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에 와이너리

La geria(라 게리아)

by 여행하는 기획자

무사히 낙타를 타고 티만타야 섬을 한바퀴 돌았어. 우리가 오른 낙타는 아주 순해서 터벅터벅 안전하게 잘 뒤뚱거리며 걸었는데 우리 앞에 있는 낙타는 아주 요란했어. 계속 낙타가 침을 뱉고 여기저기 움직이는데 그 위에 앉아있던 관광객들이 무척 당황해했어.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웃으면 안 되는데도 너무 재밌어 큭큭거리면서 낙타를 타며 한 바퀴 돌았지. 붉은빛 화산도 구경하고 앞에서 낙타부대도 바라보면서 15분 정도 낙타를 몰고 이제 다음 여행지로 이동을 했어. 화산섬 위에 있는 와이너리라는 이야기를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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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만타야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와이너리는 란사로테의 여느 섬과 비슷하게 울퉁불퉁 거친 토양과 함께하고 있었어. 이 지역은 1730-1736년 동안 Timanfaya의 분출로 인해 만들어졌어. 화산이 폭발하고 난 뒤 지형은 움푹 꺼지게 되었고 패인 지형에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포토나무를 심게 되었다고 해. 화산지형, 움푹 파인 토양, 포도나무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조그만 와이너리가 있겠구나 싶었어. 그런데 차를 타고 '라 게리아' 부근에 가니 광활한 규모의 포도나무 밭이 이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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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자라난 포도나무는 어쩐지 힘 있고 단단해 보였어. 화산재에 뒤덮인 토양층을 파서 뿌리를 내린 포도나무라니. 주변에는 제주도에서 볼법한 돌담이 세워져 있었는데 강한 바람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한다고 해. 거친 토양, 나무, 동그란 돌담까지 넓게 분포된 자연환경은 거칠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 녹색, 검은색, 황토색, 오렌지색, 노란색 등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토양과 포도나무가 땅 위에 서로 어우러져 독특한 형상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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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지형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버텨 만들어진 포도열매답게 라 게리아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가장 오래되고 풍부한 풍미로 유명한 'Malvasia'라는 포도로 만들어진데. 수백 년 전 셰익스피어가 이 포도나무로 만든 와인을 무척 사랑했을 정도로 달콤하고 향긋한 과일향으로 유명한 와인이야. 우리 부부는 셰익스피어도 반했다는 이 와인의 향과 맛이 궁금해 단번에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보데가'로 향했어. 보데가는 스페인의 선술집이라는 의미로 일어서서 간단하게 와인을 마시거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해. 우린 란사로테에서 가장 유명한 보데가 라 게리아(Bodegas La Geria)를 가보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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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데가 라 게리아는 19세기말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와인 저장소이자 란사로테 최초의 보데가야. 직접 시음을 하고 창고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하여 방문 투어를 받는 방법도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간단히 시음을 하고 산책만 하기로 했지.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독특한 포도밭을 경험하고 직접 시음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1시간가량 걸리는 가이드 방문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 워낙 독특한 와이너리 풍경과 와인의 품질 때문에 여름에는 세계적인 와인 축제인 'Fiesta de la Vendimia'도 열린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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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뿌리를 내려 포도밭을 형성하여 와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놀랄 만큼 위대한 생명력을 느꼈어. 어쩐지 온실 속의 화초들과는 다른 세계에 살아가는 생명들이라고 느껴졌어. 강인하다는 건 어쩌다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꿋꿋이 버티고 뿌리를 내려 버텼을 때 얻을 수 있는 형용사가 아닐까. 포도밭이 맛을 떠나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이유는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엿볼 수 있어 감동을 주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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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우리는 한국에서 란사로테까지 넘어오는 것부터 울퉁불퉁한 도로를 이동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어. 우리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무섭고 두려워 익숙한 길을 반복하곤 하였는데 어쩐지 척박한 환경에서 버틴 포도밭을 보니 웃기게도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더라. 너무나 편하고 익숙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닌지, 거친 환경을 그저 피하려고만 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 하루였어. 이런 반성도 잠깐, 우리가 음미한 라 게리아의 와인은 너무나 풍부한 바디감과 향미에 취해 가족들에게 선물 주려고 몇 병이나 쟁여왔지 뭐야. 언젠가 축 쳐지거나 지칠 때 한 번쯤 생생한 생명력을 느끼러 가기 위해 란사로테 섬으로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네.


라 게리아(La Geria)

45분 가이드 투어 : €9, 월요일~금요일

타파스 가격 :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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