며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그만둬야 할 시점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기초대사량 증가의 말장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