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믿지 못하는 상사와 부하직원

별다를 것 없는 이유들

by 손바닥

별다를 것 없는 이유들이 모여, 늘 별다를 것 없는 일들을 만든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별다를 것 없는 일이 생각보다 큰 상처일 때가 있다. 어쩐지 요즘은 내가 그런 기분이다. 세상의 중심이 회사를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워낙 일하는 걸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라 일할 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사람마다 힘든 게 다르듯, 이번엔 일보다 사람이 더 나를 힘들게 만든다.


내가 속한 팀은 데이터를 다룬다. 데이터를 다루는 공돌이들 사이, 한 명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업무 분야도 많이 다르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바운더리도 차이가 크다. 산발적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때가 많은데, 대체적으로 그 모든 프로젝트에서 항상 나는 제외되어있다.


별것 아닌 이유에서다. 공돌이들 사이 문과생 한 명도 PM으로 일만 잘하는데, 나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니, 기회를 줬다가 가져가 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사업의 초반에는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디자인을 기획해야 한다. 그러면 보통 나를 부른다. 그럼 첨부터 끝까지 하나씩 내 손을 타서 서비스가 기획되고 디자인이 만들어진다. 거기까지 하면 내 역할은 끝난다. 이후 사업 수행에서는 모조리 배제된다.


너무 쉽게 빼앗겨버린 기분, 항의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너는 바쁘잖아’가 전부였다.


한 명뿐인 디자이너여서 ‘나에게’는 일을 못 시키겠다는 게 끝인 답변을 들을 때면, 너무 좋은 핑계에 뭐라 반박할 말이 없어진다. 부부장님은 항상 그런 패턴으로 날 업무에서 배제시켜왔다.


결국 내 입에서 ‘알겠습니다’나 ‘못합니다’라는 말이 나와야 이 대화가 끝이 난다. 애초에 그럴 거면 시키질 말 것이지, 필요한 부분은 가져다 쓰고 중요한 부분에서는 배제시킨다. 별다를 것 없는 이유들을 핑계 삼아 나를 배제한 게 ‘별다를 것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가끔 회사에서 나는 이렇게까지 쓸모없는 존재였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또 아니라고 하신다.


뭐가 진심이고 뭐가 거짓일까,


일보다 더 어려운 게 사람인 거 같다. 믿음을 주고받는 상사와 일해야 하는데 부부장님이 나를 못 믿는 걸까, 내가 부부장님을 못 믿는 걸까,

아 서로가 서로를 못 믿은 걸까.


쉽지 않다. 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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