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하지 않는 뇌는 같은 생각에 갇힌다.

스마트폰을 멀리하자 생긴 일.

by 손바닥

사색하지 않는 뇌는 같은 생각에 갇힌다.

나는 꽤 오랜 시간 스마트폰과 심리적 거리감을 갖고 살았다. 딱히 전자기기에 친숙한 편도 아니어서, 스마트폰을 멀리 하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주말이면 항상 꺼져있는 내 폰 때문에 '연락 좀 받으라고' 아우성이던 대학 친구들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 생생하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길 거의 10년 ~대학시절 6년/휴학등 포함 회사생활 4년~ 최근에서야 그 편리성에 젖어드는 중이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한참 코시국에 회사들이 폐쇄될 때 우리 회사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 회사에는 비상령이 선포되고 당장 직원들의 소재 파악이 필요했다. 그 사건이 터진 날은 주말이었고, 나는 월요일이 다 되어서야 이 상황을 알았다. 주말 내내 꺼져있던 폰을 출근을 위해 켰기 때문에-, 부재중 전화가 그렇게 많이 찍힌 건 살며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변화의 계기는 너무 초라하다. 회사에 '일'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딴짓이 늘다 보니 만능 장난감인

스마트폰에 친해지게 됐다. 최근에는 디지털 드로잉을 인스타에 업로드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과 뗄 수 없는 사이가 돼버렸다.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인스타에 접속해 정보들 사이에서 부유한다. 이 정보에서 저 정보로 하염없이 떠돌다 보면 시간도 훌쩍 지나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간을 Killing 하는 건 너무 쉽다. -회사에서 폰을 쥐고 있을 때가 시간이 제일 빨리 간다- 생각해 보면, 특별한 목적 없이 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손에 있어서 보는 거다. 손을 움직이며 무언가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아무런 생각 없이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며, 기억도 안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나는 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글을 썼었다. 하지만 정신과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미뤄왔고, 글쓰기의 대체제로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아무 생각 없이 앱에서 정보를 보고 있으면, '회사에서 있던 일들'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손에서 스마트폰이 멀어지면 다시 '회사 일'에 대해 떠올리게 됐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역으로 쌓여만 갔다.



나는 기본적으로 문제상황에 해결책을 강구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특정상황(스트레스를 받는)이 펼쳐지면, '해야 될 말과 행동'을 고민한다. 그 속에서 내 잘못을 성찰하기도, 상대의 행동에 본받을 점도 생각한다. 만약 해결이 불가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서면, 나중에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하고 회고한다.



끊임없이 적고 쓰는 건, 상황에 대한 해결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글을 적으며 떠돌던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를 분명하게 만들어가는 사색의 시간에서 내 '뇌'는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사색의 시간을 잃었다. 이제 내 뇌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이렇게 많아!'라며 생각 (회사에서의 문제상황, 대인관계에서의 문제상황, 앞으로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문제사황 등)을 끊임없이 뱉어낸다. 생각은 머릿속을 부유하고, 나는 스마트폰 속을 부유하기에 아무런 발전 없이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오늘 같은 날이었다. 너무 추웠고 손이 시렸다. 폰을 내려놓고 잠시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배터리는 방전됐고, 이내 나는 덩어리 진 생각을 들 풀어헤쳐 해결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준 가짜 평화로움에서 해방된 날이었다.



이제 나는 의도적으로 폰을 숨긴다. 그리고 메모장을 열어 글을 적는다. 생각의 덩어리를 풀어헤쳐 분명하게 만들어낸다.



사색하지 않는 뇌는 같은 생각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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