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퍼센트가 아니어도 괜찮아

2025 미국여행 2

by 시선 llOK



나도 친구도 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와서 아침에 일어나서야 대충 계획을 정리했다.

다운타운 쪽으로 이동해서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서 밥을 먹고 주변을 둘러본 뒤,

해질 무렵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는 것이 두 번째 날의 주요 계획!




호텔에서 다운타운 쪽으로 이동하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없다..

평일의 다운타운에 도착했는데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없다니


다운타운에 오자마자 점심을 먹기 위해 그랜드 센트럴 마켓을 찾았다.

실내에 푸드트럭을 모아 놓은듯한 곳인데,

더 현대 지하의 푸드코트가 이곳을 본 따서 만들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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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직장인들도 꽤 보였다.

한 바퀴 둘러본 뒤, 파스트라미가 가득한 샌드위치(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며...)와

생면으로 만든 라구 파스타를 주문했다.


기대한 건 샌드위치였는데 의외로 파스타가 맛있었다.

통통한 생면 파스타였는데 식감이 정말 훌륭했고, 소스의 간이 미국답지 않게 적당해서 너무 맛있었다.

역시나 미국 답게 양이 많아 두 사람이 2인분을 먹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넛으로 후식까지 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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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도넛으로 후식까지 야무지게 먹은 뒤, 조금 더 무거워진 몸으로 바로 앞에 있는 엔젤스 플라이트라는 이름의 푸니쿨라를 타러 왔다. 라라랜드에 나와서 유명해졌는데 예쁘긴 하지만 너~~~~무 짧다.

그래도 오랜만에 리스본을 떠올리며 아주 짧은 푸니쿨라 탑승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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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낭만 있는 탑승을 끝낸 뒤, 곧장 더 브로드로 향했다. 전시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이 관람을 시작했는데 제프 쿤스, 앤디 워홀, 바스키아 등의 작품도 있고 리히텐슈타인의 초기 작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는 현대 미술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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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 작품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는데,

익숙한 그의 스타일이 아닌 작품들이 훨씬 많이 보였다.

설명을 읽어보니 리히텐슈타인은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기 전 엄청난 모방을 했다고 한다.

작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아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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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원작을 알아볼 만큼 유명한 모네나 피카소와 같은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을 자신의 스타일로 다양하하게 모방해 본 뒤, 결국 자신만의 스타일을 탄생시켜 자신 역시 유명한 작가가 된 점이 인상 깊었다.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는 '모방의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의 실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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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도 없는 데다가 전시된 작품이 너무 훌륭해서 아쉬울 것 하나 없는 곳이었지만 단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뮤지엄샵의 상품이 다양하지 않았던 점이었다. 요즘 대부분의 현대 미술관들이 재기 넘치는 굿즈를 팔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제프 쿤스 작품을 모티브로 한 키링 등의 상품이 있으면 꼭 사고 싶었는데 관련 상품이 너무 없어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왔다.

moma나 TATE Modern 등이 전시만큼이나 뮤지엄샵에 엄청 힘을 주고 있는 것과 달리 너무 힘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닌지...


더 브로드 입장료도 무료인데

굿즈로 돈을 벌어야지!!!


그럼에도 전시가 매우 훌륭하기에 누군가 LA에 간다고 하면 더 브로드는 자신 있게 추천할 것이다..








한참 전시를 보았더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카페인을 수혈하기로 했다.

카페인이라기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간절했다. 공원에 스벅이 있어서 커피를 시키고 앉았는데

앉고 보니 공원에 분수와 야자수도 있고 꽤나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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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을 좀 더 보고 나니 금세 4시가 지나 있었다. 일몰시간에 맞게 그리피스에 가기 위해 우버를 잡았다.

운이 좋게도 아주 큰 차가 잡혀서 편하게 이동해 그리피스 공원 부근에 도착했는데...




오늘 그리피스 천문대가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구글에는 분명 열었다고 적혀있는데,

우리는 이미 47불이 넘는 우버를 타고 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그리피스에 불을 질러서 벌어진 일이었다.

돈도 시간도 아까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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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즈 거리 쪽으로 가서 구경을 하고 마트에서 쇼핑을 해서 간단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유명한 폴 스미스의 핑크 벽도 보고, 예쁜 상점과 선셋을 보며 호텔 쪽으로 걸어왔다.

걷는 길이 참 예쁘고 좋았는데... 역시나 걸어 다니는 사람은 우리뿐...

다들 어디 계세요?




트레이더 조까지는 좀 더 걸어야 해서 그냥 호텔 바로 앞에 있는 CVS에서

와인 1병과 과자, 하나도 스파이시하지 않았던 CJ의 스파이시 미소 라면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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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다면 보고 싶었던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를 일찌감치 예약해 보았을 것이다.

또, 구글맵만 보는 게 아니라 그리피스 홈페이지까지 미리 확인해 47불이 넘는

우버요금을 날리는 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빡빡한 계획을 세우는 여행에서 벗어난 탓에 멍청비용을 지불하고, 아쉬움도 남았지만...

그래도 아무렴 어때라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더 좋다.

약간의 빈틈 덕에 언젠가 또 LA를 찾게 될 구실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걸로...

여행은 100퍼센트가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너무 좋아서 다시 찾는 곳도 있지만,

못한 것이 많아서 아쉬운 마음에 다시 찾는 곳도 있을 테니까...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여유 없는 마음은 이제 좀 내려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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