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더 화려한, 산 미구엘 시장
마드리드의 맛집을 찾아서
스페인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3대 시장이 있다.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 발렌시아의 중앙시장 그리고 바로 마드리드의 산 미구엘 시장이다. 산 미구엘 시장은 2009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감각적으로 꾸며 놓았는데, 백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시장이라고 느끼게 하는 부분은 철골뿐이다. 이 백년의 흔적을 담은 철골을 중심으로 통유리가 에워싸고 있는데, 덕분에 바깥에서 봐도 반짝반짝 빛나는 실내의 불빛과 함께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이 시장의 활기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오전보다 밤의 산 미구엘 시장이 훨씬 활기찬 이유이다.
1916년에 만들어진 시장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는 재래시장이다. 사실 이곳은 1990년대까지는 현지 상인들이 식재료나 물건을 팔던 보잘 것 없는 조그만 시장이었다. 그러다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장의 대부분 구역이 불타 없어지고, 마침 현대적이고 세련된 대형마트들이 등장하며 사람들이 산 미구엘 시장으로 발길을 끊던 찰나였다. 마드리드 시청은 화재로 소실된 시장을 복구하고 전통시장도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1999년부터 산 미구엘 시장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건축 디자이너와 자본이 투입되었고 드디어 2009년,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시장은 현대적인 대형마트 못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과거의 전통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 최대한 시장의 뼈대는 살렸다. 외관을 전부 통유리로 바꾸는 대신 지붕과 건물의 기둥은 100년 전 처음 세운 것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그래서 산 미구엘 시장은 현대적인 세련됨과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시장의 정체성을 더 잘 보여주고 있다.
밤이 되면 일찍 문을 닫든 다른 시장과 다르게 산 미구엘 시장은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짜 시장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현지인이 아니라 관광객들이지만 너도나도 하몽, 치즈, 와인을 즐긴다. 가격대는 여느 재래시장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독창적인 디저트와 식재료로 줄을 서서 사야 하는 것들도 많다.
산 미구엘 시장에서 가장 추천하는 가게는 모짜렐라 치즈 가게이다. 연어 모짜렐라, 블루베리 모짜렐라 등 여러 종류의 타파스 위에 모짜렐라 치즈가 아낌없이 듬뿍 발라져있다. 사실 이 가게의 모든 타파스가 모짜렐라 치즈를 주재료로 하는데, 치즈를 직접 만들어 맛이 깊다. 폭신폭신한 식빵 위에 올라가져 있는 블루베리 치즈가 가장 인기 많은 타파스이다. 연어 타파스도 꽤 인기가 많은데 바게트빵 위에 동그란 모양의 치즈를 올려 한입만 물어도 치즈가 스윽 껌처럼 늘어나 쫄깃하고 재밌다.
음료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도 5~6군데 있다. 마침 모짜렐라 타파스 집 뒤편에 음료만 파는 가게가 보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와인, 샹글리아, 맥주 등 7~8가지의 마실거리를 팔고 있다. 맥주 대신 탄산음료를 먹고 싶어 사이다(syda)라고 적혀 있는 간판을 보고 사이다를 시켰다. 한국에서 마시는 탄산음료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사과로 만든 술로 스페인에서 마셨던 맥주보다 알코올 농도가 더 센 술이었다.
산 미구엘 시장도 여느 타파스 바처럼 일어서서 간단히 음료나 타파스를 즐긴다. 상점과 상점 사이에 바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걸쳐 있는데 자리가 상당히 협소한 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리 쟁탈전이 필요해 앉아서 먹긴 쉽지 않다.
재래시장이라고 냄새나고 후줄근할 것이라는 편견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시장이 바로 산 미구엘 시장이다. 정감 있는 사람 냄새와 세련된 감각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장이다. 이곳에 가면 그 옛날 상인들의 정감과 함께 청년들의 열정이 함께 느껴진다. 옛것을 무조건 낡고 고루하다 여기는 대신 충분히 종중하며 새로운 것과 뒤섞을 때 또 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옛것과 새것이 섞여 멋진 작품이기에 산 미구엘 시장은 특별하다.
산 미구엘 시장 (Mercado San Miguel)
위치 솔 광장에서 Calle Mayor를 따라 6분정도 걸으면 찾아볼 수 있다.
주소 Plaza de San Miguel, s/n, 28005 Madrid, 스페인
시간 10:00~24:00
전화 +34 915 42 49 36
홈페이지 http://mercadodesanmiguel.es/
가격 오징어 샌드위치 9€, 오징어 튀김 1봉지 15€, 킹크랩 다리 반개 13€, 방울토마토 1kg 2.2€, 샹글리아 3.2€, 물 한 병 1.2€, 타파스 1.5~5€
* '여행'이라는 스승을 통해 창조적인 경험과 인생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 book_jo@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