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몸을 실은 지하철,
목적지까지 두 정거장을 남겨둔 채
작은 화면에 코를 박는 내 옆으로
누군가 앉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유는
익숙한 냄새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어 맞은편 창을 통해 바라보니
곱슬한 파마머리가 보인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의
희미하고도 선명한 약품 냄새에
문득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났다
왜 할머니들한테는
이토록 진한 병원 냄새가 날까 궁금해하다가
이내 찾은 답에 서글퍼졌다
도대체 당신들은
두려운 냄새로 가득한 그 곳을
어떻게 그렇게 견뎌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