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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Apr 10. 2019

마드리드의 츄러스 가게를 찾아서

마드리드의 전통있는 츄러스 가게가 궁금하다면 초콜라테리아 산 히네스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적기도 주 4회 이상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취항을 하고 있다. 이동 동선에 따라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중 한 곳에 입국하여 여행을 시작하는데 유독 마드리드와는 겨울에 인연이 깊다. 따뜻한 세비야까지 이동할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드리드에서 출발하는 것이 이동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늘 한겨울 마드리드에 도착하면 시차 적응이 간절하다. 국적기를 타고 환승없이 가도 장장 1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라 여간 고단한게 아니다. 게다가 12월의 마드리드는 한국보다는 아니겠지만 패딩 없이 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으슬으슬 추운 편이다. 


어마어마하게 피곤하고 날씨가 추울 때 나만의 방식으로 시차 적응을 하기 위해 어김없이 ‘초콜라테리아 산 히네스’에 들린다. 짐도 채 풀기도 전 마드리드 공항에서 이곳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마드리드 관광지 한 가운데에 있어 마드리드의 활기를 가장 빨리 체감할 수도 있는데다 초콜라떼 한잔 마시기 위해 긴 줄을 감내하다보면 더욱 피곤해 시차 적응도 필요없이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곯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따뜻한 초콜라떼는 부드럽고 느끼하지 않아 기분 좋은 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공항에서 지하철을 45분간 타고 ‘Opera(오페라)’역에 내렸다. 역에서 내린 순간 마드리드의 중심가답게 여기저기서 번쩍거리는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약 5분 정도 걸어 헌 책들 좌판대가 펼쳐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는게 보인다. 엄청난 인파로 가게는 테이크 아웃까지 3개로 나눠 사람들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몰리는 사람들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스페인 어디에서나 츄러스 가게를 볼 수 있지만 트렌드가 너무 빨리 변하는 탓에 츄러스 가게들은 대부분 3년을 채 못 버티고 사라진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오죽할까? 가장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중심지에서 츄러스만으로 130여 년 동안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하는 가게가 바로 ‘산 히네스’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100년 이상 가게를 지속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어떤 이유로 이 가게가 이렇게 유명해졌을까 살펴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먼저 춥지 말라고 벽면에 전기 난로를 붙여 줄 서있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놀이동산에서도 많이 볼 수 있으니까 그러려니 싶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편의와 재미있는 유머가 꽤 자주 보이기 시작한다. 멍하니 줄을 서는 동안 가게 외관을 둘러보니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나온 공주가 ‘산 히네스’ 초콜라떼를 마시는 장면을 포스터로 대문짝만하게 프린트하여 붙여 놓고 있는 것이다. 입장도 하기 전에 살짝 웃음짓고 있는 사이 10분 정도를 기다려 드디어 안으로 입장하기 시작한다. 실내에는 얼마나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산 히네스’를 찾았는지 가게의 모든 벽면을 유명 인사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았다. 유명인사만큼 다국적의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라 가격도 여러 언어로 적혀있고 산 히네스 멤버쉽 카드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140년 전통이라면 고루한 분위기의 가게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영수증 한켠에는 인스타그램까지 안내되어 있다.


츄러스로 양대 산맥을 이루는 ‘로스 아르테사노스’와 달리 이곳은 츄러스 만드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컵과 츄러스 접시로 그 인기를 실감한다. 3명의 직원은 일사분란하게 주문을 받고 안쪽 구역에서는 츄러스를 만들고 반죽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츄러스는 모양에 따라 크게 얇은 ‘츄로’와 성인 손가락 3개를 합한 굵기인 ‘뽀라’로 나누어 진다. 이 곳의 대표 메뉴는 ‘쵸콜라떼 콘 6 츄로스’이다. 6개의 바삭하고 얇은 츄로와 진하고 담백한 쵸콜라떼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로 가장 인기가 많다. 주문을 하면 서서 먹는 바 테이블이나 안쪽 테이블을 선택하고 자리로 이동을 한다. 이미 안쪽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한쪽 어딘가 자리를 잡아 앉아 있으면 곧 이어 내가 주문한 세트 메뉴가 나온다. 세트로 나온 초콜라떼는 너무 무거운 질형이 아니라 숟가락을 푹 넣고 올리면 또르르 액체가 흘러 나올 정도이다.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게 갓 스페인에 와서 부담없이 먹기 좋다. 초콜라떼를 안 찍어도 충분히 쫄깃한 식감이다. 쫄깃하지만 아무런 양념이 없는 츄로에 쇼콜라떼를 듬뿍 찍어 한입 먹으니 달콤함이 입에 가득하다. 초콜라떼는 츄러스만큼 인기가 좋은데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분말을 따로 팔 정도이다.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전통있는 가게는 언제나 그렇듯 꿋꿋하게 초콜라떼를 만들고 나는 마드리드를 갈 때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가장 먼저 이곳을 찾는다. 수많은 스페인 사람들 속에서 바삭바삭한 츄러스에 담백한 초콜라떼 담궈 먹으니 이제야 내가 츄러스의 나라 스페인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게다가 여기가 어디인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한복판 아닌가? 장시간 비행 탓에 지칠만도 했지만 초콜라떼 한 잔에 피로한 마음이 무방비 해제된다. 마드리드에 맛이 있다면 바로 이런 맛이 아닐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시끌벅쩍 들뜨게도 만들어 주는 맛이랄까? 초콜라테리아 산 히네스는 마드리드의 맛이다. 




초콜라테리아 산 히네스 (Chocolatería de San Ginés)

위치 메트로 1,2,3호선 Sol 역에서 Calle Mayor 방면으로 도보 6분 정도 걷는다. Calle de los Coloreros 방면으로 3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주소 Pasadizo de San Ginés, 5, 28013 Madrid, 스페인

시간 00:00~24:00

전화 +34 913 65 65 46

홈페이지 https://www.chocolateriasangines.com/

가격 쇼콜라떼와 츄로스 6개 4€, 카페 콘 라체와 츄로스 3.1€, 우유 한잔 1.5€, 카페 코르타도 1.9€




* '여행'이라는 스승을 통해 창조적인 경험과 인생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 @traveler_jo_

* book_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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