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사로테의 음식 이야기
어제는 과자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과자를 사오지 못해 미안해. 혹시 아픈데 치아까지 썩으면 안 되니까, 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으니까 나도 모르게 먹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네. 나 역시도 가장 즉각적인 행복은 먹는 즐거움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데 말이야. 다음번에는 내가 신경 써서 몸에 좋기도 하면서 맛도 괜찮은 과자를 찾아보도록 할게.
오늘은 먹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가 란사로테에서 자주 먹었던 음식에 대해 소개를 해보려고 해. 란사로테는 스페인이지만 아프리카 연안에 위치하는 조금은 특별한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 때문에 독특한 요리가 제법 많은 편이다. 오묘하게 스페인과 북아프리카의 문화가 섞인 음식이라고 할까? 란사로테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감자튀김'요리야. 파파스 아루가다스(papas arrugadas)라고 불리는 이 감자튀김은 소금물에 삶은 작은 감자로 만든 요리야. '모조'라고 불리는 소스에 찍어 먹는 형태인데 모조 소스는 매콤한 소스부터 고소한 소스까지 맛의 풍미가 다양해. 감자 자체도 짭조름하니 맛있지만 올리브오일, 마늘, 파프리카 등의 재료를 넣어 만든 소스맛이 좋아 더 손에 자주 갔던 것 같기도 해. 우리 부부처럼 감자튀김의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 다시 돌아온 뒤 소스만이라도 찾아보니까, 정말 '모조'라는 소스를 따로 팔기도 하더라고. 언젠가 내가 감자튀김을 배우게 된다면 가장 먼저 요리를 해줄게.
또 다른 유명한 음식은 산코소(Sancocho)라는 요리야. 이 요리는 따뜻한 국물 요리로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요리이지. 란사로테에 있었을 시기가 12월에서 1월 사이였어. 북아프리카와 가깝다고 하지만 그래도 날씨가 꽤나 쌀쌀했지. 특히 이른 아침이나 밤에는 두꺼운 코트가 꼭 필요한 날씨였어. 한국이라면 얼큰한 김치찌개가 딱이겠지만, 여긴 김치가 없잖아? 현지 레스토랑에 뜨끈한 국물 요리를 찾을 수 있었어. 그 요리가 바로 산코소야. 소금에 절인 생선과 특이하게도 감자, 고구마와 같은 구황작물을 넣어 만든 국물요리였지. 우리가 자주 가는 현지 레스토랑에서는 계피와 정향도 넣는지 국물에서 흙내음과 알싸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어. 아, 이 요리도 한국에 가면 도전해서 대접하고 싶은데 내가 만들기엔 다소 어려울 것 같다. 날씨가 아주 차가워지면 따스한 국물 요리를 만들어줄게. 맛은 부족할지라도 내 온기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란사로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치즈도 있어. '퀘소 데 카브라(queso de cabra)'라는 염소 치즈는 톡 쏘는 맛이 느껴지는 치즈야. 약 3~6개월 동안 숙성되는 치즈는 단단한 질감과 함께 견과류 맛이 느껴져 빵이나 크래커랑 함께 먹으면 제법 잘 어울리는 치즈이지. 란사로테의 치즈는 알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직구로 구매할 수 있는 것 같아. 글을 쓰는 나도 이때 맛본 치즈의 식감과 풍미가 꽤 많은 부분 잊혔는데 언젠가 주문하여 오랜만에 맛을 느껴보고 싶어. 몸으로 기억하는 맛이 그대로일지, 다시 새롭게 느껴질지는 잘 모르겠어.
란사로테의 전통 음식은 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식재료를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아. 나는 생선과 고구마, 감자와 파프리카는 어쩐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였지만 독특하게 잘 어울리더라. 낯선 나라에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음식, 자연, 언어에 노출이 되잖아. 싫든 좋든 간접적으로 접하고 나도 함께 먹고, 말하고, 보면서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세계가 확장되는 것 같아. 마치 사람을 만나서 내 세계가 더 다양해지는 것과 같이 말이야. 그래도 알지? 란사로테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아름다운 플레이팅을 경험해도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맛있는 음식은 어렸을 적 내게 만들어준 도시락 음식이란 거. 하긴 어렸을 적 도시락 반찬에 비해 어떤 음식도 비할바가 못될 것 같아. 그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란사로테 음식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