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y JP Mar 22. 2020

Social Distancing

2020. 3. 21. 토요일

드디어 Week 1의 토요일이 되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뭘 했지? 예전같으면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다이어리를 찾아봤을텐데, 요새는 아이폰 사진을 찾아본다. 2020. 3. 14. 토요일 사진첩에 개인금고 비밀번호 네 자리를 조심스럽게 누르고 금고 문을 열어, 화장실용 두루마기 휴지를 소중히 꺼내 한 장을 뜯은 후 다시 침착하게 휴지를 금고에 넣고 문을 잠그는 유머 동영상만 저장되어 있는 걸 보니, 그 날도 그냥 집에 있었나보다. 2020. 3. 13. 금요일에는 6번 애비뉴와 49번가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 나가서 일했는데, 뉴욕에 코로나가 점점 유행하던 때였지만 회사 1층에 있는 델 프리스코 레스토랑과 바는 금요일 저녁을 기다려왔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매우 북적였다. 저녁 7시 정도까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제 코로나를 주의해야하니 곧바로 집에 가야지. 전철을 타도 되겠지?'라는 등의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델 프리스코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걸 보니, 나도 이대로 혼자 집에가면 황금같은 시간을 흐지부지 보내는 게 되버리는 것 같아서 맨하튼에 있는 쥬엘 바코(Jewel Bako)라는 스시집으로 갔었다. 그 스시집에서 젓가락을 주지 않아서, 난생 처음으로 손으로 스시를 먹었다. 사케도 한 잔 시키고 디저트는 모찌 아이스크림까지. 그게 불과 지난 주 금요일인데, 일주일만에 정말 많은 게 달라졌구나. 그 때 스시를 먹고 있는데 친구가 'I hope you have bought enough hand sanitize and toilet paper. I don't understand why toilet paper is suddenly so valuable :)'라고 문자를 보냈다. 혼자 밥 먹고 있어서 약간 적적함을 느끼던 차에 유머가 섞인 문자가 오니 반가웠다.


그 뒤로 일주일. 집에서 일하면서, 일단 일어나면 티비를 틀어 유튜브로 뉴욕 코로나 뉴스를 틀었다. 어느 때는 뉴욕주지사가, 어느 때는 뉴욕 시장이, 어느 때는 연방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현 상황을 보고했다. 상황은 매우 심각했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거라고 겁을 줬다. NBA 농구를 갑자기 중단한다고 했을 때도 사실 충격이 컸는데, 그 때는 미국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건지 잘 느끼지 못하던 때여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뒤로 500명 이상이 모일 수 있는 곳은 문을 닫고, 500명 미만이 모일 수 있는 영업장은 좌석 수를 50%로 줄이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져서 링컨센터의 모든 공연과 박물관, 쇼핑몰 등이 문을 닫고, 레스토랑은 테이블 수의 절반 정도만 손님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며칠이 지나, 레스토랑은 아예 테이크아웃이나 배달만 가능하도록 행정명령이 수정되었고, 길거리의 모든 레스토랑은 조도를 매우 낮게 해서 거의 불이 꺼진 것 같이 해두고 테이블 위에 의자를 얹어버려서 아무도 식당에서 식사를 못하게 되었다. 당장 월요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통근을 위한 외출조차 불필요한 게 되어버렸다. 이유 없이 밖을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이기적이라는 평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더 강화된 행정명령이 내려졌고, 이제 내일 (2020. 3. 22. 일요일) 저녁부터는 필수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모든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집에 머물러야 하고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이 시행된다. 그래도 슈퍼마켓에 가거나 세탁물을 맡기러 가는 것, 애완동물 산책, 병원에 가는 건 허용되고, 아직 뉴욕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조깅하는 것도 허용된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주 초에 shelter-in-place라는 표현을 쓰면서 뉴욕보다 더 제한적인 활동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있다)


뉴욕으로 이사온 이후 뉴요커라는 잡지를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 2020. 3. 17.에 Q&A로 아사프 비튼 박사(Dr. Asaf Bitton)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준 일일기사가 있다. 비튼 박사는 Q&A에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왜 필요한지와 핵심 5가지를 간단히 정리해서 발표했는데, 이번 Q&A는 그 내용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이라고 보면 된다. Q&A에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 내가 하이라이트 표시까지 하면서 위안을 얻은 내용은 이거였다.


Q: You write, "Exercise, take walks/runs outside, ..." Can you discuss this more? ... Does going outside at all increase the risk?

A: Going outside in and of itself doesn't increase the risk.  ... So the recommendation is to please go outside if you can. Please take walks, please bike, with a helmet. ... But the key thing is that you are going to want to go outside, and I am concerned that people are misconstruing social distancing as a recommendation to not get fresh air. And I don't think that is healthy for people. It is really a matter of maintaining as much personal space as possible.


적어도 6피트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원에서 바람을 쐬는 건 괜찮은거구나. 이제 토요일 오후 3시 28분. 막상 혼자 공원에 산책을 나가보려니 살짝 귀찮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신건강을 위해 나갔다 와봐야겠다. 어제 마리네이드해 둔 프렌치렉 양갈비 3조각을 먹었으니, 걸으면서 신선한 공기를 쐬면 기분이 한결 더 나아질 것 같다. 내일은 일요일, 오랜만에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WFH-Day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