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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ric Nov 12. 2015

종착역


   끝없고 긴 방황 끝에 종착지를 만나 모든 짐을 내려놓고 그저 쉬고 싶었다. 하지만, 곧 옮겨야 할 버스가 온다면, 내려놓은 짐 모두 다시 짊어지고 버스에 올라야 할텐데, 난 그 짐들을 다시 짊어지고 움직일 힘이 나지 않아, 수십, 수백대의 버스를 보내고 인생의 야심한 밤이 지나 새벽이 올 때 까지도 종착역에서 발을 뗄 줄을 몰랐다. 수십 대의 버스가 내 곁, 내 눈 앞을 지나쳐갈 동안, 나는 남들이 뛰어서라도 잡고 싶어 하는 그 버스들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저 이 종착역이 내 목적지겠거니 했던 것이다. 남들이 다 그 버스에 오른다고 한들,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향하지도 않는 버스에 불안감에 떠밀려 억지로 탑승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지금 내가 수많은 버스들을 보냈더래도 후회하지 않고, 지금 내 방황의 끝에 만난 이 종착역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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