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장한 히트작 소셜미디어
누군가가 꿈꿨던 소셜미디어
미니멀한 프로덕트에 마케팅 예상은 최소, 혹은 전혀 사용하지 않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서비스. 모든 IT업계 종사자에게는 꿈만 같이 들리지만 실제로 종종 사례가 나오기도 하는 신화이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은 이제 새로움보다는 염증과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대로 소셜미디어는 하향길을 걷게 될 거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나오기 시작했으나 언제나 새로운 답을 제시하는 이들은 있기 마련. 최근 미국에서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는 물론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클럽하우스에 대해 다뤄보기로 한다.
*실제 얼굴과 이름이 노출되는 프로필이 대부분이라 중간에 삽입되는 이미지가 아래가 전부이다. 텍스트에 집중해서 읽어주시길.
클럽하우스의 구조적인 특징
클럽하우스의 구조적 특징을 두 가지로 압축하자면 단순함과 폐쇄성일 것 같다. 기본적인 기능은 오디오 챗 단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관심사나 주제, 혹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로 룸을 만들 수 있고 팔로우를 기반으로 참여할 수 있는 채팅룸들이 보인다. UI는 언뜻 보면 노션으로 착각할 정도로 그저 단순하지만 자연스러운 플로우로 설계되어있다.
채팅룸 안에서도 리스너라면 손들기(스피커 신청), 친구 초대 정도가 전부. 스피커나 모더레이터라면 마이크 on/off, 모더레이터 지정, 스피커 추가/제거 정도가 있다.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프리카나 트위치에서 제공하는 관리 기능이 대부분 필요 없는 이유는 일단 스피커로 지정되지 않으면 별다른 리액션이나 트롤링을 할 수가 없다. 또한 가입 자체가 연락처 기반의 추천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이름도 실명 사용을 강력히 권장한다) 실제 인맥과 관련된 사람들과 대화하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 마치 오프라인 네트워킹처럼 상당히 매너를 지키며 대화하는 편이다.
추천 가입제도로 대변되는 폐쇄성은 기존에도 종종 사용되던 전략이었는데, 클럽하우스의 경우에는 그 한정성에 열광하기보다는 실제로 사람들을 이어 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느낌이 더 강하다. 기본적으로 가입했을 때 2개의 초대권이 주어지지만 모더레이터를 맡거나 스피커로 참여하는 채팅이 많으면 하루에 몇 개씩 새로운 초대권이 주어지기도 한다. 분명 플랫폼이 커지는 속도는 소폭 줄어들게 되지만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로 문자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실제 인맥을 초대하게 만들고, 한 명이 최소 2명을 초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파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구조이다.
이 덕분에 마케팅 자체를 입소문의 힘으로만 하게 되지만, 훨씬 충성도가 높은 회원을 아주 낮은 비용으로 데려올 수 있기 때문에 볼륨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질적인 측면에서 뛰어난 구조로 보이는 것. 실제로 가입 7일 이내인 유저들이 가장 많은 지금도 채팅 참여가 굉장히 활발한 편이다. (이런 초대 기반의 구조가 위처럼 성의 없는 앱스토어 페이지를 유지하게 만든 원흉이기도 하다.)
클럽 하우스가 기존 플랫폼의 문제를 다루는 법
첫인상은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물음표만 띄우면서 시작했었다. 팔로잉한 사람이 적어서인지 관심분야와 관련 있는 해외(주로 미국)의 방들이 주로 피드에 떠올라 라디오처럼 조금 켜 두는 정도. 하지만 팔로잉을 좀 늘려놓고 밤이 되니 한국에서도 온갖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열정적인 토론을 하기도 하고 잔잔한 감정들을 나누기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흔한 이야기는 접어두더라도 당장 코로나에 지쳐 사회적인 분위기와 네트워크를 상실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가까운 사람들이야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얼굴을 볼 수도 있겠지만 사회성 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느슨한 관계'에서의 상호작용과 새로운 발견들도 우리에겐 분명히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그럼 기존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왜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클럽하우스는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위에서 말한 폐쇄성과 그로 인해 이어지는 실제 인맥 기반의 네트워크도 작용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라이브'와 '휘발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플랫폼에서도 라이브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방송 주최자가 주가 되는 진행 방식이고 채팅을 통한 소통도 레이턴시가 크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포스팅'되어 있는 콘텐츠는 소비자와 시간의 축을 공유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모두가 소비자이자 동시에 콘텐츠 생산자인 클럽하우스에서는 정해진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내용을 '실시간'으로 '긴밀하게' 공유하고 소통한다. 말 그대로 라이브이며, 실제 목소리를 통해 살아있는 대상을 느끼며 소통할 수 있다.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힘이 극대화되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몇십, 많으면 몇 백 명이나 귀 기울여 듣는 생경한 경험을 하다 보면 한 가지 벽을 자신도 모르게 깨고 나오게 되며, 이는 플랫폼에 참여자로서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런 콘텐츠의 가치를 더더욱 올려주는 특성 하나는 바로 휘발성이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서비스 약관으로 대화 내용의 녹취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앱 내에서 '기록'되는 형태의 정보는 각자의 프로필과 팔로워, 팔로잉 정보가 전부이고 채팅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기록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클럽하우스에서 아무리 가치 있고 멋진 이야기들을 나눠도 그것을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들으면서 노트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오프라인 대화의 특성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하겠다. 혹자는 이러한 극단적인 휘발성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이 해당 스피커의 팔로워가 되는 구조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긴다'라는 형태로 다가와 플랫폼의 매력과 중독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괜찮은 플랫폼일까
이곳에서도 벌써 피로도가 생겨나고 그에 대한 반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이 조금 더 유쾌하고 새로운 콘텐츠로 표출되고 있다는 게 다른 점.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 서비스의 특성과 현재 한국에서 스테이지상, 아직까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주제는 스타트업, IT을 중심으로 하는 테크 인더스트리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힙한 회사의 대표분이나 직원들이 모여 방이라도 만든다면 수백 명의 리스너가 순식간에 모이고 아주 진지한 토론이 열린다. 거의 실시간으로 조직되는 콘퍼런스로 느껴질 수준. 오가는 논의의 수준도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가며 사람들을 서로 팔로우하게 만드는 가장 열린 기회를 만들어준다.
다만 이런 이야기들을 신나게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급격한 피로가 몰려온다. 분명히 주말이고 퇴근은 했는데 일하는 느낌이랄까. 채팅룸 피드에 [데이터가, 채용이, 마케팅이, 디자인을, 콘텐츠가] 이런 키워드들이 가득 메우던 찰나, 새로운 문장 하나가 피드 사이에 떠오른다. '힙한 이야기 안 하는 방' IT힙스터들이 출근길 사당역 환승플랫폼처럼 몰려 힙하지 않게 될 무렵 어떤 사람은 기존의 주제를 거부하며 새로운 힙스터로 탄생하기 시작한다. 점점 안정화가 되어가는지 진지한 주제와 스몰톡 방이 차츰 분류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진지한 주제의 경우 보통 업계 내에서 유명한 분들이 스피커로 많이 초대되어 많은 리스너들을 모으고, 스몰톡 위주의 그룹은 사람은 적지만 채팅룸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주제들을 다룬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모이기 시작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어느새 나타난 가수의 노랫말을 모두가 귀 기울이기도 하며 점차 유저풀이 넓어지기 시작하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저가 더 늘어나고 주제 편중 현상이 사그라들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유저들은 적어지겠지만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그리고 클럽하우스의 특성상 해당 유저들의 존재와 박탈감은 분명할 것이라 본다. 다른 플랫폼에서도 참여하는 데에 지치거나 자신이 없어 단지 소비용으로 사용하는 패턴이 많이 관찰되고 마치 파티와도 같은 이 서비스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파티에서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손을 들고 말을 하는 방법 말고는 대화에 참여할 수 없지 않은가. 마치 매일 밤 파티가 열리는 장소, 클럽하우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