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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llOK Jun 12. 2024

한국에서 왔어요?

지난겨울의 런던 4

모든 유럽여행마다 런던을 시작 도시로 삼았다.

내가 런던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도시가 지닌 문화적 자본이다.


온갖 작품이 가득한 갤러리들은 언제든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영화 속 장소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느꼈던 경이로움을 런던을 여행할 때마다 느끼며, 나는 이곳의 문화적 힘을 참 부러워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여행 내내 우리 문화와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느끼는 뜻밖이나 아주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거의 처음에 가까운 그 경험에 빠져 사고가 날 뻔도 했지만...!


'한국에서 왔어요?'의 다음 말이 'North or South?'라던가 'I know Seoul'이 아닌 즐거운 경험의 시작은 런던 마지막 날이었다.










언제나 나의 런던 최애 공간인 테이트모던으로...


피카소는 역시라며,  또다시 감탄하고,




마티스의 달팽이 앞에선 귀여운 아기천사도 만났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수증 하나로 만든 작품...






뭐니 뭐니 해도 테이트모던의 가장 큰 장점은 템즈강 뷰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을 설계할 때 이 장점을 십분 살려, 세인트폴이나 뷰가 보이는 곳에는 다 창을 내어두었다.




이 공간을 둘러싼 환경과 이를 이용하게 될 관람객의 입장까지 고려해서 설계했음이 너무나 잘 느껴진다. 건축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나조차도 감탄하게 만든다.




거의 10번째 찾은 테이트모던에 푹 빠져 한참을 감상하고 나오자 어느새 밖이 캄캄하다.





런던에 왔는데 타워브릿지를 빼먹을 수 없던 우리는 타워브리지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슬슬 배도 고프고, 다리에 감각이 없어졌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을 런던의 마지막 밤을 위해 마냥 걸었다.



매번 느끼지만 타워브릿지는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있습니다.







타워브릿지까지 마주하고 나자 더 이상  배고픔을 참을 수 없던 우리는 고심하며 마지막 저녁 장소를 물색했다. 너무 배고파서 그냥 타워브릿지 앞에 있는 프랜차이즈 버거집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영국에 어울리는 마지막 식사를 위해 감각 없는 다리를 이끌고 조금을 더 헤맸다.



분위기가 딱이다 싶은 펍이 있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무작정 들어온 것치곤 분위기가 썩 괜찮았다. 관광객은 우리뿐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배가 고픈 사람들 치고는 꽤 오래 고민하다 피시 앤 칩스와 버거 세트를 시켰는데 피시 앤 칩스는 대성공...! 영국의 웬만한 펍은 다 훌륭한 피쉬 앤 칩스를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버거는...

생긴 것만 맛있었다.




맥주 한 잔까지 곁들이고 나니 그대로 기절하기 딱 좋은 상태였지만, 마지막 밤을 핑계로 숙소 근처의 펍에서 한 잔을 더 하기로 했다.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딴 이곳에서 마지막 건배를 외치고 나서야



미련 없이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졌다.









런던을 떠나는 하루는 각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아쉬움이 남았던 V&A를 다시 찾아 이곳의 애프터눈티 세트를 즐겼다. 나는 이곳의 전시보다 중정과 카페를 더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손흥민이 살고 있다는 동네를 지나 공항으로! 

런던의 북쪽은 노을이 참 예쁘구나.









체크인을 마치고 군것질을 하며,  잠시 멍을 때리는데 우리를 한참을 쳐다보시던 영국 아주머니께서 결심한 듯 한국에서 왔냐고 물으셨다. 이런 질문이야 여행하다 보면 꽤 자주 듣는 것이니 우리는 태연히 그렇다고 말했다. 


우리의 대답에 아주머니는 아주 반가운 미소를 보이며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마구 표현하기 시작하셨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보내주는 호의가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과는 또 달라진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신이 난 우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넷플릭스 속 한국 콘텐츠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문제는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는 거다. 



뒤늦게 시계를 보니 탑승마감까지 30분도 채 안 남아 있었고, 황급히 보안검색대에 줄을 섰는데 이들의 일처리 속도는 빨리빨리의 민족에게는 0.5배속 수준...

전전긍긍하며 검색대를 통과하고 탑승게이트를 향해 내달렸다. 게이트는 또 왜 이리 먼 곳인지 10분이 넘게 달리고 또 달렸다. 


이젠 한계다 싶어 숨을 몰아 쉬는데 저 멀리 보이는 게이트에 아직 탑승 중인 줄이 보였고, 

우리는 무사히 포르투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하지만, 이 날의 사고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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