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로 길을 찾는 일
안녕. 나는 길을 잃은 방랑자야.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사는 세상에 별 하나가 뜬 적이 있어.
그 별은 모습을 드러낸 그 날부터 단 한순간도 흐릿해지지 않고 내리 반짝거렸더랬지.
어찌나 반짝거리던지 주변에 있던 수많은 다른 별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
망망대해를 떠다니던 배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 하나를 보고 방향을 찾는다는 이야기, 들어봤지?
그 별을 보며 풍파가 가득한 바다 위에서 휘청거리는 돛대가 중심을 잡았어.
이 컴컴하고 어두운 바다와 하늘 아래 살아갈 유일한 이유로 삼기도 했지.
그런데 어느 날 별이 흐릿해졌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잠깐 구름이 끼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에 내 항해는 길을 몽땅 잃었어.
나아가긴 하는데 어느 방향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갑판에 앉아 해와 달이 서른번 뜨고 질 때까지 마냥 울었지.
별의 자취가 흐릿해진지 서른 하루가 되던 날,
그 별이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했어.
별빛을 보자마자 나는 이내 돛을 세우고 오로지 그 별이 있는 곳을 방향 삼아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어.
물론 아직도 그 별은 가끔 자취를 감추곤 해.
그 옛날처럼 마냥 반짝거리지는 않지만,
잠시 사라졌다가도 다시 나타나면 늘 같은 자리에 있었어.
이제 난 그 별이 흐릿해져도 울지 않아.
다시 뜰 때까지, 구름이 걷힐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며 돛을 걷고는 속도를 조금 늦춘채 아주 천천히 나아갈 뿐이야.
별이 다시 반짝일 때까지 말이야.
너도 니 세상의 별을 하나쯤 가지고 있니?
나도 없었을 땐 몰랐는데 하나가 생겨보니 알겠더라구.
내 세상에 별이 하나쯤 있으니 길은 잃어도 방향은 잃을 일이 없어서 나는 너무 행복해.
이따금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도 제자리에서 반짝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내 세상에 떠준 별에 참 감사해.
왜 이렇게 늦게 떴냐고 보챌 필요도 없고, 왜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지.
늦게라도 나타나준 것에 감사하고, 말도 없이 사라져도 분명히 다시 나타나줄 것에 또 감사해.
너도 니 세상에 별이 하나쯤 떴으면 좋겠어.
너도 나처럼 이 행복을 알았으면 좋겠어.
보이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을 영원한 행복 말이야.
안녕. 나는 별을 좇는 방랑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